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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현 방송위원장, 이제 그만 물러나시오
[언론시평] 한미FTA 저지는커녕 방송 넘길려고 혈안, 그만 물러나야
 
양문석   기사입력  2007/02/05 [11:41]
(h) measures aimed at enhancing diversity of the media including through public service broadcasting.
(아) 공공서비스방송 이용을 포함 미디어의 다양성 증진을 위한 조치

 
조창현 방송위원장이 왜 옷을 벗어야 하는지를 설명하자면 최소한의 이론적 배경은 있어야 한다.
 
2005년10월3일부터 21일까지 파리에서 개최된 UN기구 유네스코 제33차 총회는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협약>(이후, 문화다양성협약)을 체결한다. 이 문화다양성협약의 ‘당사국의 권리와 의무’ 장 6조인 ‘국가적 차원의 당사국 권리’에 나오는 방송관련 조항이 위의 인용문이다.
 
여기서 공공서비스방송(public service broadcasting)은 공공성을 중심으로 서비스하는 방송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최소한 ‘지상파방송’이 공공서비스방송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그래서 지상파방송은, 영국의 방송규제기관인 Ofcom이 제시한 공공서비스방송의 목적 4가지, 즉 정보제공, 지식과 이해 자극, 문화정체성 강화 및 반영, 대안적 관점 제공 등에 충실할 의무 등을 지니는 것이다. 한편 국가는 이런 지상파방송의 다양성, 즉 정보 지식 문화 대안의 다양성을 증진시킬 법적 의무를 지고 정책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와 방송위원회는 도대체 이런 국제법에 따른 국가나 규제기관의 의무에 대해서 아주 ‘배째라식’ 행정이다. 먼저 문화다양성협약의 근본이념인 ‘문화는 교역의 대상이 아니라 교류의 대상이다’를 부정하고, 방송영역을 한미FTA 협상 대상으로 취급했다.  
 
▲ 언론노조는 지난 24일 오후 목동 방송위원회 앞에서 조창현 방송위원장 규탄 및 방송위원회 바로세우기 언론노동자 1차 결의대회를 열었다.     © 언론노조 제공

전 세계 통상과 문화분야 전문가들이 수년에 걸친 토론과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한 ‘인류 문화의 대헌장’인 문화다양성 협약이 작년 12월18일로 비준국 30개국이 넘어 오는 3월18일에 국제법으로 발효된다. 협약은 지금 우리가 한미FTA 협상에서 겪고 있는, 주권국의 문화정책에 대한 통상협정의 폭력 앞에서 문화정책을 채택 시행할 각국의 주권을 보장한 국제법이다.
 
이미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2005년10월, 147개 UN 회원국과 함께 문화다양성 협약 채택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런데 백보 양보해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문화의 핵심요소인 방송을 FTA 협상대상에 올리자고 우길 수 있다. 왜냐면 문화다양성협약에 대해서 147개국이 찬성할 때 미국과 이스라엘 두 나라만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통상협정의 폭력’을 휘두르는 미국이 방송영역을 협상의제에 상정하자는 요구에 한국정부는 맥없이 주저앉았고, 급기야 ‘내 줄 것’을 정리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문화다양성협약에 찬성표를 던진, 그것도 반기문 UN사무총장이 한국의 외교부장관으로 있을 때 통과시킨 협약을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는 것.
 

또한 문화다양성협약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만 있었더라도 지금처럼 구차하게 방송분야는 ‘포괄적 미래유보’로 묶어둬야 한다며 한국정부와 미국정부에게 구걸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애초부터 방송위원회가 한미FTA 협상대상에서 문화다양성협약에 대한 이해부족 등으로 인해 ‘방송분야’를 제외시키고자하는 시도조차 하지 않음으로써 지금의 방송위 난맥상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
 
조창현의 매국행위?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자, 방송을 팔아먹으려는 자, 한국인의 영혼을 팔아먹으려는 자들이 매국행위, 즉 FTA협상관련 내용을 세상에 알린 ‘애국자’를 방송위 위원장 조창현은 조사하라고 지시한다. 매국노와 매국행위를 시민사회에 고발한 사람을 보호해주지 못할망정 ‘애국자’를 색출해서 엄벌하겠다는 조창현의 행태는 매국노와 매국행위를 옹호하는 행위로 또 다른 매국행위다.
 
뿐만 아니다. 조창현은 단 한 번도 한미FTA에서 방송을 지키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 최근 시민사회의 강력한 규탄 기자회견 및 집회를 겪으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방송위원회는 ‘방송영역은 포괄적 미래유보로 묶어야 한다’고 선언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조창현은 속으로 결코 동의하지 않았고, 기회만 있으면 방송을 미국에 팔아먹으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음을. 청와대끄나풀이기 때문에.
 
조창현은 청와대끄나풀?
 
조창현은 청와대가 떨어뜨린 낙하산을 타고 방송위에 입성했고, 곧장 위원장을 거머쥔다. 그리고 낙하산을 준 청와대의 뜻대로 충실히 ‘주구’역할을 다한다. 홈쇼핑 승인과정에서 방송위가 만든 원칙을 어겨가며 롯데쇼핑을 우리홈쇼핑 대주주로 승인해 준 것, 경인민방 허가추천과정을 불법적으로 중단시킴으로써 청와대 비서실장 이병완의 ‘푸들’로 자임하는 것, 노정권의 공공기관운영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 방관함으로써 공영방송을 국영방송으로 전락시킨 것, 방송위원회를 뿌리도 없고 정통성도 없는 기관으로 폄훼한 노대통령의 최근 주장처럼 독재시절 공보처로의 역사반동을 획책하는 방송통신융합기구설치법에 관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 등 그 동안 방송위가 결정한 반공공적 반독립적 결정과 행동의 대부분이 조창현에 의해서 주도되었다. 정치적 독립성이 유난히 강조되는 무소속합의제행정기구인 방송위원장이 아니라 청와대끄나풀이라는 평가가 그래서 나온다.
 
조창현은 그만 둬야한다! 
 
조창현은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다. 제발 그만 두고 손자손녀들과 놀아주는 ‘할아버지’로서 조창현을 보고 싶다. 조창현의 손에 공공서비스방송을 맡겨둘 수 없다. 틈만 나면 공공서비스방송을 물어뜯고 심지어 K-TV프로그램과 비교하는 작태를 드러내는 노무현대통령의 청와대 지시를 관철시키는 주구를 정치적 독립성을 위해 만들어진 방송위 위원장에 앉혀둘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물어뜯어 죽일 때가 아니라 무료보편적방송서비스에 공공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지상파를 향해 정책지원을 집중할 때다. 그래서 조창현은 지금 그 자리를 물러나야 한다. 

* 글쓴이는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입니다.
언론학 박사이며,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과
대자보 논설위원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 : http://yms7227.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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