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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익도 안하는 짓, 한국정부가 하다니”
[컬처뉴스의 눈] 주일한국문화원의 표현의 자유 탄압 규탄기자회견 열려
 
태윤미   기사입력  2006/08/19 [14:55]
지난 달 25일 주일 한국문화원(원장 류진환)이 도쿄에서 열린 <한안갤러리전>에 전시예정이었던 작품의 일부를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단 철거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는 창작의 자유와 검열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18일(금) 오전 10시 서울 안국동 달개비(구 느티나무 카페)에서 '주일 한국문화원의 표현의 자유 탄압 규탄 기자회견'이 있었다. 회견장에는 작품이 철거된 고경일 상명대학교 교수와 김영숙 작가를 비롯 우리만화연대(아래 우만연), 문화연대,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하 민예총), 미술인회의 관계자들을 포함한 각계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 18일 오전 주일 한국문화원의 표현의 자유 탄압 규탄 기자 회견이 서울 안국동 달개비(구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렸다.     © 컬처뉴스 제공

박재동 시사만화가는 "한국의 예술가들은 정치, 경제, 표현의 자유를 일궈낸 한국의 역사에 힘입어 역동적이고 강렬하게 활동해 왔는데 이번 사태는 그러한 자부심을 짓밟아 버린 것"이라고 지적하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문화예술인들이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헌 문화연대 공동대표는 "20년 전 도쿄에 한국의 민족미술이 전시될 때에도 한국 정부의 탄압이 있었지만 전시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회고하면서 "20년 후인 현재 시점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했다는 것은 정말 서글픈 일"이라고 전했다. 

6점의 캐리커쳐 작품을 철거당한 고경일 상명대 교수는 "종교와 우익, 천황에 대한 작품활동을 해오면서 일본 우익의 협박을 수도 없이 받아왔지만 작품이 떼어진 적은 없었다"고 전하며 "내 나라에게 이와 같이 황당하고도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해 헛웃음만 나올 뿐"이라고 전했다. 고경일은 "앞으로도 이러한 문제를 더욱 진지하게 작품으로 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도쿄신문에 한국의 젊은 창작자들을 소개하고 <한안갤러리전>을 기획한 김영숙 작가는 "내 작품 <카페 G는 고발한다>에 단 2초동안 보여지는 광주민주화운동 이미지 때문에 작품을 공개하지 못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며 "내 작품은 단순히 정치적인 부분을 패러디 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미 담론화되어 합의가 이루어진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것이 왜 국익에 위배가 되고 외교상 오해의 소지가 생기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철거된 작품이 스크린을 통해 공개됐다.     © 컬처뉴스 제공
 
한편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문화원 교수는 "정치적 패러디는 자유롭게 열려있을 때에 가능하다"고 강조하면서 "예술작품을 검열하면서 왜 TV 개그 프로그램은 검열하지 않느냐"며 비꼬았다.
 
유창서 영화인회의 사무국장은 "영화인들도 이러한 문제로 늘 고통받고 있다"고 전하면서 "창작물이나 예술작품이 과거를 말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침범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또 염신규 민예총 정책기획팀 팀장은 "민간문화예술교류의 창구 역할을 해야할 (재외)문화원이 오히려 예술표현의 검열 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적인 현실"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재 정부 홍보 수준에 머물고 있는 문화원의 기능이 예술교류 활성화라는 본래 목적에 맞게 변화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예총, 우만연, 미술인회의, 전국문화예술노동조합 등 12개 문화예술단체는 성명을 통해 류진환 원장이 국내 주요 언론에 사과문을 개제할 것과 이번 사태에 대해 해당 작가 및 전시회 방문자에게 문서로 된 사과문 발송,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하지 못한 작가에게 제반 경비 일체를 보상 할 것을 촉구했다. 또 "이러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정부는 류진환 원장을 파면하고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9월 국정감사를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 할 예정이다.

<한안갤러리전>에 참여한 작가들은 오는 9월 10일부터 열흘 동안 서울 구기동 대안공간 풀에서 <따끔한 맛>이라는 전시를 열 계획이며 10월 17일부터 22일까지 일본 교토에서도 전시를 가질 예정이다. 이 후에 "도대체 무엇이 국가이익이냐?"라는 주제에 동참하는 작가들과 함께 <국가이익전>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민예총 컬처뉴스 (www.culturenews.net) 에서 제공했으며, 본문의 제목은 원제와 조금 다르게 편집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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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8/19 [14:5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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