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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사의 어거지 맞서 끝까지 투쟁하겠다”
[사람] 철도공사 외주외탁 강요 거부, 새마을호 승무원지부 이은진 대표
 
박지훈   기사입력  2007/01/05 [17:18]
최근 철도공사는 KTX에 이어 새마을호 승무원들도 자회사인 KTX 관광레저로 외주위탁 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반발한 20여 명의 승무원들은 철도공사의 외주위탁 철회 방침을 촉구하며 서울역에서 지난달 30일부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앞서 철도공사는 지난 11월 16일 전적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를 받아들인 80여 명은 관광레저로 이관됐으나 이를 거부한 20여 명이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것.

이들은 외주위탁이 되면 승객의 안전에 문제가 생기며 철도공사 노동자의 외주위탁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은진 승무원 대표는 "외주위탁으로 전환될 경우 승무업무 뿐 아니라 타 업무도 (승무원들이) 병행할 수 있다"며 "업무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서울역 대합실에서 철도공사의 외주위탁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 대자보 김한솔

정규직도 '위탁고용' 가능, 철도공사 노동자 불안

이 대표는 "철도공사측에서 관광레저에서 물품 판매를 선택사항이라고 제시하며 (물품을 판매할 경우) 성과급까지 주겠다라는 말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 "이철 사장은 비정규직 뿐 아니라 정규직도 외주화하겠다는 의사표명을 했다"며 "이번 철도공사의 외주위탁을 초장에 막지 못하면 공사 자체가 산산조각 나고 공사는 돈 버는데 혈안이 되는 기업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새마을호 승무원 반발에 대해 철도공사는 지난 2일 낸 보도자료에서 "새마을호 승무사업을 계열사에 위탁하고 정규직화 한 것은 승무서비스 전문화 및 고용안정을 꾀하려는 경영방침에 의한 것"이라며 "계열사 정규직 전원 채용 등 공사 제의를 모두 거부한 채 고객들이 이용하는 장소에서 극한적 대립을 고수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철 사장은 최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외주위탁 철회 불가침을 다시 한 번 천명했다.

이에 4일 서울역에서 이은진 승무원 대표를 만나 철도공사 및 이철 사장의 주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어봤다. 
     
철도공사와 관광레저 1년 단위 계약, 사실상 고용불안 상태 계속되는 것

▲ 이철 사장은 외주위탁 철회 불가 방침을 고수하는데

철도공사에서 외주위탁을 경영방침으로 삼은 것이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새마을 승무원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 있는 직접고용 비정규직들도 외주위탁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이철 사장은 정규직도 외주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왔기에 이번 사태를 초장에 막지 않는다면 공사 자체가 동강나 승객 안전은 뒷전이 되고 돈버는데 혈안이 된 기업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 새마을호 승무원 대표 이은진 씨     © 대자보 김한솔
▲ 외주위탁이 2년 고용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비정규직법안과 연관은 없나


그것을 겨냥한 것 같다. 철도공사는 (승무원들의 정규직화를 피하기 위해) 지금 계약하는 승무원들에게 2007년 12월31까지 계약을 체결하되 공사 경영 방침에 의해 전환배치가 필요할 경우 계약 시기를 만료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단다. 단서 자체가 승무원을 외주위탁 하거나 다른 곳으로 보내도 무방하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는 것이다.

▲ 철도공사는 지난 5월 입사 당시 계열사에 위탁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은 후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인가

지난 5월에 입사한 신입들에겐 그렇게 했다. 면접 보면서 12월 31일 다른 곳으로 갈건데 상관없냐고 물었다는데 그렇게 면접 보는 자체가 불법이다. 그걸 자랑스럽게 얘기하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또, 신입들에게는 그렇게 얘기했지만 그 전에 들어온 승무원들에겐 전혀 그런 말 없었다.

▲ 언제 입사했나

2005년 8월 계약을 체결했다. 다른 승무원들은 2003년, 2004년에 체결해 3∼4년 차 된 승무원들이 대부분이다. 공사는 우리들과 계약 체결 당시 외주위탁 건에서 대해선 한마디도 없었다. 오히려 2004년 12월에 들어온 승무원들에게 승무업무 하고 싶으면 하고 싶을 때까지 하라고 약속까지 했다. 현재 상황을 보면 공사에서 순간순간을 모면하려고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한다.

▲ 공사는 새마을호 승무사업을 계열사에 위탁하고 정규직화 한 것은 승무서비스의 전문화 및 고용안정을 위한 것이라는데 어떻게 보나

자꾸 전문성 얘기하는데 그렇다면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철도공사는 전문화가 돼 있지 않은 것인지 묻고 싶다. 또, 철도공사와 관광레저는 1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한다. 승무원들은 그런 회사의 정규직으로 가는 것이다. 만약 무슨 일이 생겨 두 회사가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비정규직이라도 철도공사 조합원이라 의사를 표현할 수 있지만 관광레저로 갈 경우 의사 표현과 활동도 힘들 뿐 아니라 표현할 데도 없다. 그저 주면 주는 대로 가라면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을 고용안정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거지다. 

▲ 철도공사와 관광레저 근무 조건 차이는

철도공사 직접고용으로 있을 경우 준비 및 대기시간을 포함해 174시간을 일하지만 관광레저는 승무 업무만 174시간에 해당한다. 과중한 업무가 될 것은 뻔한 일이다. 또, 연가와 같은 복지혜택도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우리가 아무말 안했으면 1월부터 시행했을 일인데 관광레저에서는 물품판매를 승무원들에게 지시할 방침이다. 이들은 거기서 나오는 돈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했는데 승무원들이 만약 다른 업무를 할 경우 안전 부분에 큰 구멍이 뚫릴 수 밖에 없다.

300일 넘게 싸워온 KTX에 대한 각계의 지지 힘입어 조속한 마무리 될 것

▲ 이철 사장은 외주화는 국가경영 철학과 연동돼 있다고 했는데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승무업무 자체가 외주화되면 안되는 근거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최근 KTX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에서 제시한 기획예산처의 철도공사 경영평가서에도 외주위탁은 정부 방침과는 다르다고 나오는데 어떻게 국가 정책과 연관된다고 주장하는지 의문이다.

비록 큰 문제를 안고 있는 법안이지만 비정규직 법안을 만든 것도 더 이상의 비정규직 양산을 막고 처우 개선을 하자는게 정부 방침인데 공기업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더 양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무슨 말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 KTX 여승무원같이 이번 사태가 길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그 부분에 대해선 하기 나름이라 생각한다. 이미 300일 넘게 싸워온 승무원들도 있고 각계 각층에서 지지해주고 있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안에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80여 명의 승무원들은 관광레저를 선택했는데 그 과정에서 갈등은 없었나

회사측의 회유와 협박을 받으면서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동안 자신들의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했다. 모두가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기에 그런 갈등 같은 것은 있을 수가 없었다. 
    
▲ 지날 달 19일 서울역 앞에서 KTX 여승무원 문제 연내해결을 촉구하는 2000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이은진 승무원 대표가 철도공사의 새마을호 승무원 외주위탁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 대자보 김한솔

▲ 단식 농성에 들어갔는데

12월 31일부로 해고 된 것에 항의해 7명이 30일부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가 어제 풀었다.
 
▲ 단식 농성하며 무슨 생각이 들었나

모두 처음 경험하는 거라 너무 힘들었다. 우리에게 승무 업무는 너무 소중하고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 우리의 소중함을 빼앗으려는 철도공사에 의지를 알리고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을 알리는게 중요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 단식 농성을 푼 이유는

더 열심히 싸우기 위해서다. 단식농성을 한 7명은 모두 중요한 일을 맡고 있다. 5일이면 부족하지만 우리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했다.

▲ 이길 승산이 있다고 보나

승무원 모두 가능하다 생각한다. 300일 넘게 싸워온 KTX 여승무원들이 있고 각계 각층의 지지가 있기 때문이다. 

▲ 지난달 31일 이철 사장이 농성장을 찾았다고 하던데

농성장을 찾아와 단식하지 말라며 외주위탁 철회는 절대 불가하다고 밝혔다. 그 날 한 여승무원이 울먹이며 이철 사장이 기획예산처 사장평가에서 D˚ 받은 것을 언급했다. 여승무원은 "경영에 신경쓴다면서 왜 그런 점수를 받았나, 또, 우리은행은 사기업임에도 불구하고 3천명이 넘는 인원을 정규직화 했는데 왜 사장님은 그렇게 못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철 사장은 그 말을 듣고 "나도 우리은행 사장이 안된게 원통스럽다"고 화를 내며 뛰쳐나갔다. 그러다 다시 돌아와 나를 찾아 "몸조심하고 몸상하지 말아라, 새해 복 많이 받아라"라고 했다.

승무원들이 그렇게 울면서 얘길하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안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승무업무로 돌아가 기존에 같이 일하던 차장님과 같이 일하기를 바랄 뿐이다. 
* 본 기사는 개혁적 기독교 인터넷언론인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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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1/05 [17:1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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