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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 노사모가 미쳐서 열심히 뛰는 이유
노무현에 대한 신뢰와 믿음의 분출현상ba.info/css.html'>
 
민경진   기사입력  2002/12/03 [09:37]
"지금 부산지역 노사모 회원들이 거의 미쳐서 열심히 뛰고 있다" "매일 핸드폰 들고 종일 전화하고 있다".

{IMAGE1_LEFT}부산 노사모 대표일꾼 이상호 씨가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부산지역 노사모는 약 5000명으로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숫자라고 한다. 그의 말을 전해 듣고 도대체 무엇이 부산의 5천 여 노사모 회원들을 “미쳐서 뛰게” 만들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노무현에 대한 노사모 회원들의 열성적인 성원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아무리 지지하는 후보가 좋기로서니 하루 종일 휴대폰을 들고 “미쳐서 뛰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산경남은 잘 알려진 대로 반DJ정서가 매우 강한 곳이다. 삼홍 비리가 결정타 였지만 사실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87년의 단일화 실패가 근원이라고 볼 수 있다. YS에 심정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그곳 사람들 입장에서는 끝까지 고집을 부리고 후보자리를 양보하지 않아 결국 노태우 당선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 낸 DJ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을 것이다.

내가 만약 부산의 노사모라면 이렇게 험악한 반DJ 정서 속에서 민주당 깃발을 들고 나온 노무현을 지지해 달라고 사람들에게 부탁하기는 정말 껄끄러웠을 것 같다. 잘 아는 사이에도 정치이야기라면 서로 감정이 상할까 봐 조심스럽게 마련인데 낯선 사람에게 그것도 민주당표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은 보통 용기로는 쉽지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노무현 후보의 진심에 공감하고 그의 행적을 잘 아는 노사모 회원들은 노무현에 대한 깊은 신뢰와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바로 이런 부자연스러운 긴장상태가 지금 부산지역 노사모 회원들의 열성적인 활동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인 것 같다.

기독교 보급 초기 초대 신도들의 처지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동족인 유태인들에게 탄압당하고 당시 지배자인 로마제국도 불온시 했던 초대 기독교인들은 드러내 놓고 활동을 하지 못하고 알음 알음으로 비밀스러운 포교활동을 해야만 했다. 예수의 가르침에 대한 이들의 확신이 컸던 만큼 탄압을 당하면 당할수록 수그러지기는 녕 오히려 그 강도가 거세졌을 것이다.

만약 당시의 로마황제가 정말 기독교의 급속한 보급을 막고자 했다면 차라리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마음 속에 확신이 있고 그에 대한 간절함이 있는 사람들은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오히려 더 골수 신자가 되게 마련이다. 무수히 많은 당시의 순교자들이 이것을 잘 설명한다.

부산경남의 노사모 역시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반DJ의 대세 속에서 심지어 주변 가족의 “탄압”까지 무릅쓰고 노무현을 이야기 하는 것이 두렵고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랬기에 이들의 노무현에 대한 열정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초대 기독교인들이 순이란 세포조직을 통해 자신들의 믿음을 지켜 나가고 비밀리에 포교활동을 했던 것처럼 노사모 회원들은 인터넷이라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적극 활용했다.

기독교의 순 조직이 휴먼 네트워크를 통해 열병처럼 퍼져나가 결국 콘스탄티노플 황제의 국교선포에 이르기까지 수 백년의 시간이 흘렀다면 노무현이 총선에서 부산에 출마해 낙선한 것을 계기로 출범한 노사모가 노무현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것을 목도하기까지는 불과 2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필자가 ‘네트워크 6단계 법칙’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것은 바로 네트워크 효과의 강력함을 다시 한번 증명해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 속에 간절한 염원이 있는 자들의 저항을 무력화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냥 소원을 들어 주어 버리는 것이다.

양당의 판 세 분석을 종합해 보면 부산지역에서 노무현의 지지율은 약 6:4 심지어 5:5 비율까지 넘 볼 정도로 급속하게 세를 넓히고 있다고 한다. 길거리의 유세장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집안에서 노무현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 갈 때 부산 노사모 사람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아마 오랫동안 막혔던 울분과 한 비슷한 것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지금 5천 여 부산지역 노사모 회원들이 “미쳐서 뛰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적절한 설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왜 서면에서, 남포동에서 그리고 부산대 앞에서 목청껏 노무현을 외치고 있는지 이제 이해가 되는가?

필자가 머리가 크고 나서 겪은 대선이 이번으로 4번째지만 지지후보를 알리기 위해 대도시의 백화점 앞에서 백주에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그것도 환희에 차 자발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 보았다.

부산 노사모여. 그간 그대들의 마음 고생이 너무 심했다. 이제 오랜 염원과 갈망이 현실로 바뀌는 그 환희의 현장에 서 있는 그대들을 멀리 이국 땅에서 지켜봐야만 하는 필자의 처지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jean

* 필자는 [테크노 폴리틱스](시와사회, 2002)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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