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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정권교체되면 ‘부동산 버블’ 붕괴돼
[경제논단] 집값안정, 토지임대부 건물분양 및 주택담보대출 규제 필요
 
이태경   기사입력  2006/11/07 [14:45]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민생경제 회복과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요건으로 정부는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

한명숙 총리가 6일 국회에서 대독한 노무현 대통령의 메시지다. 분양가 인하를 주요골자로 하는 1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불과 사흘 만에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라 할 대통령이 정부가 지닌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천명할 만큼 부동산 시장은 위태롭다.

정권교체 기대감이 아파트 가격 폭등의 최대원인

추석이후부터 본격화된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가격 오름세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가격 상승의 폭이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민의 정부 말기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부동산 가격 폭등은 이른바 ‘버블세븐’이라는 특정지역, 그중에서도 아파트에 국한된 문제였다. ‘버블세븐’이외의 지역은 부동산 가격 레이스에서 상대적으로 소외(?)-가격안정-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렸던 것도 ‘실수요’가 아니라 ‘투기적 가수요’였다. 쉽게 말해 ‘버블세븐’ 지역에 소재한 아파트가 꼭 필요해서 구입한 사람보다는 투기목적으로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던 것이다. 저금리로 인한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이를 한결 수월케 했음은 새삼 부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추석 이후의 아파트 가격상승은 ‘버블세븐’만이 아니라 수도권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아파트 가격 상승이 ‘투기적 가수요’ 보다는 실수요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즉 정부를 믿고 집값이 안정되기만을 바라던 실수요자들이 불안한 심정으로 요동치는 부동산 시장을 주시하다가 더 기다리면 내 집 마련의 꿈이 영영 사라지겠다는 판단을 하고 대거 수도권 소재 아파트 구입에 나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실수요자들은 추병직 장관의 검단신도시 건설발표를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아무튼 마음이 다급해질 대로 다급해진 실수요자들까지 대거 주택 구입에 나선 지금의 상황은 이전의 상황 보다 다스리기가 한결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기실 대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력함에 정교함까지 갖춘 부동산 대책들이 연이어 나온 데다 두 차례의 금리인상까지 단행된 마당이라 주택 가격의 하향안정화라는 정부의 정책목표가 충분히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들이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시장참여자들의 ‘기대심리’다. 바닥을 기는 여당의 지지율에 더해 5.31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나자 정권교체 가능성이 부쩍 늘어났고 이에 수반하여 부동산 정책의 기조-특히 보유세 및 양도세 등의 세제부문-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동산 시장에 급속도로 확산됐다.

부동산 부자들이 이전보다 한층 높아진 보유세와 양도세에도 불구하고 버티기로 나선 데에는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다. 똑같은 이유로 무주택자들도 한나라당이 집권하게 되면 집값이 더 오를 테니 지금이라도 막차를 타야한다며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여당의 집요한 요구에 시달리다 못한 정부가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 재산세 상승율을 인하한 조치도 큰 실수였다. 정부의 조치를 보유세 현실화 정책의 후퇴로 받아들인 시장참여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아파트 구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금의 상황이 더 염려되는 이유는 지금의 부동산 가격 앙등이 사회적 양극화와 경기침체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경제 전체를 수렁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데 있다.

주지하다시피 80년대 말의 주택 가격 폭등과 지금의 그것은 근본적으로 사정이 다르다. 80년대 말 60%정도에 머물던 주택 보급률이 지금은 100%를 넘는다. 즉 주택이 부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주택 가격에 엄청난 거품이 형성돼 있다는 의미이다.

지난 역사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특정 자산에 형성된 거품이 위험수준을 넘어서면 반드시 폭발하였다.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잃어버린 15년을 보낸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부동산은 특히 금융부문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부동산 버블 붕괴는 금융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세계 최강의 제조업 경쟁력을 자랑하는 일본조차 부동산 버블 붕괴의 후유증에서 아직까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부동산 버블 붕괴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금 이곳저곳에서 나오는 소리들을 들어보면 이미 대한민국도 부동산 버블 붕괴 초읽기에 들어간 듯싶다.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정부의 최대 고민은 정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투기적 가수요 억제에 가장 효과적인 보유세 카드는 8.31대책으로 이미 사용한 상태다. 물론 보유세율을 지금보다 더 높이고 과세 대상도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정치지형과 국민여론을 감안할 때 이를 입법화하기란 어려운 노릇이다.

금리 인상도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아니다. 집값을 안정시키자고 금리를 인상시키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양원가 공개 및 이를 통한 분양가 인하, 후분양제의 추진도 집값 안정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분양원가 공개 및 이를 통한 분양가 인하는 최초 분양자에게만 혜택을 미칠 뿐이다.

지금 단계에서 정부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취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정부는 앞으로 분양할 2기 신도시 및 3기 신도시의 분양방식을 토지임대부 건물 분양방식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토지 임대부 건물 분양방식은 분양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뿐 아니라 토지 불로소득이 발생할 여지가 적기 때문에 실수요자 위주로 청약이 이루어지게 된다.

만약 앞으로 수도권에 공급될 신도시들을 토지 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으로 분양하게 되면 신도시는 물론이고 주변 집값도 안정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부동산 투기를 한결 쉽게 만들고 있는 주택 담보 대출에 대한 관리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1가구 2주택 이상 소유자 및 고가의 1주택 소유자가 주택 담보대출을 받아 신규로 주택을 구입하려고 하면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해주지 않거나 초고율의 이자를 부과하는 식의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이 진정되지 않는 데 대해 정책당국자들이 당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정책당국자들은 냉정하게 시장을 응시하며 침착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급할수록 원칙에 충실하라”는 격언이 있다. 부동산 정책 당국자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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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1/07 [14:4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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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06/11/08 [15:48] 수정 | 삭제
  • 제목과 내용이 하나도 안맞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