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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의 새로운 전략, ‘이미지 영화’
[비나리의 초록공명] ‘폴라 익스프레스’와 ‘찰리의 초콜릿공장’에 숨은 뜻
 
우석훈   기사입력  2006/01/20 [19:04]
예전 MBC의 이상호 기자가 "자본이 문제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상호 기자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였고, 올해 신강균 파동이 없었으면 정말 간만에 한 번 소주나 하자고 지난 해 촛불시위에서 우연히 만나서 의기를 다진 적이 있었는데...
 
이상호 기자의 입에서 "자본이 문제다"라는 말이 나온 것은 약간 의외였다. 미국이 문제다라고 했던 것이 1989년인가, 메이데이 때 밤샘 농성하면서 같이 토론할 때의 이상호의 입장이었는데... 
 
MBC 내부의 일을 자세하게 알지는 못하는데, 그래도 시청자의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어느 교수를 통해서 조금은 자세하게 얘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공적 기능"이라는 잣대를 MBC에 들이대는 미디어학과 교수들에게 내가 했던 얘기는 "그럼 왜 SBS에는 공적 기능에 대한 요구를 하지 않아?"라는 것이었다.
 
공중파이기 때문에, 소위 공공 접근(Public Access)이라는 특징 때문에 공공기능을 얘기한다면, 케이블은 직접 지불을 하기 때문에 사적 영역이라는 약간 골치아픈 논리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뿐더러, 돈을 주고 극장에 가는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완벽한 사적 영역이라는 논리 또한 가능해진다.
 
"문화"라고 이름붙여진 것에는 사실 사적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비평이론에서 일단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에 대해서 작가는 지적소유권 즉 판매에 대한 배타적 권리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론을 응용하면, 문화는 그 자체로 그것이 어떠한 것이 되었든지 간에 공적 영역에 속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내 입장이다. 
 
톰 행크스
 
톰 행크스를 좌파 배우라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현재 활동하는 헐리우드 배우들 중에서는 가장 좋은 딕션을 가지고 있는 좋은 배우인 것은 많지만, 그렇다고 꼭 그렇게 좌파라고 이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내 생각은 별로 그렇지는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배우라는 말을 쓰지만, 사실 북한식 인민배우의 표현이든 배우를 영웅으로 이해하는 경향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것이니까 꼭 그렇게 민족주의니 혹은 국가주의의 옷을 입혀서 비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포레스트 검프는 상당히 재미있었고, 라이언일병구하기는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문제작이고, 생각할 거리가 많음은 물론 실제 사회 자체도 많이 바꾸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일로 인해서 소위 참전용사들의 traumatism과 관련된 재단의 이사장도 맡게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난 톰 행크스 별로다.
 
오드리 햅번을 제일 좋아하고, 알 파치노를 광적으로 좋아하고, 감독으로는 팀 버튼을 미친듯이 좋아하지만, 톰 행크스는 별로다.
 
좌파배우라고는 하지만, 톰 행크스가 잘 믿어지지 않는다. 
 
핸리 포드
 
폴라 익스프레스는 인크레더블맨과 같이 공개되었는데, 흥행으로는 참패였다. 당연하지 인크레레더블맨의 DVD는 샀는데, 폴라 익스프레스 DVD는 난 살 계획이 없다. 그렇지만 영화자료로 어쩌면 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해보게 된다.
 
폴라 익스프레스를 보면서 떠오르는 인물은 바로 T형 포드와 포디즘이라는 걸 만들어낸 핸리 포드라는 사람이었다. 요즘에는 CEO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그렇게 사회적으로 멋진 환상을 만들어내지는 않지만,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에는 정말로 우리가 "자본가"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대중적 환상과 소위 판타지 속에서 생활하던 사람이 있었다.
 
핸리 포드라는 메타포어를 영화에서 가장 멋지게 사용했던 사람은 찰리 채플린이다.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모니터 너머로 콤베이어 벨트를 감시하면서 "더 빠르게"를 외치던 그 얼굴을 보면서 사람들은 대개 핸리 포드를 떠올렸다.
 
"대량생산 대량소비"라는 20세기를 만들어낸 사람이 바로 핸리 포드이다. 
 
산타와 크리스마스, 그리고 엘프들의 작업장
 
폴라 익스프레스에서는 난장이 요정들인 엘프들이 대량생산 체계를 가동해서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만들어낸다.
 
물론 ‘반지의 제왕’ 꽃미남 레골라스 이후로 엘프들이 상종가를 치고 있지만, 원작인 동화를 차용한 폴라 익스프레스에서 엘프들은 다시 난장이가 되어버렸다.
 
포디즘과 결합된 것은 밀리타리즘이라고 할 수 있는, 마치 기동타격대의 작전을 보는 것과 같이 엘프들은 낙하산을 타고 내리기도 하고, 케이블을 걸어놓는 특수작전을 수행한다.
 
톰 행크스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They are experts...
 
대량생산의 공장 라인에 들어가 있는 엘프들은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을 즐기면서 또한 스스로 군인이며 전문가이기도 하단다...
 
6. 믿음... trust
 
그리고 이 체계를 믿으라고 톰 행크스의 목소리는 계속 이어진다.
 
그야말로 자본의 대량생산체계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기차를 타고 산타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북극까지 온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차를 타기로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는 영화의 거의 마지막 장면에 나온 톰 행크스의 목소리는...
 
선택, 믿음, 그리고 행복
 
TV를 틀면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단어들로 온통 뒤범벅되어 있는 이 메시지들은 기업의 이미지 광고와 다를 것이 없다.
 
Trust라는 용어를 경제학 내에서 다루고 있는 분과는 노동경제학과 게임이론인데, 특히 게임이론에서는 communication equlilibrium이라는 말과 거의 비슷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게임의 내쉬 균형을 벗어나기 위해서 보다 나은 시스템의 해법으로 가기 위해서 도입하는 이론적 장치들이 communication과 trust이다.
 
톰 행크스가 다섯 가지의 목소리로 등장하게 되는 폴라 익스프레스는 미국 자본주의 체계에 대한 거대한 이미지 광고와 마찬가지이다. 보통 기업이 사용하는 이미지 광고보다 돈을 많이 들인 이 이미지 광고는 어쨌든 흥행에는 참패했다고 하지만, 제작비 정도는 충분히 거두었기 때문에 사실 손해본 장사는 아니다.
 
그렇다면 톰 행크스가 만들어낸 이 이미지 광고의 청탁자는 누구였을까?
 
영화의 이미지 그대로라면 아직 대량생산 대량소비라는 포디즘 체계가 살아있던 80년대의 미국 자본주의인 셈인데, 1977년인가, 조지 로메로의 시체들의 새벽 2편에서 비판했던 대형 쇼핑몰의 그 맨하탄이 실제로 지배하고 있던 80년대의 미국 경제는 바로 레이건 체계이다.
 
톰 행크스는 정치적으로는 레이건과는 극단에 있는 자유당 진영이지만, 그렇다고 경제적으로도 레이건과 다른 노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보인다.
 
클린턴의 아름다웠던 10년 호황은 포드주의 체계가 종료한 이후에 포스트 포디즘을 적극 받아들인 세계화와 New Economy에 의해서 견인된 체계이다.
 
자본의 대량생산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폴라 익스프레스의 산타가 사는 북극, 그야말로 저 피안의 세계에는 아직도 어딘가 움직이고 있는 대량생산 기지이며,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선물"은 산타에 의해서 미처 기차를 타고 새벽 잠이 깨기 전에 돌아오기도 전에 미국으로 배달되었다.
 
이 북극은 필리핀과 말레이지아에 있는 나이키 공장일 수도 있고, 예전에 구로동에 잔뜩 있던 미국 OEM 방식의 하청기지일 수도 있다.
 
엘프라는 상징은 이렇게 미국의 경제가 사실 미국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아직도 "폴라 익스프레스"가 충분히 서로를 연결시킬 수 있는 그 영향권 내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그리고 폴라 익스프레스가 건너게 되는 수많은 난관들은 때때로 이라크이기도 하고, 북한이기도 하고, 어쨌든 미국의 경제의 핏줄이 넘어 들어오는 것을 저해하는 "적"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미국의 어린이들에게 줄 선물을 만들어내는 북극의 엘프들은 스스로 무장하고, 그 기지를 지켜내는, 미국의 연장선에 있는 전사들이기도 하다.
 
이 거대한 "꿈의 체계"의 리더십은 이제는 WASP가 아니고 흑인 소녀에게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이 모든 것을 구경하고 믿음을 가져야 하는 것은, 스스로를 불신에 가득 차 스스로를 위축시키고 있는 백인 소년, 바로 너에게 달려있다.
 
거대한 이미지 광고의 실패
 
톰 행크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팀 버튼이 찰리의 초콜렛 공장을 통해서 소년들에게 음모를 꿰뚫어보라고 춤추고 노래부르고 있는 동안에...
 
톰 행크스는 자신을 믿고 미국의 생산체계의 포디즘의 영광을 믿으라고 주문하고 있는 셈이다.
 
핸리 포드의 메시지를 통한 이 포디즘의 환상적 포장은 팍사의 인크레더블맨과 출시가 겹치면서 완전히 망했다.
 
포디즘에 대한 노스탈지아 대신에 이미 탈포드주의 속으로 깊숙히 들어가 있는 미국의 아동들은 "믿음"이라는 톰 행크스의 은밀한 유혹 대신에, 인크레더블맨이라는 신나고 조롱이 가득 들어가 있는 애니메이션을 손을 들어주었다. 

톰 행크스를 보면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할까?
 
영화 감독 중에서 내가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사람은 팀 버튼 밖에 없다. 
 
공장에 관한 두 편의 영화가 6개월 간격으로 출시되었는데, 찰리의 초콜렛 공장의 노골적인 메시지는 뻔하다.
 
공장에서 원주민 노동자를 착취해서 먹으면 안좋은 것을 만드는데, 그걸 여러분들이 먹는 건... 여러분들이 나쁘기 때문이예요...
 
어린이라고 해도 나쁜 건 나쁜 거예요, 아시겠어요?
 
또 다른 공장 영화인 폴라 익스프레스는 "노동자의 천국"을 그리고 있다. 엘프들은 노동자를 상징하는데, 그래도 이 공장이 포디즘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좋은 일이다...
 
문득 미국의 구좌파의 몰락에 대한 생각이 들었고, 열린우리당에서 이라크 파병에도 찬성안을 제출하고, 지역마다 돌면서 지역 혁신이라고 공장 지어야 한다고 우기고 있는 바로 그 선배들 생각이 났다.
 
"난 당신이랑 지역 혁신에 대한 생각이 다른데..."
 
1주일 전에 어느 선배한테 들은 얘기이다. 이제 자본이 문제라고 얘기하는 것은 너무 어색한 일이고, 어떻게 해야 이 민족이 이 살벌한 국제화 시대에 살아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은 이제 너무 익숙하다.
 
톰 행크스의 폴라 익스프레스를 보면서 다시는 미국이 세계의 공장이 될 수 없는 시기에 그래도 옳은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다가 제3세계에 이전한 포디즘 생산방식에 의한 공장들이 그래도 미국의 힘이라고 하는 이미지 광고가 느껴지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난한 아이들은 커서 예전처럼 공장 노동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실업자가 된다.
 
그 속에서 자본이 문제라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용기이다. 대량실업 사회에 대한 별다른 문화적 대안이나 대책을 지금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실업자의 사회적 정서와 대책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폴라 익스프레스에 나온 북극의 바로 그 공장이 사라져가는 것이 현재의 우리나라의 조건인데,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은 미국의 좌파들이나 지식인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래서 난 팀 버튼의 그 미친듯한 광기와 조롱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더욱 존경할 수밖에 없다...
 
팀 버튼의 최고의 영화는 바로 배트맨이다. 뉴욕을 모델로 한 고담시티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거래들, 그것이 바로 뉴욕이라고 했던 그 명랑 정신이 그리운데,
 
톰 행크스의 "믿음"을 모티브로 한 폴라 익스프레스에는 포기를 강요하고, 협력을 요구하고 있는 구역질나는 이미지 광고에 불과하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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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1/20 [19:0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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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07/07/06 [17:53] 수정 | 삭제
  • 순 자기예기만 하고 있네
    폴라익스프레스.....찰리와 초콜릿 공장....
    감독이 일부러 그런 뜻으로 만든거냐??
    그냥 재미있게 보면되지
    뭔 말이많아??
    이거 쓴기자 완전 아으~~~!!
    우리나라사람은 가끔가다 이런사람들이 있어서 문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