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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민영화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비나리의 초록공명] 미국요구에 강요되는 민영화, 공기업 체질개선해야
 
우석훈   기사입력  2006/02/09 [18:38]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는 쉬운 용어는 아니다. 난이도로 따지면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를 일컫는 네오콘만큼 어렵냐고 물어본다면, 사실 네오콘보다 더 어려운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네오콘은 공화당 매파라는 키워드와 '전략'이라는 용어 두 가지를 놓고 해석하면 대체적으로 틀리지 않고 해석할 수가 있다.
 
요즘은 전략이라는 용어가 남발되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 국무성의 주요 문서들에서 사용되는 ‘전략’이라는 용어는 핵폭탄을 가리킬 때 사용되는 용어이고, ‘힘에 의한 균형’이라는 오래된 미국의 전략이 클린턴 집권기에 수정되었다가 클린턴 2기에 다시 등장하면서 가지게 된 새로운 이름이 ‘네오콘’이다.
 
군수산업과 에너지 산업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분석하면 네오콘이 어떤 집단인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비교적 틀리지 않게 분석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는 이러한 네오콘과는 또 다르다.
 
현재의 네오콘 세력이 실제로 형성된 시기는 카터의 인도주의적 자유주의 시절에 대한 반감이고, 그렇기 때문에 레이건 시절에 그 실체가 형성된 것과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도 레이건의 등장과 함께 형성되었다.
 
영국의 대처가 그랬고, 프랑스의 미테랑 집권 2기에 현재의 대통령인 작 시락이 총리가 되면서 전면적으로 등장하였다는 점에서 출발은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전세계적으로 이 신자유주의라는 담론이 위세를 떨치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클린턴 시기이다.
 
신경제를 축으로 경제학 교과서를 새롭게 써야 할 정도로 경기변동없는 10년의 장기호황을 만들면서 생겨난 신화가 신자유주의의 신화이다. 신자유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미국 정치의 기조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한 마디가 있다.

"바보야, 중요한 건 경제야!"
 
아버지 부시가 미국 해병대를 UN 평화유지군으로 소말리아에 파병했는데, 1992년 모기디슈에서 해병대는 포로로 잡혀 길거리에서 맞아죽고, 미국 최정예인 델타포스까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여담이지만 이 바로 직전에 생의 마지막에 놓여 있던 오드리 햅번이 어린아이를 안고 구호사업을 벌였던 도시도 바로 이 모가디슈였다. 이 상황에서 클린턴은 즉각 미군을 철수시킨다. 영화 ‘블레이드 런너’로 신의 반열에 오른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랙호크다운이 바로 이 사건을 다루고 있다.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탱크를 앞세운 파키스탄 군에 의하여 급하게 구조된 이 해병대와 델타포스의 퇴각을 명령하면서 클린턴은 한 얘기가 바로 "경제가 중요해!"라는 말이다. 꽃미남으로 유명해진 반지의 제왕의 레골라스는 이 영화에서 모든 일이 꼬여버린 철없는 신병으로 나온다.
 
흔히 핵무기를 지칭하는 전략보다는 ‘경제’가 중요하다는 이 한 마디로 클린턴 정부는 네오콘 세력과는 등을 돌리고 더 강력한 경제주의를 형성하고, 이 기조가 바로 IMF 때 우리나라가 IMF의 미국의 조언을 통해서 전면적으로 받아들인 바로 그 신자유주의이다.
 
클린턴의 집권이 끝나고 미국 내에서는 거짓말처럼 경제호황이 끝났고, 동시에 "바보야, 중요한 건 전략이야!"라는 네오콘 전성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무현 정부 이후에 신자유주의가 강화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국제적으로는 EU 통합에 따른 유럽에서의 일부 신자유주의 흐름 외에는 전체적으로는 좀 약화되었고, 더불어 민영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완화되고, 국제적 요구도 줄어든 상태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민영화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이고, 그건 오래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민주노총이 반대하는 이유와 민주노동당이 반대하는 이유와는 또 다른 이유로 민영화를 반대하였다.
 
내가 이렇게 소신을 가지고 있는 것은 경제학자로서 오랫동안 분석한 여러 나라의 경우 중 신자유주의를 전면 채택해서 제대로 된 경우가 없고, 민영화의 폐해가 단기적 이익보다 많은 것을 오랫동안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영화 그리고 공기업의 폐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나는 우리나라에서 두 개의 공기업은 민영화하는 것이 공기업으로 이 기업들이 주는 순이익보다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학자의 양심을 걸고 살펴봐도 이 기업들은 정부 보조금 받고서 스스로를 키울 못된 생각만 하고 이 사회를 너무 괴롭히고 있다는 결론 외에는 얻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 지금은 민영화의 흐름이 강하지는 않지만 잠깐 전망을 해보자.
 
언제 다시 민영화 열풍이 불까? 현재 민영화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곳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이고, 재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쓸데없는 공기업들은 민간매각하고 정부는 ‘구축효과’를 줄이기 위해서 조속히 철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국내적 요건 보다는 해외 상황의 변동이 더 클 것 같다.
 
미국의 소위 '전략파'와 '경제파'의 세대결이 어떻게 될 것인가가 관건이고, EU 통합과정에서 영국에서의 민영화가 프랑스와 독일로까지 일반화될 것인가가 또 다른 관건이다.

세상은 변하고 담론도 변하기 마련이다. 부시행정부가 끝나면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다시 ‘경제담론’이 전면에 나서게 될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영국식 구조조정을 거부하기에는 EU 집행위의 신자유주의적인 믿음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현재의 경제기조라면 2년 후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더라도 일본의 헤이세이(平成, 현 일왕의 연호, 89년부터 사용-편집자 주) 공황에 준하는 소위 ‘거품빼기’의 경제적 조정 절차가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경제위기에서 제일 먼저 구조조정의 요구가 발생할 곳 중의 하나가 공기업이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설명해야 하고, 이렇게 하는 일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설명해야 하고, 또 국민들이 이 일이 의미가 있다고 납득시켜야 하는 것이 이론적인 측면에서 공공부문이 가지고 있어야 할 설명의 근거들이다. 과연 설명이 될까?
 
지금은 상대적으로 잠잠하지만, 미국 정치권의 변동 여하에 따라서 언제든지 우리나라에 민영화 요구가 다시 시작될 수 있고, 또 국내 상황에 따라서 이러한 요구의 폭은 더욱 증폭되거나 완화될 수 있다.
 
늘 존재의 이유와 활동의 의미 그리고 ‘선함’을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공기업의 활동은 반드시 경영이익과 수익구조 개선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에너지 부문도 남의 일이 아니다. ‘끄덕’거려지지 않는 활동과 ‘납득’되지 않는 사업이 너무 많아 보인다. 
 
* 본 기사는 한국에너지신문(http://koenergy.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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