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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근본주의와 신보수주의
'전쟁 이후의 전쟁' (2) 4차대전을 꿈꾸는 사람들-상
 
지오리포트   기사입력  2003/05/01 [00:03]

매파와 비둘기파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라크 침략 전쟁 이후 부시 행정부의 외교 정책 현안으로 다시 떠오른 ‘북핵 문제'다.

‘북핵 문제’는 한반도 전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부시 행정부 내 주전파와 주화파의 대립을 남의 집 불구경하듯 볼 수 없는 이유다.

지난 며칠 동안 불거져 나온, ‘럼즈펠드 비망록’이나, 미국기업연구소에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공화당)이 한 말이란 결국 이라크처럼 북한도 ‘손을 봐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도대체 이들 매파들의 구상은 무엇인가? 부시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들 매파들 즉 ‘신보수주의자’(neoconservatives)'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제4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려고 하는 이들의 철학과 전략은 무엇인가?

[관련기사]
백찬홍, 부시는 기독교우파와 시온주의의 포로(3), 대자보 100호

이데올로기 칵테일

부시 정권의 특징은 기독교 근본주의와 신보수주의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칵테일한 것이다.

부시는 잘 알려져 있듯이 텍사스 출신으로 이른바 ‘성경벨트’라고 불리는 미국 남부 지역(텍사스, 캔사스, 사우스캐롤라이나, 앨라바마, 조지아, 뉴올리안즈 등)을 배경으로 한 기독교우파 세력을 등에 업고 있다.

사회문화적으로 볼 때, 기독교 근본주의는 1960년대 반전운동, 흑인민권운동, 여성해방운동, 히피운동에 대한 역사적 반동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공립학교에서의 ‘성경과 기도의 자유’, 마약․ 동성애․ 낙태 반대, 남녀평등 헌법수정안 폐기 등을 주장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새롭게 공업지역으로 부상한 미국 남부 지역의 경제력이 이들의 물적인 토대다.

부시 행정부 내에서 이들 기독교 근본주의를 대변하고 있는 이는 존 애쉬크로프트(John Ashcroft, 61) 법무장관이다. 애쉬크로프트는 오순절교회(여의도 순복음교회와 같은 교파라 한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예일대와 시카고대에서 학위를 마쳤다. 미주리 주 법무장관과 상원의원을 역임한 인물로 클린턴의 탄핵을 가장 목청 높여 외쳤던 사람이다.

하지만, 조지 부시 대통령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신보수주의자는 이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과는 성장 배경이 다르다. 신보수주의자들은 주로 동부 해안 출신이며 대부분 유대계이다! 아침에 성경이 아니라 시사잡지를 읽는 사람들이다. 사회문화적으로도 임신 중절을 금지하고자 하거나 학교에서 예배를 강요하려고 하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 내 신보수주의자의 대표는 폴 월포위츠(Paul Wolfowitz, 59) 국방부 부장관이다. 월포위츠는 교직자 가정에서 성장한 유대인이다. 뉴욕 출신이며, 코넬대와 시카고대에서 학위를 받았다. 이후 예일대와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눈에 띄는 이력으로는 1983년부터 86년까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현재 제임스 켈리), 1986년부터 89년까지 인도네시아 대사, 1989년부터 93년까지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1993년 국방대학의 국가안보전략 교수 등이다.

이라크 전쟁이 일어난 뒤 사람들은 이 전쟁이 부시 1세 때부터 계획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1992년 폴 월포위츠가 당시 딕 체니 국방장관(현 부통령)에게 제출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보고서는 2000년 9월 <미국 방위의 재건--새로운 세기를 향한 전략, 힘, 자원>, 2001년 <21세기를 위한 전략적 에너지 정책>(체니 보고서), 2002년 9월 <미국국가안보전략>(부시 독트린)으로 이어지고 있다.

둘이면서 하나인 것

애쉬크로프트와 월포위츠의 이력을 찬찬히 뜯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이 두 사람 모두 시카고대학에서 각각 법학박사 학위와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점이다. 이데올로기 칵테일의 고리인 것이다.

시카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요즘 한창 메이저리그에서 그 이름을 알리고 있는 최희섭을 떠올릴 터이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 카포네와 같은 갱스터를 떠올릴 것이다.

또 정치와 경제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시카고학파의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von Hayek, 1899-1992)나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1912-)을 떠올릴 법도 하다. 자생적 질서로서의 시장 중시, 반케인즈주의 즉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의 축소, 화폐와 통화 중시, 이들의 경제이론을 현실에 적용한 이른바 레이거노믹스, 신자유주의 등등.

또 다른 한편, 정치학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레오 스트라우스(Leo Strauss, 1899-1973)라는 정치철학자를 떠올릴 수도 있다.

스트라우스나 하이에크나 모두 1950년대초 시카고 대학의 사회사상위원회(Committee on Social Thought)의 구성원들이었다.

밀턴 프리드먼은 최근 이라크 전쟁이 세계경제를 진작시킬 거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만약 레오 스트라우스도 살아 있다면, 이라크 전쟁이 ‘좋은 체제’인 ‘미국의 민주주의’가 더욱 확산되는 계기가 된 거라고 말했을 듯싶다.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의 경제사상과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은 그 궁극의 지점에서는 둘이면서 하나다. 이들의 사상과 철학이 1970년대 이래의 세계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자본주의적 극복방안의 연장선상에서 복원되고 다시 재정립되었기 때문이다.

'규제완화, 민영화' '작은 정부' '시장원리' '복지지출 축소' 등등의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담론들은 1980년대 '신보수주의' 정권(미국의 레이건, 영국의 대처)들에 의해 하나의 국경 안에서 정책 수준으로 시도되었다.

그러던 것이 사회주의권이 몰락한 이후인 1990년대부터는 신자유주의적 전략을 일국적 차원에서 세계적인 차원으로 재편해나가야 한다는 논리로 전개되었다.

말하자면, 1992년의 폴 월포위츠의 보고서는 이런 세계자본주의 재편의 군사적 대응 보고서였던 셈이다. 또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를 대신해서 1995년 1월 1일부터 공식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는 세계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적 제도화를 상징하는 것이다.

'나쁜 체제'는 전복시켜라?

레오 스트라우스는 1973년에 사망했고 사실 그때까지 신보수주의는 공식화하지 않았다. 물론 오늘날의 신보수주의자들의 전략과 철학이 모두 스트라우스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기본적으로 레오 스트라우스의 사고방식은 신보수주의자들에게 기본적인 밑그림을 제공했다.

◀ 정치철학자 레오스트라우스. 출처 www.straussian.net    

스트라우스의 저작은 국내 정치학자들에 의해 몇 권 소개되어 있는데, <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에 소개된 약력에 따르면, 1899년 독일 헤센 주, 키르히하인에서 태어난 유대인이다.

1916년 시오니즘에 ‘귀의’하고, 히틀러가 정권을 잡자 독일을 떠났다. 파리, 런던을 거쳐 뉴욕으로 건너갔다. 1949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시카고 대학 정치철학 교수로 재직했다.

플라톤, 스피노자, 홉스, 마키아벨리 등이 주된 연구대상이었다. 주요 저서로 <스피노자 성서학의 기반으로서의 종교에 대한 스피노자의 비판><토마스 홉스의 정치철학> <폭군론> <마키아벨리에 대한 사상들> <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 <국가와 인간> <자연권과 역사> 등이 있다.

“마키아벨리는 정치적 교의의 실질적 내용뿐만 아니라 그것의 양식마저 급진적으로 바꿔놓았다. 그의 정치적 교의의 실질적 내용은 전적으로 새로운 군주와 관련된 하나의 새로운 교의, 즉 사회의 토대, 다시 말하여 사회구조에 본원적으로 내재하는 비도덕성과 관련된 교의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와 같은 교의의 발견자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도덕률, 새로운 십계명의 전달자이다. 그는 가능한 한 최고의 의미에서 전적으로 새로운 군주, 새로운 모세, 예언자이다."

‘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아티클에서 마키아벨리를 논의하고 있는 부분이다. ‘새로운 군주, 새로운 모세, 새로운 예언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시오니즘적인 언어로 해석하고 있다.(너무 단정적인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스트라우스에게 기본적으로 문제가 되는 개념 가운데 하나가 플라톤 <국가론>의 원제인 ‘politeia'이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정치체(politeia)라고 불렀다. 정치체는 일반적으로 헌법(constitution)으로 번역된다. (하지만)우리는 넓은 의미에서 레짐(regime)을 고려하고 정치체를 레짐으로 번역할 것이다. 문명이란 레짐이란 용어의 근대적인 대체 용어이다.”(<자연권과 역사> 홍원표 역, 인간사랑, 166-170쪽에서)

다시 말해, 우리 말로 표현되는 국가, 정체, 헌법, 레짐, 문명, 체제 등은 모두 ‘한 사회의 생활방식’과 ‘정부형태’를 연계시키는 사유를 드러내는 말이다.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이 체제가 인간의 본성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20세기에 어찌하여 인류는 나치즘이나 코뮤니즘이라는 전체주의 체제(폭군)를 만들어낸 것일까? 스트라우스는 ‘근대성(mordernity)'을 문제삼는다. 근대성이 민주주의의 토대를 이루는 미덕이라는 도덕적 가치를 부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트라우스는 근대성의 근본을 이루는 계몽주의 즉 이성적 사유에 종교를 대립시킨다. 종교란 그에게 ‘율법’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실천 가능한 종교 즉 '율법'은 기독교라고 말한다.(결국 신보수주의나 기독교 근본주의도 둘이면서 하나다.)

스트라우스는 미국이 본질적으로 고전적 지혜와 성경을 바탕으로 세워진 국가라고 본다. 그리고 이런 국가가 전체주의 체제(폭군), 다시말해,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나치 독일과, 제3차 세계대전인 냉전시대에는 소련과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유대인들에게 제2의 가나안인 미국의 소명을 말하고 있는 셈이다!

유일한 희망이라 할 '좋은 체제‘와 반드시 부정되어야 할 ’나쁜 체제‘…….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02년 1월 29일 국정연설에서 북한, 이라크,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것과 같은 맥락인 것이다.

스트라우스 자체는 반세계화주의자였다. 어떤 면에서 그러했는가 하면, 보편적인 우정, 세계시민, 인류애란 사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좋은 사람’이란 인류애를 실천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국을 위해 봉사하는 애국자였다. 이런 생각들은 이후 패트리어트 미사일, 패트리어트법으로 표현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계속)

* 본문은 본지와 기사제휴 협약을 맺은 "지구촌을 여는 인터넷 신문" 지오리포트 http://georeport.net/ 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 본 기사는 안찬수 transpoet@yahoo.co.kr 기자가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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