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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는 조선일보가 무섭다
가자! 모이자! 싸우자! 17일 종묘공원에서ba.info/css.html'>
 
일몽   기사입력  2002/11/14 [20:59]
동교동 구파출신들의 요즘 작태를 보면, 과연 저들이 한때 민주화 투쟁을 했다는 사람들이 맞는지가 의심스러워집니다. 그런 사람들이 좌지우지했던 정권이라고 생각하니, 현 정권 자체도 싫어지고, 그런 정권을 변호하는 것으로 읽힐 가능성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는 글은 정말 쓰고싶지 않군요.

{IMAGE1_LEFT}그런데, 조선일보의 왜곡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할 수 없이 현 정권이 조선일보 주장하는 것 만큼 잘못한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게 되네요... 어차피 성인군자가 아니라면 몹시 사악한 자들과 동시대에 사는 것이 이득되는 면도 있나 봅니다. 그들의 사악함과 비교되어 잘못이 상대적으로 용납되게 되니까요.

삼홍비리는 분명히 잘못입니다. 그런데 잘못이기는 하지만 그게 어느 정도의 잘못이냐는 건 좀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과연 그 정도가 단군 이래의 최대의 부패 정권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잘못인가? 이 정권을 응징한다는 것이 대선의 최대 목표가 되어, 현 정권보다 더한 부패를 저지른 집단에게 정권을 넘겨야 할 정도로 잘못인가는 한 번 짚어보자는 거죠.

물론 앞에서도 밝혔듯이 이 정권을 변호하는 것이 이 글의 주 목적이 아니니까, 너무 눈초리부터 세우시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대통령 아들들이 받은 돈이 몇 십억 남짓입니다. 그 돈의 대가로 그들이 개입했다는 건도 기껏해야 스포츠 토토 정도입니다. 깃털, 몸통 소리 나오던 김영삼 정부 시대와 비교해도 단위가 하나가 틀리고, 전, 노 시절의 비리와 비교하면 뒤에 붙는 0이 2개는 차이가 납니다. 그 당시는 액수도 천 억대였거니와, 비리의 성질을 봐도 국가 기간 산업이나, 국방 관련 같은 국민 생존과 직결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스포츠 토토야 저 같이 도박 안 하는 사람은 누구에게 넘어가든 관심이 없습니다.

비리에 자체에 대한 평가는 이 정도만 하지요. 현 정권에 대한 비호가 목적이 아니니까요.

문제는 그 정도의 부정에 대해 응징하자고, 성폭력 혐의자를 부산 시장에 뽑고, 고문 기술자가 면책특권을 이용해서 하는 헛소리를 일간지 톱으로 실어주고, 심지어는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조차 유야무야 덮어주는 것이 정상적이냐는 것이죠.

게다가 도대체 지향하는 정책이 뭔지도 의심스러운 사람을 돈이 많으니 돈 욕심에 부정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지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정경 유착 소리가 한 참 나올 때 오가던 검은 돈도 몇 십억 단위였지요. 그런데 그게 지금 단위가 아니라, 라면 한 그릇에 백원하고, 한 학기 대학 등록금 3, 4 만원하던 시절 기준으로 몇 십억 이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큰 후보라면 쫀쫀하게 몇 십억짜리 부정이야 안 저지르겠지요. 몇 천억, 몇 조 짜리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의 이런 과민 반응의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현 정권에서 벌어진 부정을 국민들이 수조, 수십조 단위의 부정인 것처럼 느끼고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부분에 교묘한 조선일보의 공작이 개입되어 있는 것이고요.

이야기는 공적자금 문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내막을 아시는 분은 읽기에 좀 지겨우시겠지만, 제법 지나간 일이라 기억이 확실치 않은 분도 계실것 같아 좀 자세히 적어보겠습니다.

IMF 통치 상황에서 은행의 부도로 인한 국가 붕괴를 막기 위한 금융권에 대한 긴급대출이 공적자금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회수율이 20% 안팎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공적자금 회수율은 40%를 예상합니다. 급속한 경기회복의 덕분에 세계 유래가 없는 업적을 거둔 것이고, DJ가 외국 언론에서는 아주 높은 평가를 받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조선일보가 치고 나옵니다. "부도가 난 기업들의 대주주와 임원들의 재산을 다 합치면 수십조가 되는데 투입한 공적자금은 40% 밖에 회수를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떠들기 시작한 것이죠.

이건 물론 말이 안되는 논리입니다. 일단 주식회사라는 것이 투자한 만큼에만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당한 재산 형성이 있었다 하더라도, 기업이 대주주나 임원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걸어서 그 재산이 회사 돈을 빼돌려 이루어진 것임을 입증해야 합니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소송을 통해 돈을 받아내고, 그리고 이 돈을 은행에 상환하면 비로소 투입한 공적 자금의 회수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상황은 이 돈을 회수 불능 부채로 보아 특별처리하지 않으면 기업 자체의 존속이 불가능합니다.

만일 조선일보의 주장대로 정부가 공적 자금의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서 임원이나 대주주의 재산을 최대한 환수하는 정책을 썼다면, 그래서 대주주나 임원의 재산을 합친 금액을 제외한 부분만 회수 불능 부채로 처리해서 기업이 망하는 경우가 생겼다면, 제일 먼저 입에 게거품을 물고 달려들었을 언론이 바로 조선일보일 것입니다.

IMF라는 특수 상황을 이용해서 이 나라를 시회주의화하려 한다느니, 국민의 불만을 부유층에 대한 적대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식으로 풀려고 한다느니, 아마 난리가 났을 겁니다.

보도상의 문제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더 교묘한 것은 마치 공적자금이 각각의 개별 기업에 대한 추가 지원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착각하게 썼다는 것입니다. 즉, IMF라는 전 국민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어렵게 만들어 낸 공적 자금이 그들 임원이나, 대주주의 주머니로 들어간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것이죠.

물론 기사는 그런 식으로 안 씁니다. 그러나 제목을 교묘하게 뽑는다는지, 국민들이 헷갈릴 만한 내용에 대해 전혀 해설없이 기사를 싣는 방식으로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킨 겁니다.

지금도 공적 자금 문제에 대해 물으면 반 이상의 국민이 '투입된 공적 자금 중에 수십조가 망한 기업의 임원이나, 대주주의 주머니로 들어간 사건'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게 수십억 대의 삼홍비리에 대해 그토록 국민들이 발칵 뒤집혔던 바탕이 된 것이죠.

자세한 수치나 조선일보의 왜곡기사에 대한 분석은 최용식 선생님의 21세기경제학연구소(http://www.taeri.org )싸이트에 가 보면 자세히 나와있으니, 이 문제 자체에 대한 것은 이 정도로 줄이기로 하겠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조선일보의 왜곡술의 교묘함입니다. 첫 번째로 국민들이 그렇다고 믿고 싶어하는 것에 대한 감각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이죠. 조선일보는 절대 국민들이 알아야 할 것을 위주로 기사를 쓰지 않습니다. 국민들이 그렇다고 믿고 싶어하는 것을 위주로 기사를 쓰지요. 그러기에 내막을 모르는 국민은 조선일보가 시원스럽게 잘 쓴다고 생각하게 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는 겁니다.

공적 자금 문제도 그렇습니다. IMF 지배를 벗어났다고 하는데, 외채도 다 갚았다고 하는데, 일반 국민들의 생활은 좋아진 것이 없습니다. 누군가를 욕할 집단을 찾고 싶습니다. 찾아내지 못하면 자신의 무능을 인정해야 하니까요. "내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나라가 썩어서 그런 것이다." 그런 말을 하고 싶을 때,  바로 그럴 때 "봐라 너희들 돈 수십조를 이 놈들이 해 처먹었어"라고 치고 나온 겁니다. 솔깃해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순간 일제히 국민들이 조선일보 편이 됩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분노한 대중에게 이성적 설득은 먹히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로 무서운 것은 기회 포착 능력입니다. 일단 공적 자금 문제를 터뜨린 시점이 교묘합니다. 다 같이 어려울 때는 그런 이야기가 먹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기업들이 먼저 살아났지만, 그 것이 중소 기업으로, 일반 소비 경기로 이어지지 않은 상황이 불만이 최고조가 되는 상황입니다.

용케 대기업에서 잘리지 않은 사람들이 IMF 상황을 벗어났을 때, 부유층 위주의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떼 돈을 벌은 것이 들어나기 시작할 때, 그 때 퇴직금으로 서투른 장사를 버렸다가 망한 사람, 일용직 노동자로 전락해서 정규직 노동자가 될 전망이 보이지 않은 사람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이릅니다. 가난에 대한 감각은 상대적인 것이라서, 다 같이 가난할 때는 불만이 오히려 적어집니다. 나만 가난하다고 느낄 때는 정말 견디기 힘들지요.

더 교묘한 것은 공적 자금 문제에서 삼홍비리로 이어지는 연계입니다. 공적 자금 문제에 대해서 국민들 감정이 어느 정도 식어서 이성적 설득이 먹힐 수 있을 때 쯤에 삼홍비리가 터져 나옵니다. 그 순간 설득의 주체가 없어집니다. 공적 자금 문제는 다시 말도 못 꺼내게 됩니다. 삼홍비리는 이미지 상으로는 수십조 단위의 비리가 되고 맙니다. 제가 이 글의 제목을 조선일보가 무섭다고 달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만일 조선일보가 마구잡이로 현 정권을 공격하다가 운 좋게 그렇게 타이밍이 맞아 떨어졌다면, 그건 김대중 정권의 불운일 뿐입니다. 그러나 삼홍비리의 터뜨릴 시점을 잡기 위해서 무리하게 공적자금을 걸고 넘어가고, 공적 자금 문제에 대한 국민적 오해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삼홍비리를 터뜨린 것이라면, 그 사악한 기획력에 오싹해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IMAGE2_RIGHT}조선일보가 수구라고 하지만, 단순한 수구라면 그렇게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수구가 아닙니다. 조선일보의 수구성은 지금 그것이 그들의 이익에 부합되기에 수구일 뿐입니다. 조선일보가 무서운 이유는 대중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는, 사악할 정도의 기획력을 가진 카멜레온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우리나라가 김정일에 의해 통일이 된다면 가장 먼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장군 만세'라고 외칠 언론이 조선일보이기에 그 것이 무서운 것입니다. 조선일보가 지향하는 것이 언제라도 그들의 입맛대로 대중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우정치이기에 그 것이 두려운 것입니다.

그러나 두려우니 포기하고, 조선일보에 순응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조선일보가 두려울 수록 우리 또한 더욱 힘을 내고 방법을 짜내야 합니다.

그런 사기술에 넘어가지 않는 방법은 한 가지 밖에 없습니다. 조선일보의 정체 자체를 알고, 조선의 주장은 항상 경계심을 가지고 읽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그런 정도의 감각이 없습니다.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조선일보가 최근에 저지르는 왜곡을 설득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는 과거의 왜곡, 일제시의 만행, 전두환 시절의 만행을 알려 주어 조선일보 정체를 깨우쳐줘야 합니다. 조아세나, 물총 독립군 같은 행동파 앤티 조선의 가치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비록 케케묵은 과거나 들추고 있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들을 중우정치로의 타락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용장들로 대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중우정치로 나아가 몰락하지 않은 나라가 없습니다. 즉, 미국식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미국식 언론이 설치면서 망하지 않은 나라가 미국 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나라가 넘치도록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3세계에서 착취를 해 올 수도 없습니다. 미국처럼 중우정치로 가도 버틸 수 있는 여유를 가진 나라가 아닙니다. 중우정치로의 타락을 막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남미식 국가 붕괴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17일의 종묘 집회는 우리나라가 중우정치로 떨어지느냐, 민주정치로 나아가느냐의 중요한 갈림길입니다. 그냥 주변에 한 명, 한 명 알리는 정도로 대응하기에는 조선일보는 너무 무서운 적수입니다. 종묘 공원을 참석자로 가득 채워서 언론의 주목을 받아야 합니다. 조아세나 전국 각지의 독립군들에게 힘을 주어야 합니다. 자식들에게 좀 더 나은 나라를 물려주고 싶으시다면, 부디 17일에 종묘 공원으로 나와주세요. 간절히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사족>

현 정권이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것 만큼 나쁜 정권은 아니라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과 행정부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였습니다만, 동교동계에 초점을 맞춘다면, 조선일보의 주장보다 더 나쁜 정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에서 사업을 하려면 누구를 안거치면 안된다는 식의 말이 전국 곳곳에서 떠돌고 있지만, 그런 부분은 조선일보가 거의 보도하지 않지요. 민주당 내분을 부추기는 소중한 존재들이니, 조선일보가 적극 보호해서 힘을 잃지 않게 해 주어야하는 사람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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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11/14 [20:5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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