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데이션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파운데이션이라는 용어는 당연히 아시모프에게 온 것이다. 아시모프하면 떠오르는 몇 개의 단어가 있는데, 로봇 제 3원칙, 파운데이션, 그리고 부르클린이라는 단어 같은 것이 있다. 부르클린은 지금은 뉴욕인데, 빈민가 출신의 아시모프는 끝까지 자신은 뉴욕 출신이 아니고 부르클린이라고 주장을 하였다. 비슷한 경우로 이탈리아의 소수민족 출신인 움베르르트 에코를 생각해볼 수 있겠다.
파운데이션은 제1 파운데이션과 제2 파운데이션이 있는데, 은하계 끝에서 백과사전 만든다고 뻥치고 만들었던게 사실은 제1 파운데이션, 반대로 은하 한 가운데 도서관이라고 뻥치고 만들어놓은 게 제2 파운데이션이다. 1 파운데이션은 민주주의와 파시즘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시민정권에서 군사정권 그리고 상인정권으로 점점 이행해나간다. 2 파운데이션은 수학자 그룹인데, 이름도 없고, 1번, 2번, 10번, 그런 식으로 서로를 부른다.
파운데이션이라는 말은 "일단 망한다"를 전제로 하는 말이다. 난 대충 우리나라는 일단 망할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어느 정도까지 망할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3년간은 그 끝이 어딜지도 모르는 곳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평화파운데이션이라는 말을 처음 쓴 건 1년 반 정도 되는 일인데, 내가 진짜 무식하고, 몸도 아프고, 게다가 판단력이 극도로 흐려져 있을 때 만든 말이다. 비극적인 사건이기는 했다.
작년 초 처음 책을 낼 때에는 황우석 사건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는데, 그때까지도 나는 정말 우리 사회를 드리우고 있는 진짜 큰 어둠이 뭔지를 잘 모르고 있었다. 솔직히 고백하면 그렇다. 많은 사람들은 황우석 사건을 아마 까마득하게 까먹고, 어떤 사람들은 이 사건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도 싫어하기는 한다.
아직도 반성도 사과도 않는 사람들 그 때가 내가 서른 여덟살의 일이었을 거다. 일년 전이니까 말이다. 그냥 내가 살아온 시간을 뒤집어본다면, 제일 큰 사건은 87년 6월 한열이가 내 몇 걸음 앞에서 죽었을 때의 일이 아무래도 가장 큰 사건인 셈이고, 그 다음으로 큰 사건이 황우석 사건인 셈이다.
트라우마라는 단어를 쓴다면, 황우석 사건이 내 일생 일대의 트라우마인 셈이다.
난 원래도 의심이 많은 편이기는 한데, 황우석 사건 이후로 사람들을 거의 믿지 않는다. 내가 믿는 사람은 그 이후로 사과한 사람들인데, SBS가 사과했고, 경향신문이 사과했고, 조선일보가 살짝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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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제작팀의 집요한 문제제기로 파헤쳐진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 ©MLB 홈페이지 |
사과하지 않은 사람들은, 한겨레가 대표적으로 사과하지 않았고, 김병준이 사과하지 않았고, 김미화도 사과하지 않고 쓱 묻혀갔다.
한 때 98 대 2까지 의견차이가 벌어졌던 이 사건은 나에게는 너무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어떤 곳이고, 어떤 사람들과 살아가는지 순간적으로 살짝 그 속내를 엿볼 수 있는 사건이었던 셈이다.
파운데이션이라는 단어를 다시 사용하는 것은 순전히 황우석과 황우석을 지지했던 사람들 때문에 사용한다. 언제든 다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무서운 것 정말 무서운 것은, 그 때의 10대와 20대들이 생각을 바꾸지 않고 - 아마 그들은 바꾸지 않을 것이다 - 이 사회의 어른이 되면, 나같은 사람은 아마 그 시절이면 중국이 문화혁명이 그렇듯이, 길거리에서 군중들에게 맞아죽을 것 같다.
그런 날이 꼭 오고야 말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렇지 않으려면? 그런 고민들이 파운데이션이라는 질문으로 내가 해보는 고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