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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세븐'이 기가 막혀? 동아일보가 더 기막힌다
[시론] 강남 '버블 세븐'을 '세금 폭탄론'으로 호도, 집갑 부풀리기에 개탄
 
이태경   기사입력  2006/06/09 [21:35]
  〈동아〉, ‘버블세븐’을 걱정하다

“‘버블세븐’이 기가 막혀” 〈동아일보〉6. 9자 일면 머릿기사의 제목이다. 기사를 조금 인용해 보자!
 
“정부가 ‘버블 세븐’으로 지목한 서울 강남구 등 7개 지역에 집이 1채라도 있는 사람은 내년에 집값이 떨어져도 보유세를 올해보다 더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세표준(과표·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보유세를 피하기 위해 버블 세븐 지역에서 올해 30평형대의 집을 팔면 평균 1억 원 남짓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에 따라 ‘3·30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버블 세븐 지역의 주택거래 건수는 발표 전보다 23%가량 줄어들었다.

…이번 분석은 집주인이 2003년에 아파트를 샀고 매년 집값이 대세하락기인 1991∼98년의 평균 하락률(1.9%)만큼 떨어지거나 대세상승기인 1999∼2006년 평균 상승률(11.7%)만큼 오른다는 가정을 전제로 했다.

이에 따르면 내년에 집값이 떨어져도 버블 세븐 지역에 집이 있는 사람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해 평균 223만3000원을 낸다. 올해 평균 보유세 113만8000원의 2배에 가깝다.

종부세 대상 주택의 과표가 내년엔 공시가격의 80%로 올해보다 10%포인트 오르는 데다 공시가격이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과표는 2009년까지 매년 상승하게 돼 있어 집값이 내려도 보유세는 늘어날 수 있다.

집값이 내년에 대세상승기 평균인 11.7% 오르면 버블 세븐 지역의 평균 보유세는 올해의 2.5배인 285만9000원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보유세가 부담스러우면 집을 팔라고 하지만 버블 세븐 지역에서 양도세 비과세 대상이 아닌 집주인이 올해 주택을 팔면 평균 1억214만6000원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보유세가 대폭 늘어 집을 팔려고 해도 양도세 부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태는 주택 거래가 크게 줄어든 데서 잘 나타난다.

3·30 부동산대책 이후 집주인들은 세금 부담 때문에 매물을 내놓지 않고,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집값 하락을 기대하면서 매수를 늦춰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보유세와 양도세가 과중해서 \'버블세븐\'지역에 거래가 동결된다는 동아일보의 주장은 사실이 아닐뿐더러 집값안정에 역행하고 있다..     © 동아일보 6월 9일자 PDF

위의 인용문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동아〉의 주장을 요약하면 ‘정부의 8.31조치에 따라 이른바 ‘버블세븐’지역에 위치한 주택 소유자들의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되는데 이들은 보유세 부담 때문에 자신들이 소유한 주택을 팔고 싶어도 양도세가 무서워 팔수도 없는 상황이며, 이에 따라 ‘버블세븐’지역에서 주택 거래가 크게 위축되었다‘정도가 될 것이다.

이른바 ‘버블세븐’지역에서 주택거래가 위축되고 있는 원인을 예리(?)하게 짚어 낸 〈동아〉는 전문가들의 입을 빌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옮겨 본다.

“서울시립대 임주영(경제학) 교수는 ‘현 부동산 세제는 그대로 유지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친 면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의 숨통을 틔워 주기 위해 양도세 등 세제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것.

아주대 현진권(정책분석학) 교수는 ‘조세도 경제정책의 한 부분인 만큼 거시경제 환경이 바뀌었다면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집값 안정을 위해 2, 3년 전부터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렸어야 하는데 뒤늦게 세금으로만 해결하려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취득·등록세를 낮춰 집을 사는 사람의 부담을 줄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버블세븐’지역이 동맥경화증에 걸린 원인을 명확하게 밝힌 〈동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도세 등을 낮추어 거래에 숨통을 틔워 주라고 친절하게 조언하고 있다.

‘버블세븐’지역의 주택 거래가 위축되고 있는 원인이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를 설명하고 있는 〈동아〉의 주장은 이로정연하다. 이제 남은 일은 〈동아〉의 주장을 정책에 반영하여 부동산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일만 남은 듯 하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버블세븐’지역에 소재한 주택 거래가 위축된 원인 및 해법에 대한〈동아〉의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문제와 해답, 모두 틀린〈동아〉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동아〉는 ‘버블세븐’지역에서 주택 거래가 동결된 원인으로 과중한 보유세 및 양도세 부담을 들고 있다. 8.31부동산 대책으로 말미암아 ‘버블세븐’지역에 소재한 주택들이 대거 종부세 과세대상이 되는 바람에 보유세가 크게 늘었고 보유세가 무서워 주택을 매도하려는 사람들은 양도세 부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라는 지적이다.

먼저 보유세가 과중해진다는 〈동아〉의 주장은 다양한 예시에도 불구하고 설득력이 전혀 없다. 기실 보유세 부담 운운할 수 있는 대상은 종부세 과세대상 정도인데 정부에서 2005년 8.31대책 발표 당시 2006년 종부세 과세대상을 전체 970만 세대 가운데 중복세대를 포함하여 약 2%로 예상한 바 있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보유세로 인해 다소나마 신경이 쓰일(?) 사람들은 대한민국에서 한 줌도 되지 않음을 금방 알 수 있다.

또한 종부세 과세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종부세 과세대상자들이 부담해야 할 세액은 2009년이 되어도 공시가격의 1%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여기서 명심할 점은 정부에서 종부세 과표로 삼는 공시가격이 시가에 많이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터무니없이 적은 종부세 과세대상자들과 시가 대비 1%크게 모자라는 보유세율을 가지고 과중한 보유세 운운하는 〈동아〉의 주장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한편 일각에서는 보유세를 마치 징벌적 세금인양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인식이다. 주지하다시피 보유세는 개인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는 각종 서비스에 대해 당연히 지불해야 할 댓가일 뿐이다.

보유세가 개인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는 각종 서비스에 대한 댓가라는 점, 한국사회의 보유세 수준이 기형적일 만큼 낮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8.31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사회의 보유세는 과세대상과 세율, 과표 현실화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실정이다.

보유세가 과중해 주택을 팔려고 해도 양도세가 무서워 주택을 팔지 못하고 있는 ‘버블세븐’지역 주민들에 대한〈동아〉의 근심(?)은 갸륵하긴 하나 번지수를 잘못 찾은 듯싶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양도세는 양도차익이 발생해야 낼 수 있는 세금이다. 주택이나 토지 등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양도차익이 대표적인 불로소득임은 긴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필요경비 등을 제외한 양도차익은 전부 세금으로 환수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사정이 이러한대도 ‘버블세븐'지역 주민들이 양도소득세가 무서워 주택을 매각하지 못하고 이에 따라 동결 효과가 나타나니 거래 활성화를 위해 양도소득세를 내려주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동아〉의 속내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물론 ‘버블세븐’지역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주택 가격이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뒤 늦게 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주택을 장만한 사람도 있을 것이며 이들 중에는 등록세 및 취득세, 대출이자, 양도소득세 등을 제외하고 나면 수중에 남는 것이 없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을 구제하고자 양도소득세를 인하할 수는 없는 일이다. 투기심리건, 투자심리건 간에 자신의 판단으로 주택을 구입했으면 거기 대한 책임도 자신이 지는 법이다.

양도세 인하는 보유세가 충분히 현실화 되었을 때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다.

부동산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가 거래 동결의 원인

〈동아〉의 주장과는 달리 ‘버블세븐’지역에서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는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대패한 이후 부동산 정책의 기조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과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장악할 것이라는 예측이 시장에 팽배한 탓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후각, 그 중에서도 부동산 부자들의 후각은 가히 동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지방선거 직후 여당이 보이는 행태를 보면서 부동산 정책이 자신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방면으로 변할 수도 있음을 직감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게다가 정권교체 가능성마저 커져가고 있는 마당에 이들이 서둘러 매물을 팔 이유는 없는 것이다. 설혹 보유세가 조금 부담이 되더라도 내년까지만 버티자는 것이 이들의 속내가 아닐지?

여론을 오도하는 ‘세금폭탄론’에는 이제 신물이 난다. 모쪼록 〈동아〉도 이쯤에서 ‘세금폭탄론’ 유포를 그만 두는 것이 좋겠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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