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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조작극, 가장 많이 망가진 사람들은?
[비나리의 초록공명] 박근혜에서 유시민, 김미화에서 백지연, KBS와 YTN
 
우석훈   기사입력  2006/01/27 [12:46]
먼저 밝혀두면 나는 전형적인 ‘문과쟁이’이고, 집에서 형광등도 제대로 고치지 못하고, 앰프의 전선을 스피커에 끼우는 정도의 일 외에는 거의 손재주하고는 담을 쌓아도 심하게 쌓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런 내가 때때로 불편하다. 대학교 때에는 경제학과를 다녔기 때문에 거의 독학으로 수학을 조금 공부한 것 외에는 공식적으로 수학을 배운 적이 없다.
 
나는 경제사, 철학, 사회학 그리고 유학 당시 조직론과 인류학으로 상당한 학점을 채워서 겨우겨우 경제학 박사가 되었다. 수학을 조금 공부한 것을 제외하면 전형적인 문과생인 것이다. 더군다나 실험 같은 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황우석 사태와는 별개의 이유로 몇 년 전부터 내가 이공계로 가지 못한 것을 평생의 한으로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중이다.
 
사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건 그저 ‘상식’
 
나는 3년 전쯤부터 비교적 확실하게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다고 대단히 고급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난자와 난자 채취과정에 대해서 좀 알게 되었다는 것이 판단을 내리는 데 중요한 근거로 작용하였다. 그리고 예전부터 기술중심주의(techno-centrism)에 대해서, 그것만이 세상을 움직이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생태주의적 시각을 약간 가지고 있기는 했다.
 
난자 문제를 이해하는 건 사실 13세 이후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실이고, 생태주의의 시각을 갖는 것은 학력과는 전혀 무관한 개인적 철학일 뿐이다. 어느 익명의 제보자에 대한 얘기가 「PD 수첩」으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할 때쯤부터 나의 의혹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명확한 진위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황우석 교수와 그 측근 몇 사람 외에는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의무교육을 제대로 마친 정도의 지식 수준이라면 제보자의 이야기만으로도 연구에 뭔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가질 수 있다. 물론 나도 그 수준이었다.
 
확실히 ‘감’을 잡게 된 건 그 유명한 ‘뽀샵질’ 사건(황교수 팀이 세포사진을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실제 개수보다 늘려서 발표했다는 의혹이 사진분석 결과와 함께 기사화된 적이 있다) 때문이다. 아도브사의 포토샵 프로그램은 문과생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대중적 프로그램이다.
 
디지털카메라를 조금이라도 다룰 줄 아는 사람이면 포토샵이 무엇인지,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 정도는 전부 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나도 ‘뽀샵질’을 해봤다. ‘뽀샵질’ 사건에서 논문 속 사진을 본 순간, 나는 사진들의 ‘뽀샵질’이 아주 서툴다는 점을 깨달았다. 만약 나한테 사진을 조작하라고 했으면, 그렇게 쉽게 들켜버릴 정도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가끔 지도의 윤곽이 필요해서 항공사진 가지고 ‘뽀샵질’을 통해서 지형윤곽만 남기는 이미지 파일을 만들기도 한다. 포토샵에는 ‘레이어’라는 기능이 있는데, 명도와 같은 몇 가지 정보로 사진의 레이어를 만들어서 그 중의 한 레이어를 왜곡시키면 웬만해선 그것이 조작된 세포사진인지 아닌지 찾아낼 수가 없다. 사실 황우석 교수는 이 시점에서 이미 ‘게임오버’인 상태였다. 논문의 세포수가 ‘뽀샵질’로 늘어났다는 것이 밝혀졌다면 이미 한쪽 무게추가 확 기울어진 상황인 것이다.
 
그 시점에서 『사이언스』지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어차피 『사이언스』나 『네이처』 같은 보수적 기관들은 정말 마지막 시점이 되었을 때에만 입장을 잠깐 표명하고, 그것도 답답한 정보만 준다. 한국은행이 증권예측을 해주지 않는 것과 같다.
 
반면 『뉴욕 타임스』에 2004년 논문에 대한 의혹이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상당히 결정적인 정보였다. 충분히 문과 출신도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게다가 우리말로 번역되어서 이 정보가 알려졌다. 2004년 부록 그림의 DNA 판독사진을 보면 기계는 앞으로만 진행하는데, 뒤로 진행한 흔적이 있으며, 이건 손으로 그려 넣은 것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2004년 논문이 검증되어야 한다는 말이 『뉴욕타임스』에서 나온 것이다.
 
어느 정치인의 참모가 유능할까
 
자, 다시 문과생들의 세계로 돌아오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적인지 아군인지, 아니면 진보인지 수구꼴통인지 이런 골치 아픈 생각은 여기서 전혀 할 필요가 없다. 이 시점부터는 과연 어느 정치인 진영이 그나마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정상적인 문과생’ 수준이 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정치인들은 워낙 바쁘시다 보니, 이런 개념들에 대한 정리는 아마 참모진들의 몫일 것이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의 보좌관이나 측근들 말해 참모진들은 문과생 출신이 압도적이다. 엔지니어나 제대로 된 이공대생이 이런 ‘험악한’ 일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보통은 정치학과나 사회학과 혹은 순수 문학도들이 취직이 잘 안 되어서, 혹은 학교·고향 선배를 돕기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주 드물지만 젊었을 때의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이 험난한 생활을 시작한 사람들도 있긴 하다.
 
각설하고 DNA의 핑거프린팅(지문)에 대한 결정적인 문제제기가 흘러나온 직후, 정치인들의 대응이 어땠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인간의 DNA가 지문처럼 제각각 다르다는 사실은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거나 TV 인기외화 시리즈인 『CSI 과학수사대』를 보았으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이다. 테라토마 같은 건 이름이 생소해서 모른다 해도 ‘핑거프린팅’ 다시 말해 ‘지문’이 왜 중요한지는 문과생들도 이해할 수 있다.
 
경기 초반부터 후반전 내내 ‘삽질(비속어지만 너무나 적확한 표현이므로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한다)’을 연속한 사람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였고, 박 대표와 ‘난형난제’를 이루는 분으로는 비교적 초기부터 ‘오버’했던 손학규 경기지사였다. 정동영 장관은 어떨까. 황 교수의 ‘친구’라서 감싸줬다기보다 앞의 두 분과 마찬가지로 본인과 참모진 모두 DNA 핑거프린팅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차상’은 이명박 서울시장이다. 전언에 의하면 나름대로 ‘감’을 잡은 이명박 측에서 황우석과 지나치게 가깝게 보이는 것을 좀 경계하던 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역시 이명박!”이라며 감탄을 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순간에 병문안 가면서 스타일을 구겼다.
 
며칠만 더 참았으면 “역시 이명박!”이 가능할 수 있던 순간이었는데…. 그러나 안타깝게도 “비판에 신경 쓰지 말고 연구에 전념하시라”는 말 한 마디로 이명박 진영의 지적 능력이 한 순간에 ‘뽀록’나 버렸다.
 
그렇지만 대박을 터뜨린 사람은 역시 유시민 의원이었다.

“PD수첩 프로듀서가 검증하겠다는 것은 제가 나서서 검증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아닙니까? 기자나 저나, 생명공학에 대해서 모르기는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저는 보건복지위원을 2년이나 했기 때문에 좀 압니다. 그 분야를 (PD수첩이) 무모하게 덤빈 것이죠.”(전남대학교 초청강연회)
 
피디들이 ‘보건복지위원’인 자기보다 더 무식한데 뭘 안다고 주제넘게 나서냐는 말씀이다. 이 사건에 전혀 존재감이 없던 유시민으로서는 민심을 얻기 위한 ‘회심의 일격’이었을 터. 그러나 아뿔싸, 그게 자살골일 줄이야.
 
김미화 백지연 오세훈 그리고 KBS
 
국민적으로 정신적 공황에 몰아넣은 이 황우석 사건의 순기능이 있다면 평소에 “난 착해요”하고 말하던 사람들이 일거에 본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는 일이다. 조금은 딱한 생각이 드는 경우가 개그맨 김미화씨다. 녹색연합의 환경대사 역할을 수행하면서 많은 캠페인의 얼굴로 나서기도 하였고, 사회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건강한 시각을 보여줬던 이분이 난자기증 운동의 전면으로 나서면서 얼굴을 드러낸 것은 뜻밖의 사건이었다.
 
개인적으로 난자기증에 대해서 특별하게 반대하지는 않는다. 좀 미비하지만 그래도 관련법규가 제정되어 있는 현 상황에서 본인의 선택에 대해 특별히 찬성이나 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얼굴이 알려졌다는 이유로 선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약간의 반감을 가지고 있다.
 
자신은 쓰지도 않는 화장품이 무슨 기능이 있다고 하거나 자신은 먹거나 사용하지도 않는 약을 광고하는 광고모델을 보면서 갖게 되는 반감 혹은 다단계회사에 가까운 특정 상품을 자랑스럽게 광고하는 모델들을 볼 때 생기는 반감과 비슷한 감정이다.
 
하여간 우리의 김미화 여사가 마지막 순간에 얼굴을 드러냈다는 점은 정말 안타까웠고 뜻밖이었다. 더불어 아나운서 백지연, 변호사 오세훈 같은 사회적으로 괜찮은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도 마지막 순간에 얼굴을 드러내고 말았다.
 
황우석 교수를 지나치게 옹호한 YTN에 대한 문제제기는 많았는데 사실 KBS도 예외는 아니었다. KBS 피디들이 MBC의 피디들에게 ‘아마추어리즘’이라고 지적한 것도 지나친 처사였고, 특히 KBS 의학전문기자라는 홍사훈 기자의 발언은 압권이었다.
 
 PD수첩의 진실규명 노력에 대해 “『사이언스』는 보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볼 수도 없는 훌륭한 잡지인데 감히 PD수첩이 검증을 하겠다고 나서냐?”라는 식으로 윽박지르고 나온 거다. 그 얘기를 듣고 솔직히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 대학교의 컴퓨터 어디든지 들어가도 다 공개되어 있는 『사이언스』의 PDF 파일이 아무나 보는 게 아니라니? 이게 한국 ‘과학전문기자’의 현주소다.

우리, 더 똑똑해집시다!
 
황우석 사태는 이 땅의 이공대생들에게 심각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역시 과학은 내 일이 아니다”라던 많은 문과 출신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98% 대 2%’의 극적인 여론쏠림 현상은 인터넷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경주의 방폐장 90% 찬성에서 이미 드러난 현실이다.
 
경제주의, 전체주의적 포퓰리즘 그리고 과도한 민족주의의 경향이 사회곳곳에서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정보처리능력이 과학과 기술 앞에서 어떻게 정지하는지 그리고 그 국민들의 의사결정능력이 어떻게 마비상태에 빠지는지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다.
 
숫자나 그래프가 나오면 이내 눈을 돌리고 마는 현재의 풍토에서 제2, 제3의 광기는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다. 꼭 똑똑해져야 해? 물론이다. 독재와 파시즘 그리고 인종주의는 국민들이 똑똑하지 않다는 전제하에서 움직이는 광기의 현상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DNA에 관련된 내용이 들어가 있는 고등학교 생물 공부만 제대로 했더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된 황우석 사건에 대해서도 판단할 수 없다면, 핵무기, 수소엔진, 스마트 담수화설비 기타 등등 앞으로 등장할 수없는 실용기술들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정부가 어련히 잘 생각했겠느냐’라는 말도 이번에는 안 통했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이번에는 깡그리 무너져내렸다. 인터넷은 민주주의를 줄 것이라고 했던 말도 난센스가 됐다. 어쩌겠는가? 더 똑똑해지는 수밖에...
 
“만약 고등학교 때 생물과목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해”라고 질문한다면?
 
만약에 당신이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았다면? 내가 만약 그 상황이라면 나는 작가 장정일을 쳐다볼 것 같다. 아름다움에 대한 감수성으로 짧은 인생을 살다간 기형도가 ‘천재’라고 칭했던 장정일의 선택을 본다면, 최소한 아주 이상한 판단은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 본 기사는 진보적 월간지 <말>(www.mal.co.kr) 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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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1/27 [12:4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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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판자 2006/12/18 [11:42] 수정 | 삭제
  • 니가 얼마나 잘나고 도덕적인 눔인지는 모르겠다만..
    너도 언젠가 어느 조직인가를 책임질 날이 온다면..
    그 조직중의 어떤 눔이 제발 비도적인일을 저질러서..
    황우석처럼 처절하게 생매장 줌 당해봐라..
    그때 입이라도 벙긋해서 억울하니 어쩌니 하면..
    그 아과리를 콱 요절내 버릴 것이야..
    인생은 돌고 도는 것이니..
    그 값싼 아과리로 구업을 너무 많이 짓지 말기 바라노라..ㅉㅉ
  • 음.. 2006/01/31 [21:22] 수정 | 삭제
  • 동의가 좀 안되는 글인데...
  • 아닌가? 2006/01/28 [08:56] 수정 | 삭제
  • 손학규나 유시민도 많이 망가졌지만..
    이번에 노무현도 많이 망가졌는데...ㅋㅋ
  • 백성주 2006/01/27 [16:23] 수정 | 삭제
  • 피디수첩-황우석 사건은 1월 10일부로 완결되었다. 피디수첩이 제기했던 의혹은 모두 진실로 드러났고, 황우석은 거짓말과 논문조작을 해 왔음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참과 거짓을 가려내는 진상규명이 완료됨으로써 피디수첩-황우석 사건은 완결된 것이다.



    하지만 황빠의 난-피디수첩 죽여라-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디국 게시판을 봐도 그렇고, 서프라이즈 게시판을 봐도 그렇고, 디씨인사이드 과학갤러리 게시판을 봐도 그렇다. 황빠들은 아직 개종하지 않고, 더욱 극단적인 광신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조금 더 지나면 광신자에 의한 자살테러까지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황빠의 난과 관련해서 노무현 대통령은 상식을 어긴 발언을 했다. 여기서 말하는 상식이란 물론 백성주가 생각하는 상식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던 것으로 보도되었다. 상식과 반대되는 부분만 발췌해서 인용한다.



    '나도 MBC의 이 기사가 짜증스럽다.'



    '연구과정의 윤리에 관해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방법이 꼭 이렇게 가혹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MBC의) 처음 취재 방향은 연구 자체가 허위라는 것이었다. 참으로 황당했다. 수십명의 교수, 박사들이 황 교수와 짜고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는 말인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어째서 상식과 반대되는 것인가? 백성주는 이렇게 생각한다.



    피디수첩과 같은 방송은 사회적인 이슈가 될 만한 사안에 대해서 취재하고, 이를 보도하는 것이 본업이다. 난자채집과 관련해서 사회적인 이슈가 된 적이 없으니, 피디수첩이 이 문제를 취재하여 그 실태를 소상히 보도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 실태가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안 좋은 것이었으니 시청자가 보고 기분이 좋을 리가 없기는 하다. 하지만 그 안 좋은 실태가 피디수첩 탓은 아니다. 더우기 황우석 교수가 거짓말을 반복해 온 것 역시 피디수첩의 잘못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짜증이 난 것은 황우석 교수의 가치(명예)가 훼손되는 것이 기분나빠서 그랬다는 얘기 밖에 안 된다. 피디수첩의 보도가 진실이라면 황우석 교수가 난자채집과 관련해서 거짓말을 반복해서 스스로 자신의 가치(명예)를 훼손한 것이고, 피디수첩은 그걸 취재해서 보도한 것 뿐이다.



    진실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 노무현 대통령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난자채집 실태가 얼마나 열악했던지, 그 열악한 것 만큼 거짓말을 반복해 온 황우석 교수의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보도를 두고 가혹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것이 가혹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과장이나 왜곡이 포함되었다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디수첩의 취재 방향이 논문조작이었다는 것을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하고 있다. 사실 이 언급 이전에는 사람들 대부분이 피디수첩이 논문조작에 대해서 취재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논문조작의 가능성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참으로 황당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누군가가 이 사건에 대해서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짜증이 더 났던 것일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황당한 보고를 받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고, 진상을 알아보라고 지시하지도 않았다. 그냥 짜증만 냈을 지도 모른다. 이게 과연 상식적인 일처리인가?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사안이 워낙 중대한 것인 만큼 반드시 확인하라고 지시를 내렸을 것이다. 하다 못해 피디수첩 담당자들을 전화로라도 연결해서 물어보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상식과 어긋난 것은, 이런 모든 과정을 거쳐서 진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장난삼아 던진 돌맹이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장난은 아니었을 망정, 그 발언이 피디수첩에 입힌 손해가 적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내가 그런 발언을 했다면 사과를 했을 것이다.



    황빠의 난과 관련해서 유시민 의원도 상식과는 반대되는 발언을 했다.



    'PD수첩에서 황우석박사의 연구를 검증하겠다. 이건 좀 터무니없는 겁니다.'



    'PD수첩 프로듀서가 검증하겠다는 것은 제가 나서서 검증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아닙니까? 기자나 저나, 생명공학에 대해서 모르기는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저는 보건복지위원을 2년이나 했기 때문에 좀 압니다. 그 분야를 (PD수첩이) 무모하게 덤빈 것이죠.'



    '부당한 방법으로 과학자를 못 살게 구니까 방송국이 흔들흔들하고 광고 끊어지고 난리 아닙니까?'



    이 발언이 있었던 날이 12월 10일(?)이었고, 아직 피디수첩 2탄이 방송(15일)되기 전임을 고려해야 한다. 발언의 뉘앙스로 보아서 난자채집 윤리논란과 관련한 발언은 아니고,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한 발언이라고 짐작된다. 이 때는 황빠들 역시 검증에 대해서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던 시점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유시민 의원도 자연과학이나 공학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그래서 자연과학이나 공학에서는 검증에 관한 한 아무런 권위가 필요없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더우기 피디수첩이 애초에 제보받은 내용이 논문조작에 관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이 때 유시민 의원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으리라.



    내가 피디수첩 담당자고, 이런 기막힌 제보를 받았다면 당연히 제보자도 의심해 보고, 제보의 내용을 확인하기 전에는 방송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논문조작이라는 제보가 진실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 유전자지문검사가 최종 방법이었다. 유전자지문검사는 피디수첩이 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가 한다. 피디수첩은 그 과학자의 검증을 지켜 보고 확인한 다음 보도하는 것 뿐이지, 피디수첩 자신이 검증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검증과정은 어린아이라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인데, 유시민 의원은 이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음 발언이 나온 것이다. 부당한 방법으로 과학자를 못 살게 구니까 방송국이 흔들흔들하고, 광고 끊어지고 난리 아닙니까... 이 얼마나 상식과 반대되는 발언인가!!! 피디수첩이 무슨 부당한 방법으로 과학자를 못 살게 굴었나?



    마지막으로 유시민 의원이 상식과 반대되는 것은, 진상규명이 완료되고 사건이 완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긴, 장관 청문회를 앞둔 시점이라 입조심 몸조심 하는 것은 짐작이 된다. 그러나 이런 사과는 12월 16일 이미 나왔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로, 김대중과 노무현과 유시민은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서 가장 상식적인 사람들이다. 백성주가 생각하는 상식과 가장 근접한 정치인이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백성주가 생각하는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보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대북송금, 두 아들의 범죄에서 상식과 어긋났다. 노무현 대통령은 새만금사업 중단 거부, 교육부총리 임명, 불법대선자금관련 하야, 피디수첩-황우석 사건에서 상식과 어긋났다. 유시민 의원은 한나라당의 불법대선자금에 대한 청문회를 제안하지 않았고, 관습헌법조항을 신설한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대한 탄핵을 거부했고, 피디수첩-황우석 사건에 대해서 상식과 어긋났다.



    백성주가 생각하는 상식과 정확히 일치하는 정치인이 존재할까? 아마 그럴 수는 없을 테지.... 설사 나 자신이라 할지라도 매번 상식대로 언행할 거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하물며 남인 정치인이야 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하지만,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이 내가 생각하는 상식과 반대되는 언행을 하는 것을 보면, 기운이 쪽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쯧쯧 2006/01/27 [15:20] 수정 | 삭제
  • 황교수님으 업적과 인물이 부러우니께로 그라제?
  • ㅎㅎㅎ 2006/01/27 [14:10] 수정 | 삭제
  • 글에 주제가 뭔지도 모르겠고...

    그냥 경제에 대해 쫌 안다니깐...

    그냥 그길에서 밥이나 먹고 사쇼~~

    링크 따라 왔다가 시간만 허비했네--
  • 서울시민 2006/01/27 [13:42] 수정 | 삭제
  • 유시민의 저 휘황찬란한 발언을 보고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시나...
    지방시민이라고 핀잔했다간 지방촌넘이라고 욕할까봐 더이상 말하기 싫소...
  • 지방시민 2006/01/27 [13:16] 수정 | 삭제
  • 저는 유시민에게 특별히 좋은 감정도 악감정도 없읍니다.
    싫으면 그냥 싫다고 그러세요. 황우석 관련해서 망가졌다는데
    왜 망가졌다고 표현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