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리의 초록세상 만들기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수목장, 이것만큼은 한나라당 지지하련다
[비나리의 초록공명] 나무에게도 존재이유 주는 수목장은 괜찮은 정책
 
우석훈   기사입력  2006/02/02 [16:17]
나는 장남이다. 효자는 아니다. 분명 아니다. 나의 부모들에게 내가 스무살 되던 날부터 경찰서에서 형사가 따라다니는 고통을 주었다. 지금도 어머니는 내가 어디있느냐고 경찰서에서 전화받는 악몽을 꾼다고 하신다. 20년 가까이 된 일이지만 어머니는 지금도 그 당시를 잊어버리지 못하신다.
 
얼마 전부터 어머니는 나에게 장례에 관한 얘기를 하신다. 현실이다. 개인적으로 나의 육신에 대해서 아무런 욕망도 없고, 내가 죽고 난 다음에 대한 아무런 소망도 없다.
 
그러나 어머니에게는 그런 말을 못하겠다. 어머님은 평생을 살고 나면 다음에 한 평짜리 땅에라도 묻히기를 바라신다. 할머니도 그렇게 묻혀 계시고 그 위의 어른들도 그렇게 어느 땅엔가 묻혀 계신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 당신도 어디엔가 그렇게 묻혀있고, 가끔은 당신 자식들이 잊지 않고 찾아와주시기를 바라시고, 그런 마음으로 평생을 사신 분이다.

▲매년 여의도만한 면적이 매장지로 쓰이는 한국에서 수목장 문화를 적극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 네이버 이미지 검색
그런 우리 어머니에게 나는 인간의 육신은 그런게 아니라는 말을 할 자신이 없다. 평생을 영혼이 있는 거고, 거짓말하면 조상을 욕보이게 하는 거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그렇게 한 점 티없이 살다가 땅에 묻히면, 적어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라도, 꼭 모든 명절 때 아니더라도 가끔 와서 초코렛하고 아이스크림 하나 놓고 가실 거라고...
 
그렇게 믿는 어머님한테 인간의 육신은 별거 아니다라고 말할 자신은 나는 없다.
 
한나라당에서 수목장을 공론에 붙였다. 이유는 많지만 그래도 수목장은 좋은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인 관계를 떠나 수목장은 조금은 나의 부모님들한테 설명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자라나는 나무를 보면 생명같을 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거는 설명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무들한테 이유를 주는 것 말고 모든 존재하는 것들에게 이유를 주는 것처럼 나도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수목장의 이유를 설명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너무나 정치적인 이유에서 시작된 것이라도 수목장은 괜찮은 것 같다.
 
집앞의 덩쿨들에게도 존재의 이유를 줄 수 있는 작은 제도, 그래서 생각해본다. 나무들에게도 존재의 이유를 줄 수 있는 수목장은 괜찮은 것 같다. 난 지지하고 싶다.

* 수목장(樹木葬)   (작성자 : davico, 출처 : 네이버 지식검색)
 
수목장은 수목의 뿌리 주위에 골분을 묻어주는 방법으로 고인이 나무와 함께 상생한다는 자연회귀의 정신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 민족의 신수사상 및 존골사상 등과도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는 전통적인 화장이후 유골의 추모방법이다.
 
수목장이 묘지시설인지, 아니면 숲 자체로 바라봐야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독일, 영국, 일본 등 다른나라의 예를 볼때 묘지시설보다는 봉안(납골)과 숲의 중간형태로 보는것이 보편적이다.
 
대부분의 언론매체에서 수목장에 대한 한자어로 '樹木葬'이라 표현하지만 '葬'이란 한자어는 '시신을 장사지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시신을 불에 태워 장사지내는 '火葬'이후의 남은 유골을 추모하는 수목장은 '樹木藏'이라는 표현이 올바르다.(藏:감출장, 일본과 중국 등의 장례관련법률에서는 시신의 처리는 '葬'이라는 표현을 쓰고, 화장이후 유골에 대해서는 '藏'이라는 표현을 정확히 구분지어 사용하고 있다)
 
묘지 및 납골시설로 인한 산림훼손을 방지하고 전 국토의 64%를 차지하는 숲을 지속적으로 가꾸고 육성하는데 시너지 효과가 크며, 최근에는 탄소배출권에 따른 경제적인 효과도 있어 크게 주목받고 있는 화장(火葬)유골의 추모방법이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6/02/02 [16:17]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 박미경 2006/02/04 [17:17] 수정 | 삭제
  • 저도 수목장이 괜찮은 것같아요.

    죽으면 이미 썩어없어질 몸뚱아리.
    장기기증한뒤에 수목장으로 장례를 치르라고 제 자식에게 말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