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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의 로그함수
단일화라는 충격요법으로 수구기득권을 격파해야ba.info/css.html'>
 
민경진   기사입력  2002/11/15 [21:22]
음악을 듣는데 소리가 너무 작다. 2번째 눈금에서 4번째 눈금으로 볼륨을 올리면 체감음량은 두 배로 커질 것이다. 하지만 오디오 회로는 2배가 아니라 약 10배 만큼의 에너지를 더 투입해야 한다. 사람이 느끼는 소리의 크기는 로그함수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항공기 소음의 계측단위는 따라서 로그함수의 일종인 데시벨(dB)이다.

{IMAGE2_RIGHT}다른 예를 들어보자. 건달에게 한 대 맞았다. 누군가 맞았을 당시 주먹의 세기를 측정해 보았더니 10이었다고 가정해 보자. 분풀이를 하려고 그 건달에게 두 배로 주먹을 돌려주려면 강도를 얼마로 해야 할까? 답은 20이 아니라 100, 다시 말해 10의 2승이다. 피부가 체감하는 통증의 크기 역시 로그함수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를 이용해 인류가 역사 상 겪은 수 많은 전쟁의 등급을 매겨 본 영국의 수학자가 있다. 루이스 리차드슨이란 사람이다. 그는 전쟁 중 사망한 사람의 숫자로 참혹함의 정도를 측정했는데 그에 따르면 세계 1, 2차 대전은 각각 강도 7이다. 미국의 남북전쟁,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 스페인 내전 등은 모두 한 단계 아래인 강도 6이다. 양차대전의 사망자는 천만 명을 넘고 강도 6 규모의 전쟁에서는 100만 명 단위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국전쟁의 경우 강도 6.5 정도 될 것이다.

만약 강도 9.8 규모의 전쟁이 지구 상에서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인류는 전멸한다.

최근 아랍의 알 자지라 방송에 빈 라덴이 미국과 동맹국에 복수를 다짐하는 오디오 테잎이 공개되어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데 만약 그가 지난 9.11 테러보다 심리적 충격이 두 배에 이를 테러를 감행하겠다고 작심했다면 어떻게 될까? 로그함수를 따르는 사람의 체감지수를 그가 이해하고 있다면 그는 지난 번보다 실제 계측된 강도가 10배가 넘는 테러를 추진할 것이다. 이런 정도의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단은 핵무기 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의 정보당국에서는 알 카에다가 핵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너무 으스스한 이야기를 해 분위기가 썰렁해졌지만 이제 화제를 대선으로 돌려보자.

{IMAGE1_LEFT}노무현 후보나 정몽준 후보나 한창 때의 인기는 어디로 사라져 버리고 이제 20%를 약간 넘는 선에서 지지율이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 만약 두 후보가 심기일전해 예전에 누렸던 유권자의 지지를 다시 회복해 보겠다고 다짐한다면 얼마나 노력을 해야 할까? 40%선의 지지율을 확보하면 되니까 두 배 정도 더 노력하면 되는 것일까?

로그함수를 따르는 사람의 체감지수를 대입해 보면 10배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야 간신히 예전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노무현 후보나 정몽준 후보나 이미 한 번 써 먹어 빛이 바랜 기존의 노풍 이미지나 월드컵 바람으로는 죽었다 깨도 예전의 지지율을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핵심 지지층을 제외한 일반 유권자들까지 정말 뭔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기에는 한 달여 남은 나머지 선거기간에 무엇을 해도 10배 이상의 노력을 투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남은 대안은 무엇인가? 독자 여러분이 이미 짐작하고 있듯이 후보 단일화 밖에는 없다. 두 사람이 단일 후보에 합의해 이를 대대적으로 발표한다면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변화의 강도는 두 배 정도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체감지수가 로그함수의 곡선을 따른다는 사실은 기업이 변신을 꾀하고자 할 때 왜 찔끔찔끔 점진적 변화를 해서는 소용이 없고 꼭 혁신을 해야만 소비자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 입증해 주는 유용한 이론적 수단이기도 하다.

교훈은 무엇인가? 노 후보나 정 후보나 기존에 익숙한 공약이나 구호를 동원하는 점진적 전술을 채택한다면 10배 이상의 힘을 기울이지 않는 한에는 일반 유권자는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수학적 예측이다. 노 후보나 정 후보는 기존의 2배가 아니라 logX=2를 만족시키는 X값 만큼 더 노력을 해야한다. 시간이 촉박한 두 후보에게 남은 선택은 이래 저래 후보 단일화라는 충격 요법 밖에는 없는 것 같다.

jean

* 필자는 [테크노 폴리틱스](시와사회, 2002)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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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11/15 [21:2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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