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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이후, 미디어 통째로 넘겨줬다
[해설과 대안] 굴욕적 한미FTA 타결, '공정무역협정'으로 대체해야
 
양문석   기사입력  2007/04/02 [21:02]
* 본문은 한미FTA 타결 이후 미디어 분야의 변화, 대안을 한미FTA저지 시청각미디어분야 공대위 정책위원장인 양문석 박사가 정리한 내용입니다-편집자 주.
한미FTA 타결과 관한 내용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일단 미디어에 미치는 영향부터 살펴보고자 합니다. 어떻습니까? 한국의 시청각 미디어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입니까? 방송위원회가 서비스 투자 부문의 시청각 미디어 합의 내용을 발표했는데요?
 
4월2일 오후 4시 방송위원회는 시청각미디어와 관련된 내용을 발표했는데요. 크게 3가지입니다. 투니버스 MTV OCN 등과 같은 채널은 PP라고 하는데, PP의 외국인 지분 100% 허용, 영화와 애니메이션 편성쿼터 5% 축소, 특정국가 프로그램의 편성비율 60%에서 80% 상향 조정이 그것입니다.
 
지상파 방송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위의 내용을 살펴보면 지상파 방송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 같은데요?
 
아닙니다. 한미FTA는 다자간 무역협상 테이블인 WTO DDA에서 각국이 제출한 자국의 시장개방안인 양허안을 기본으로 하고, 더 많은 내용을 합의하는 협상이 쌍무협상 또는 양자협상이라고 하는 FTA입니다. 한국은 다자간 협상체인 WTO DDA에서 이미 여기서 한국방송광고공사를 양허안에 포함시켰습니다. 집요하게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과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암참이 요구해 온 한국방송광고공사 해체는 그래서 협상 초기에 상호 교환한 유보리스트, 즉 우리가 미국에게 시장을 개방할 수 없다는 목록에조차 올리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WTO DDA에서 양허하기로 한 것까지 내 줄 수 없는 목록인 유보리스트에 몇 개를 올렸는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한미FTA협상이 타결되는 것 자체가 한국방송광고공사의 해체와 민영미디어렙 도입으로 이어지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왜 중요한 제도죠?
 
한국방송광고공사는 방송사와 광고주간의 직거래를 금지하고 한국방송광고공사를 반드시 거쳐야만 지상파 방송광고를 할 수 있게 만든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에 대한 비판적인 뉴스나 프로그램을 광고를 주고 뺀다든지, 특정기업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하면 광고를 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것들을 상당부분 없애 왔던 제도로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도록 만든 세상적인 발명품이 바로 한국방송광고공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시청률이나 청취률 경쟁에서 KBS MBC SBS 등에 떨어지지만 반드시 필요한 매체고 존재 그 자체로 가치가 높은 평화방송 불교방송 기독교방송 등 독립지상파라디오와 교육방송EBS 그리고 지역MBC와 지역민방의 광고매출액을 최소한의 수준에서 유지시켜 주는 제도입니다. 즉 KBS MBC SBS에 방송광고를 하려면 의무적으로 이들 마이너 방송사에도 광고를 하게하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지상파 3사에 광고료가 집중되는 현상을 막고, 광고료를 마이너매체로 분산시키는 광고료 의무할당제도도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주요 기능입니다. 즉 서울과 지역 그리고 텔레비전과 라디오의 균형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19일 외교통상부 앞에서 열린 한미FTA 저지 시청각·미디어 분야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박지훈 /에큐메니안

그런데 이런 한미FTA협상 타결로 인해 이들 마이너 방송사의 광고수입이 절대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지요. 각 방송사마다 광고국을 설치해서 광고를 한국방송광고공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영업하는 제도가 민영미디어렙이라는 제도인데, 한국방송광고공사를 해체하고 민영미디어렙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이들 마이너 방송사에게는 사망선고가 내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
 
OCN 투니버스 등 PP의 외국인 지분을 직접투자의 경우 현행 49%를 유지하고, 간접투자의 경우, 100% 허용하기로 했는데요?
 
현행 방송법상 일반 PP(보도, 종합편성 제외)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49%로 제한됐으나 이번 협상에서 직접투자 제한은 유지하되 외국인의 간접투자를 100%까지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직접투자 제한은 49%, 간접투자는 100% 개방의 의미는 사실상 100%개방을 의미합니다.  국내 PP의 외국인 간접투자를 100% 개방했다는 것은 미국의 미디어그룹이 한국에 100% 지분을 투자해 법인을 세운 뒤, 국내 PP의 지분을 100% 사들이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직접투자와 간접투자의 차이는 단지 미국자본이 한국에 PP와 무관한 법인을 하나 설립하고, 그 법인을 통해서 국내 PP 지분을 사들이게 하는 방식으로 직접투자와 간접투자의 차이는 페이퍼 캠퍼니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봅니까?
 
먼저, 한국 대부분의 PP들은 고사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거대 미디어그룹이 한국의 케이블TV와 위성방송에서 그들이 직접 소유, 경영, 편성 운용할 수 있는 채널을 갖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거대 미디어그룹이 소유, 경영, 편성 운용하는 채널과 한국의 중소 PP와 전면적 무한정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당연히 한국의 PP는 고사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보면, 최근 들어 걸음마 수준의 자체제작을 준비하던 한국의 PP는 사실상 제작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입니다. 미국의 거대 자본이 투여된 프로그램, 그것도 한국에서는 단지 재방송 재활용만 하는 프로그램과 경쟁이 되지 않는 데 누가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겠습니까!

한국산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으면 미국은 현재보다 훨씬 고가에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한국에 팔수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 채널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외국산 프로그램도 필요합니다. 한데 미국이 직접 PP를 운영하면 유사 채널의 경우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팔려고 하겠습니까? 판다고 해도 지금의 가격에 팔려고 하겠습니까? 당연히 아주 높은 가격으로 팔려고 할 것이다. 한국의 영세 PP나 중기업 수준의 PP는 일단 미국의 프로그램을 지금보다 훨씬 고가로 사들여야 하는데, 이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입니다.
 
또 미국의 PP가 등장하면 한국의 PP는 한국의 SO로부터 채널을 임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더 적어집니다. 고액의 런칭비를 지불하고서라도 한국의 SO를 설득하려고 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중소기업 규모의 PP들은 문을 닫거나 미국에 팔아넘기겠지요.

▲     ©박철홍
 
그러면 자연스럽게 한국산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PP가 줄어들 것이고,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미국 프로그램을 수입하는 양이 많아 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한국산 프로그램을 일정하게 제작하거나 지상파로부터 사서 편성하다가 자체 제작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겠지요. 그러면 거의 독과점 시장이 형성되어 미국 프로그램 유통회사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에 프로그램을 팔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집니다.
 
이럴 경우 그 나마 생존하던 한국의 대기업 PP들도 더 이상 견뎌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상황이 도래하면 SO와 PP의 역관계는 역전됩니다. SO가 더 이상 우월한 지위에 있지 못하게 됩니다. 미국의 거대 미디어그룹 자회사들이 대거 등장하고 한국의 PP시장을 평정하면 고액의 런칭비는 고사하고 오히려 고액의 컨텐츠료를 지불하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PP가 거의 도산하면 PP가 모자랄 것이고, SO는 PP를 유치하는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SO는 고액의 컨텐츠료를 미국과 외국 PP에게 제공하고, 그 부담을 시청자들에게 전가하게 되겠지요. 지금 케이블TV 평균 시청료가 6천 원 가량인데, 순식간에 1만원에서 1만5천원까지 치솟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지금도 이런 곳이 허다해서 문제가 되는데 하물며...그리고 디지털케이블의 경우 지금 평균 시청료가 2만원 정도인데 4-5만원까지 시청료가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든지 가능하지요.
 
결과적으로 국내 중소PP들은 망하고, 시청자들의 시청료는 급격한 상승이 필연적인데 이것은 한국정부가 미국에게 합의해 준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국과 한국의 경쟁력을 구체적인 수치로 좀 비교할 수 있습니까?

미국 미디어기업들의 방송 분야 매출액 규모는 73조 원으로 한국의 7조7천억 원에 비해 10배가량 많습니다. 쉽게 말하면 100Kg짜리 선수와 10Kg짜리 선수가 싸우는 격입니다. 그리고 2004년 한미 방송프로그램 교역량을 보면,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액수는 44만 달러,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액수는 4,700만 달러입니다. 양국의 교역량을 백분율로 환산하면 수출은 1.06%고 수입은 98.94%다. 이런 상황에서 맞대결을 하라고 한미 양국 정부가 합의한 셈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1.06%를 기록하고 있는 수출을 증가시킬 방안은 전혀 없이, 오히려 미국으로부터 수입 98.94%를 더욱 확대해 주는 합의내용만 있다는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일방적으로 방송분야에서 퍼 주기만 한 꼴이네요?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의 시청각미디어에 유리한 합의 결과는 단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결코 주권국가간 정당한 무역협정이라고 말할 수 없지요. FTA의 F는 Free를 의미합니다. 긍정적인 관점에서는 ‘자유’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부정적인 관점에서는 ‘무제한 무조건’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한미자유무역협정이 아니라 한미무조건무제한무역협정을 타결한 것입니다.
 
한미FTA를 찬성하는 노무현대통령이나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대선주자들 그리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이 가장 강조하는 내용이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그래서 한미FTA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는데요?
 
소위 삼각동맹인 이들의 주장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미FTA협정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무역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다. 누구 말대로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수출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라면 이렇게 결사적으로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수출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지 않고 오히려 수입만 증폭시켜, 국내 산업기반과 문화재생산 기반을 붕괴시키고, 그 결과 서민층은 빈민층으로 전락시키는 일방적인 퍼주기 무역협정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쌍무협상의 특징인 힘의 관계를 백 번 인정한다고 합시다. 아무리 그래도 100을 줬으면 90은 받아내야 하는 것이 협상의 존재 이유인데, 어찌하여 100을 주고 열 개는 고사하고 하나도 제대로 따 낸 것이 없는 협상에 동의하라는 것입니까. 오로지 지켜냈다고 자랑하는 협상에 동의하라는데, 따 낸 것은 없고 많이 잃었지만 일부 품목은 지켜냈기 때문에 이번 4.2굴욕협정 타결을 지지하라고요?

온통 미국의 요구만 있었습니다. 미국의 요구를 막아낸 것, 방어했다는 것이 시청각미디어분야의 협상 책임기관인 방송위원회의 보도용입니다. 다른 부문의 다른 정부부처도 유사한 보도자료를 뿌렸습니다. 이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굴욕적인 무역협정임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선언하고 이에 대해서 불복종 운동을 펼칠 것입니다.

대안은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유무역협정’의 탈을 쓴 ‘무조건무제한무역협정’은 분명히 반대합니다. 협상을 다시 시작해야 하고, 적어도 100을 주면 90은 얻어내는 공정무역협정을 맺어야 합니다. FTA의 F인 Free가 Fair로 바뀌어야 하고, 그 협상의 결과물도 공정하게 하나 주면 하나 받는 식의 서로 이익이 되는 협정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적어도 노무현정권은 공정무역협정을 체결할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는 집단입니다. 매국행위를 당당하고 정당한 것처럼 국민들을 속여 온 정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노무현정권 퇴진 투쟁을 강도 높게 벌여갈 예정입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국회비준반대 투쟁을 위해서 다양한 분석자료를 준비할 것이며, 이를 토대로 언론을 설득하고 국회를 설득하는 싸움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 필자는 한미FTA저지 시청각미디어분야 공대위 정책위원장

* 글쓴이는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입니다.
언론학 박사이며,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과
대자보 논설위원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 : http://yms7227.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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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4/02 [21:0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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