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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을 살리려든 '농업공무원' 만들어라
[비나리의 초록공명] 유기농을 중심으로 농촌회생의 전기 가질 수 있어
 
우석훈   기사입력  2006/08/08 [10:31]
우리나라에는 교육공무원이라는 제도가 있다. 대학교와 전문학교의 교원 2만명 정도를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30만명이 약간 안 되는 숫자가 초등과 중등 과정에서 ‘선생님’으로 교육현장에서 일하고 계신다.

요즘은 서울의 일부 잘 사는 동네 혹은 잘 살고 싶어 하는 동네를 중심으로 이러한 공교육의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점점 높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공교육 제도가 아예 무너진다면 소위 ‘기회의 균등’이라고 정의되는 ‘형평성’ 자체를 무너뜨리고 국민들이 국가라는 제도를 중심으로 같이 살아가기 위한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게 된다. 시장 사회에서 교육을 국가가 담당하는 것은 바로 이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장치이기 때문이다.
 
사립학교가 존재하고 사교육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교육공무원이라는 제도를 국가가 운용하는 이유는 그만큼 교육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기능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이 질문을 똑같이 농업에 대입시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현 정부에서는 10년간 119조원을 투입해서 농업을 회생시킨다고 소위 농정로드맵 10개년 계획이라는 것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지만, 실제로 들어가는 돈의 대부분은 6㏊ 즉, 1만 8000평의 농사를 짓는 7만가구를 육성하는 것에 대부분의 예산과 정책이 집중되어 있고, 나머지 대책들은 농업이 아니라도 했어야 하는 정책들을 더해놓은 장식품에 가깝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고령농들이 농사를 그만두는 데 대해서 지급하는 휴경직불제 같은 것들이다. 사회적으로 나쁜 취지는 아니지만 농사짓지 않는데 지불된 돈은 체계화되지 않은 휴경제와 연결되어 결국 2∼3년 농사를 쉰 땅이 힘을 되찾고 다시 농사를 짓게 되기보다는 도로나 개발시설물을 유치하게 된다. 농촌지역에 대규모 공사나 몇 번 하다가 결국 지역공동체도 깨어지고, 농사도 못하게 될 뿐더러, 외지인들이 농업은행이니 각종 장치를 통해서 농지투기하는 용도로 전락하게 되어버린다는 것이 지난 2년 동안에 현실이 보여준 교훈이다.
 
우리 농업은 선진국의 추세에 따라 적절하게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는 것과 함께 어떻게 다음 세대가 농업에 진입할 수 있게 해줄 것인가라는 두 가지 과제를 가지고 있는 셈인데,1%도 채 되지 않는 현재의 유기농 비율 상황에서 식품안전과 농업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길은 사실상 막막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하는 방법과 기업에 농업을 개방하는 두 가지 길이 있는데, 기업농 형태의 정책을 시도했던 일본의 경우는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했고, 세계무역기구(WTO)하에서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생태보조금이나 조건불리지역 직불제 같은 새로운 재정지원 방식을 개발하고, 교육훈련과 기술개발에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늘린 영국과 스위스, 그리고 덴마크가 나름대로는 성공한 편이다.
 
상상이지만 젊은이들의 농업진출을 촉진하기 위해서 정부가 농업공무원이라는 제도를 도입하면 어떨지에 대해서 자꾸 생각해보게 된다.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대책은 정년과 월급이 보장된 공무원 자리 아닐까? 9급 별정직 정도라도 소정의 시험과 교육을 통과한 젊은이들에게 적절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게 지원한다면 매우 빠른 시기에 유기농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농촌회생의 전기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어차피 현 정부가 농업을 회생시킬 수 없다면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위해서 100명만이라도 선발해서 시범사업을 펼쳐본다면 농업공무원 제도라는 새로운 틀을 위한 대전환이 가능할 것 같다.20대 젊은이들에게 농업으로 국가에 이바지하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러 가지로 좋을 것 같아 보인다. 사회적 기능은 국토생태보전과 국민보건이고, 추가적으로 우리나라의 농지가 거대한 일자리로 변하게 된다.
 
* 본문은 8월 7일자 <서울신문>에도 실렸습니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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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8/08 [10:3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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