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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총괄 대경위는 '국민기만위원회'
[한미FTA 역사쓰기3] 대외경제위원회는 '한미FTA 이익집단'의 총본산
 
김영국   기사입력  2006/07/31 [01:24]
대통령 FTA '협상 지침' 하달, FTA 의견수렴·정책수립·추진총괄 기구

한미FTA 관련하여 자주 듣는 이름이 바로 '대외경제위원회'다. 노 대통령이 한미FTA '협상 지침' 등을 내리는 회의이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위원회는 각종 FTA나 DDA 등 대외개방정책을 수립하고, 총괄하기 위해 국민경제자문회의(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의 산하에 설치한 기구다. 2004년 8월 30일 공식 출범, 첫 회의를 가진 이후  2006년 6월 21일까지 모두 7차례 열렸다.

대외경제위원회는 중요한 결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대통령이, 통상적인 회의인 경우에는 경제부총리가 주재한다. 회의에는 관계부처 장관들과 전경련, 무역협회 등 업계 대표, 통상전문가 등이 참석해 대외개방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추진 방침 등을 결정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8월 첫 회의에서 대외경제위원회의 기능 및 운영과 관련 "대외경제위원회에서 FTA, DDA 등 대외개방정책 전반에 대해 토론하고 결정한 후, 이를 건의하면 정책으로 채택토록 하겠다."며 힘을 실었다.

노 대통령은 또 개방을 통해 국내외 경쟁을 심화시켜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 대외개방정책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도 중요하다"며 "정부가 소신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여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런 주문은 대외경제위원회에서는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립서비스'에 불과했다.

대외경제위원회에 참석해서 주로 발언하는 민간위원들이 강신호 전경련회장, 김재철 무역협회장,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이경태 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등 한미FTA로 이익을 보게 될 재벌총수와 한미FTA 경제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홍보에 불리한 부분을 은폐.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 등으로 채워졌다. FTA로 수혜를 누릴 적극적 대외개방론자 일색으로 맴버를 구성해 마치 '한미FTA 이익집단 전략회의'를 연상케 한다.

실제 이들의 발언도 대부분이 적극적 개방에 초점을 두고 일부 문제점만 살짝 건드리는 피상적인 수준이다. 한미FTA가 본격 추진중에 쏟아져 나온 각계 전문가와 단체들의 우려 및 대비책 마련 요구 등을 제대로 전달할만한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다.

특히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의 경우, 제2차 대외경제위원회에서 발언을 통해 "쌀 등 농업개방 문제에 대해 개방의 불가피성을 홍보하는 공익광고 방송을 추진해야 한다"며 "한미FTA에 있어 강력한 이해관계 집단의 반발을 고려할 때 FTA 등 '밖으로부터의 압박'을 통한 개방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한미FTA를 바라보는 인식이 얼마나 반서민적이고 파괴적인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재벌총수 등 한미FTA 찬성파 일색, "반대토론은 하지 않겠다"

한편 한미FTA 2차 본협상을 앞두고 국내 비판여론이 급속히 확산되자, 마지못해 2006년 6월 21일 제7차 대외경제위원회에서 처음으로 한미FTA 반대진영인 범국본 소속 4개 단체 대표들을 참석시켰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미FTA 반대토론은 하지 않겠다"고 못 박고 나섬으로써 '구색 갖추기' 회의가 돼버렸다.

노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대외경제위원회를 당초 설치 목적인 한미FTA 추진에 대한 광범위한 의견 수렴 창구로서가 아니라, 오로지 한미FTA에 대한 장미빛 환상만을 듣고 즐기기 위해 만들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참석자들의 면면을 봐도 그렇고, 노 대통령의 생각도 반대의견을 들을 준비도 듣고 싶은 마음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대외경제위원회 같은 의견수렴 기구는 외교통상부의 독단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기구였다. 대외협상을 주로 담당하는 협상 창구에 그쳐야 할 외교통상부가 경제적 파급효과가 엄청난 FTA와 관련해 전체 로드맵을 수립하고 국내 산업대책까지도 사실상 수립하는 큰 문제점이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재정경제부 등 여타 정부 부처가 통상교섭본부를 견제하며 협상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하에 대외경제위원회에 범부처 차원의 실무기획단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실무기획단은 2006년 초에 폐지되고 말았다. 지금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에 ‘한·미 FTA 기획단’이 설치돼 이를 대신하고 있다.

이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노무현 대통령을 설득, 한미FTA의 ‘고(Go)’ 사인을 받아냈고, FTA에 관한한 노 대통령이 김 본부장에게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그러나 오로지 개방만을 외치는 통상교섭본부와 개방으로 인한 국민적 피해를 떠안게 될 각 부처의 입장은 다른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한미FTA를 워낙 강하게 밀어부치고 있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각 부처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독주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는 건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

철저한 비밀주의, 진실은폐- "의견수렴 창구 맞아?"

한미FTA 같은 초대형 개방정책은 모든 분야에서 크고 작든 피해를 입게 되는 국민들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대외개방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각계의 의견수렴과 대책마련은 필수다. 따라서 그런 의견수렴 창구로서 대외경제위원회가 존재한다면, 회의 결과와 내용들은 국민들에게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국민들이 개방으로 영향을 받게 될 자신들의 미래와 관련 나름대로 준비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의견수렴 창구로서 마련된 대외경제위원회의 회의 결과는 대부분 철저하게 비밀로 부쳐지고 있다. 청와대 사이트에 일부 공개된 대외경제위원회 회의록은 그야말로 보잘 것 없는, 참석자들의 발언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한 게 전부다. 그마저도 한미FTA 관련 중요한 논의들이 있었던 제5차 대외경제위원회(2005.9.12)부턴 공개도 하지 않고 있다.

고작 대통령의 발언 등만 언론을 통해 전해질 뿐이었다. 회의 안건으로 올라 보고된 FTA 추진현황, 추진전략, 추진전망, 산업별 영향 분석, 이해집단 설득 및 홍보대책 등과 같은 알맹이들은 모두 비공개다.

반면 상대국인 미국의 전략은 이미 미 무역대표부(USTR)가 의회에 보고하고 공개해 우리도 그 내용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정작 우리 정부의 진실된 전략은 전혀 모른다. 심지어 대외경제위원회에서는 장관들에게 보고한 문건까지 도로 거둬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MBC PD수첩 등에서 입수해 공개한 일부 '비공개 문건(보고서)'에서 보듯, 우리 정부와 협상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4대 선결조건 등과 관련 명백한 거짓말을 한 게 드러날 정도로 심각한 내용들도 있었다.

결국 대외경제위원회는 국민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을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기만하는 창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 1~7차 대외경제위원회 회의자료 내용과 문제점 분석(청와대브리핑.참정연, 2006.7.28)

☞ 정태인, "한미FTA 협상, 준비허술에 불투명하고 비민주적" (프레시안, 2006.4.2)

☞ 정부 ‘FTA 전략’ 세우기나 한 건지…(조선일보, 2006.7.11)
(한미FTA 역사 쓰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필자는 대자보 편집위원, 참여민주주의와 생활정치연대 회원입니다. 한미FTA 관련자료를 더 보실 분들은 참정연 홈페이지를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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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7/31 [01:2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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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봉 2006/08/24 [20:15] 수정 | 삭제
  • 국민에 의해 협상테이블로 나온 미국과 미국의 압력과 정치적 잔머리로 나온 한국이 협상을 하면 결과는 뻔하다.

    국민을 대표하는 미국 대표부, 국민을 기만하려는 한국 대표부...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