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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정치개혁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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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깍이   기사입력  2002/11/14 [21:43]
이전의 졸고들에서 필자는 노무현은 liberalism이라는 이념에 기반해서 한국정치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제 보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정치변화의 방향이 무엇이며, 노무현이 그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정치개혁의 본질  

정치변화의 방향은 정치개혁으로 요약되지만 정파에 따라 또는 대중들의 인식의 차이에 따라 그 의미는 달리 이해되고 있다. 다수당인 한나라당에게 있어 정치개혁은 '부패정권의 심판' 이자 정권의 교체이며, 이에 상당수의 국민이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의미의 정치개혁은, '부패정권'이라는 현정권에 대한 인식이 과연 타당한지와 무관하게 현정권에 대한 즉자적 반감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현정권의 실정의 근본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가 없이 다만 김대중과 그 주변인물들에 대한 비난으로 머물고 있으며, 그래서 그 인물들만 교체한다면 정치가 바뀔 것이라는 안이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IMAGE1_LEFT}이러한 안이한 상황인식으로는 정치개혁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안타깝게도 이미 김대중 정권이 입증해주고 있다. 김대중은 김영삼 정권의 실정을 비난하면서 그 원인을 김영삼과 그의 아들인 김현철을 비롯한 주변인물들의 무능과 전횡에서 비롯하다고 인식했다. 그래서 '준비된 대통령' 이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유능한 대통령이 들어선다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대중이 결코 무능한 대통령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실정의 양상은 놀라우리만치 김영삼정권 때와 비슷하다.

김대중정권의 실패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인물 또는 인물들이 바뀌면 정치가 바뀐다는 믿음이 정치개혁의 최대의 장애물이다' 라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제대로 된 법, 제도, 정치 문화가 없거나 무시되고 인물들이 한국의 정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한국의 현 상황이 바로 한국정치의 핵심문제이다. 공식적으로는 어떠한 권력도 없었던 김현철이 국정의 실세였고, 그정도는 아닐지라도,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권력이 주어져 많은 금전적 이득을 취할 수 있었던 김대중의 아들들의 사례도 곧 초법적 인치의 존재와 그 폐해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이와 같이 누구나 그 폐해를 인정하면서도 되풀이되는 초법적 인치는 어떻게 재생산되는가? 그 재생산 구조를 파악해야만 비로소 한국의 정치개혁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현대정치에서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내고 강제하는 국가권력은 정당에서 비롯한다. 정당은 법과 제도를 만들어내는 공식기관들인 국회, 행정부,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들에 정당원들을 진출시켜서 법과 제도를 만드는데 직접적인 참여를 한다.

정당은 국가와 사회에 광범위한 공적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정당은 일정 수의 당원들의 자발적 결사체이고 그 내부의 작동 메카니즘 역시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된다. 이러한 자율성은 liberalism에 입각한 집회결사의 자유에 의해 보장받으며, 설령 문제가 있는 정당이 있을지라도 선거를 비롯한 각종 정치 시장에서 걸러낼 수 있다는 실용적 사고에 의해 뒷받침된다.

하지만 경제의 시장도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경직되고 실패할 수 있는 것처럼 정치 시장도 재대로 된 정당을 걸러내는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법이나 제도에 직접적 영향을 행사하는 정당의 경우에 있어서는 정당에 보다 유리하게 정치시장을 만들 수 있어서 정치시장의 실패는 악순환의 구조로 고착되어질 수 있다.

한국은 오랜 독재기간동안 집권당은 대통령의 입맛에 길들여져왔고, 야당은 모진 탄압에 대항하면서 소수의 비밀스러운 당운영에 익숙해져왔다. 정치 시장은 집권당과 야당에 의해 과점되었으며, 정치적 자유의 억압은 유권자들이 제대로 정당을 비교검증할 수 없게 만들었다.

1987년 이후 제도적 민주주의는 상당히 회복되었지만, 군사독재시기의 억압이 이미 문화적으로 내면화된 유권자들은 기존의 정치구도, 문화 에 익숙해져, 현대정치에 필수적인 합리적 선택을 못하고 있다. 더구나 지역의 영향력이 강했던 양김의 분열은 유권자들을 지역구도에 가두어버린다. 이처럼 정치 시장이 실패하면서, 소수의 정당들이 아무리 변변치 않은 상품 (인물이나 정책)을 내놓아도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오히려 그 영향력을 확대지속하면서 합리적 유권자들마저도 정치에 냉소적이며 거리를 두고 있다.

악순환의 정치구조가 고착화되면, 일부정치인들이 어느 한 곳을 고칠려고 해도 그 효과가 미미하고, 또한 기존 정치권에서의 강한 저항으로 인해 오히려 변화를 주도하고자 하는 정치세력이 퇴출되고 만다. 그동안 3김정치와 지역구도에 도전했던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오히려 정치시장에서 밀려나버리는 경험은 정치권 안팎으로 패배주의를 부추켜왔다.

그러한 악조건에서도 예외적으로 살아남은 정치인이 노무현이다. 기존정치권의 관행과 지역구도에 저항하면서, 많은 실패를 경험했지만 오히려 그러한 실패들을 통해서 현재의 정치를 개혁해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그의 등장은 기존의 '인물'을 대체할 새로운 '인물'이라는 의미를 이미 뛰어넘어, 한국정치의 악순환 고리를 잇는 정당과 정치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낼 수 있는 상징이자 추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가 한국정치의 한 축을 이루는 제 2세력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다는 사실자체가 기존의 정당구조와 정치시장에 있어 거대한 파열음이다. 노무현이 기존의 정당과 정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향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전망함으로써 노무현의 정치개혁의 의미를 평가하고자 한다.

민주당의 개혁  

여야를 막론하고 한국의 정당은 정당의 리더를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구조를 이루고 있다.국회의원을 비롯한 지구당 위원장들은 당 총재의 거수기에 불과하며, 지구당 당원들은 역시 위원장들의 박수 부대이다. 총재 다음으로 피라미드의 일정 부분에 영향력을 미치는 중진 정치인들은 당내 계보를 형성하고 그 계보를 바탕으로 정치적 입지를 유지해나간다.

이러한 수직적인 피라미드 권력 구조에서 충성은 돈과 권력내의 일정지분과 맞거래되어 정당내의 조직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특정 정당과 특정 지역의 유착은 선거라는 정치시장을 무력화해, 정당원들은 정당의 권력 피라미드의 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노력을 집중해왔다. 정당원들은 국민적 요구는 외면한 채 정당내의 거래에서 보다 많은 이득을 올리는데만 혈안이 되었고, 그 결과 돈과 인사에 관련된 많은 스캔들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 되어왔다.

김영삼과 김대중이 개혁노선을 표방했음에도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핵심적 이유는 개혁이 중심이 되어야할 정당 자체에 대한 반성이 없는채 자신의 권력기반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기존 정당의 퇴행적 관행이 확대재생산하는 것을 방치해버렸다는 데에 있다. 정부가 관여하는 각종 직위들을 충성의 댓가로 넘겨주었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스캔들을 무마하기 위해, 검찰 등 사법기관을 철저히 권력의 수단으로 전락시켰다. 검찰 등의 눈가림 속에서 권력을 지렛대로 하는 온갖 거래들은 확대재생산되어 임기 말에는 국가권력으로도 더 이상 감당할 수 밖에 없어져, 결국 정국주도권을 내주고 만다.

민주당의 국민 경선과 당의 권력 분할은 이러한 위기상황에서의 자구책이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낡은 정치 관행에 익숙해온 민주당의 주류정치세력은 경선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눈속임으로 활용하고자 했으며, 이인제를 옹립함으로서 충성과 이권의 거래를 계속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예상과 달리 노무현의 등장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노무현은 민주당 주류의 정치 관행과는 철저히 반대편에 서있었다. 그는 정치자금을 매개로 계보를 만들지도 않았고 또한 충성하는 계보조직에도 속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에게서 기대했던 금전적 유인은 전무했고, 오히려 계보정치를 기본으로 하는 기존 정당의 전면적 개혁을 주장함으로써, 주류들에게는 심각하게 위협적이다.

대통령 당선이 지상 명제였던 김대중과 달리, 대통령 당선을 정치개혁을 위한 과정으로 간주하는 노무현과는 어떠한 정치적 거래가 이루어질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노무현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그것을 구실로 노무현을 후보지위에서 몰아내기 위해 비상식적인 수단들을 쓰기에 이른다.

노무현의 등장은 민주당내의 권력 판도에도 일대 변혁을 불러 일으킨다. 동교동계로 불리는 김대중의 친위세력이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후보 옹립에 실패함으로써, 숫자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정치무대에서 주변부로 몰리게 된다. 그들은 또한 김대중 권력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김대중과는 이미 정치적으로 샴쌍동이가 되어, 김대중의 퇴장과 더불어 불가피하게 정치세력으로서 생명을 다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

동교동계가 앞장서서 끌여들였던 이인제 등의 영입세력도 뿔뿔이 흩어짐으로써, 이미 수명을 다했다. 반면, 민주당의 개혁이미지 표방을 위해 영입한 민주화운동세력은 그동안의 당내 소수파, 비주류의 위치를 벗어나, 대선과정에서의 뉴스의 중심에 떠올랐다. 계보정치에서 자유로운 노무현은 그들을 자신의 거수기로 만들 수도 만들 의향도 없어서, 노무현의 선거본부에 집결한 민주당의 원내 원외 정치세력들은 한국정치사상 모처럼 대통령 후보와의 수평적, 동지적 관계를 맺고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된다.

동교동계로 대변되는 민주당의 구세력과 선본으로 대표되는 신세력과의 갈등은 선거가 진행되는 과정과 대선이후에도 어떤 방식으로돈 계속될 수 밖에 없다. 한 정치세력이 쉽게 정치세력으로서의 사망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 없음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동교동계가 제기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

먼저, 그들은 김대중의 친위부대를 자임함으로써, 김대중과 독립된 정치적 위상을 확보하는데에 실패했다. 그러므로 김대중의 퇴장이후 그들이 독자적인 정치세력으로서 위상이란 애당초 존재할 수가 없다. 이는 김영삼의 퇴장이후 김영삼의 친위세력이었던 상도동계가 이미 해체되어버리고 이제는 상도동계라는 단어가 정치용어로서 무의미해져버렸던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교동계라는 명확한 그러나 부정적인 이미지의 카테고리에 갇히면서, 설령 그안에서 일정정도 독자성을 갖는 정치인일지라도 그 카테고리를 뛰어넘는 것도 불가능하다. 과거 상도동계의 김덕룡이 그 벽을 넘지 못했고, 동교동계인 한화갑도 국민경선에서의 좌절을 통해, 자신의 능력과 의지에도 불구하고, 동교동계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둘째, 동교동계를 재생산해줄 물적 기반이 이미 와해되었다. 동교동계를 묶어줄 충성심을 이끌기 위해서는 금전적, 권력지분등의 거래가 불가피한데, 그 피라미드 조직의 정점이었던 김대중이 떨어져 나감으로 인해, 중간 보스들도 정치자금 등에 있어서 추위를 떨 수 밖에 없다. 정치적 동지 관계에서 시작했지만 인제는 거래관계에 익숙해져버린 동교동계조직이 원활한 정치 자금 공급없이 유지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째, 김대중이후에도 과연 호남이 단지 호남출신이라고 해서 자신들을 지지해줄 수 있는지가 불투명하다. 호남의 연고와 조직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틀림없지만, 민주당에 대한 호남의 높은 지지는 민주당원들에 대한 것이 아니라, 김대중에 대한 것이었다.

호남에서도 기존의 민주당의 문제점들을 인식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김대중의 대통령당선과 대통령직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용인해준 면이 크다. 김대중의 실정에 대해서는 호남에서도 공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실정의 한 축을 맡고 있었던 동교동계도 다음의 총선에서 일정정도의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

네째,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새롭게 부상한, 노무현과 달리 쉽게 거래가 될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정몽준을 염두에 두고 노골적으로 또 은밀히 후보교체를 추진해왔다. 후보교체가 여의치 않다면 아예 정몽준당으로 말을 갈아타는 것도 고려했다. 하지만 정몽준은 정치적 미숙함 때문에 많은 실수를 했고 이제는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또한 정몽준은 민주당의 동교동계를 껴안는, 많은 비용과 모험이 따르는 일을 굳이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동교동계는 호남의 유권자들에 대한 눈치보기와 정몽준의 불확실한 정치행보로 인해, 일부 개인차원의 정몽준 지지를 제외하면, 노무현 이외의 대안을 갖는데 실패한다. 대통령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하나의 정치세력은 그 입지가 무너진다.

{IMAGE2_RIGHT}노무현이 당선된다면, 이미 진행되고 있는 정치세력의 동교동계의 와해는 더더욱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이 보호해주지 않는 계보정치는 위험 가능성이 아주 높고 정치자금의 수급도 불가능하다. 또한 다수는 동교동계보를 탈퇴하고 노무현 권력에 참여하고자 애쓸 것이다. 노무현이 당선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김대중이라는 구심점을 상실하고 정치적 정체성이 없는 동교동계가 험난한 야당으로서의 시련을 견디면서 집결하기는 불가능하다. 반면 노무현으로 대표되는 개혁 세력은 그 당선과 무관하게 독자적인 정치적 위상을 확보하는데 이미 성공했다. 즉 설령 당선이 안된다 하더라도 야당의 구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 동교동계로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보다 현실적인 계산은 최소한 노무현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이후 집권했을 경우 어느정도의 권력에, 그리고 졌을 경우에는 야당에 일정지분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김대중때처럼 계보정치를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동교동계에는 어떤 경우이든지, 정치세력으로서의 진로는 없다. 오직 계보라는 낡은 정치 수단을 버리고, 정당원들이 대등한 동지적 수평적 관계를 갖는 새로운 정당 구조를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현재 민주당은 스스로의 개혁으로 상당한 당내 분란을 겪고 있지만 이는 변화되는 시대에 적응하는 당연한 과정이다. 오히려, 3김정치를 청산하지 못하고 그것을 내재해버린 한나라당이 시대착오적이다. 대통령후보가 많은 개인적 결함들을 갖고 있었음에도 이미 당권을 확고히 함으로 인해 경선에서 걸러지지 못했다. 그 결과, 대선 후보를 계기로 이루어져야할 정당의 위상정립에 실패한다. 보수정당을 표방하지만 보수이념의 일반적 아젠다라고 할 수 있는 국가안보를 주장함에 있어서 치명적인 약점을 갖게 되어, 공세적이고 긍정적인 대선 캠페인을 스스로 봉쇄해버렸고, 오직 정당을 지역구도에 고착시켜버렸다.

필자는 '[노무현 시대 연재 2] 이 회창은 승리할 수 있는가?' 에서 이러한 한나라당의 정당구조로는 자력에 의한 승리는 불가능함을 지적한 바 있다. 상대주자들의 득표로 인해 요행히 당선된다 하더라도 그러한 정당으로는 김영삼과 김대중의 실정을 반복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오히려 개혁의지의 결여는 실정의 규모를 훨씬 크게 할 것이다.

정치 시장의 개혁  

노무현의 등장은 민주당의 낡은 구조를 변화시켜, 이념과 정책을 기반으로한 국민들의 지지획득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정치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믿을만한 정당에서 제대로된 상품으로을 시장에 내놓고 구매자인 유권자와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나게 된다.

먼저, 그는 유권자들에게 고급상품을 내놓는다. 고급상품의 특징인 지명도 있는 브렌드를 구축하기 위해, 그는 정당의 가장 상위 브랜드인 이념을 명확히 한다. '생산적 복지'로 대변되고 있는 그의 이념은 복지 이념을 중시하는 케인즈 이후의 liberalism의 전통에 맞닿아있다. 케인즈의 이념은 흔히 오해되는 것처럼 정부의 재정팽창이 아니라, 시장이 실패하고 그 결과 수요 공급의 선순환이 깨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공공정책이 필요함을 역설한 것이다.

그 공공정책의 중요한 내용 중 하나가 대중들의 최소수준의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산적 복지의 이념은 시장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시장의 실패를 방지하고 또 그러한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독점자본주의, 정경유착, 빈민층에 대한 무대책으로 얼룩진 한국상황에서 생산적 복지이념은 시장이 시장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그는 이러한 최상위 브랜드에 호응하여 상호유기적인 부문별, 지역별, 계급별, 계층별 상품을 내놓는다. 주요하게 부각된 상품들 중에서 '정치개혁'은, 상품들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 상품생산자인 정당에 대한 신뢰회복을 주장하는 것이며,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은 그의 이념의 경제분야에 있어서 구체적인 실현방안이며, '남북화해와 동아시아'의 시대는 이념의 국제적 확장판이다.

충청권으로의 수도이전과 부산의 해양 거점으로의 발전등, 지역별 상품도 지역별 상품도 편협한 지역이기주의들이 반영한 너덜너덜한 짜깁기가 아니라. 국가전체의 발전과 유기적인 관련을 갖고 있다. 이처럼 낡은 지역상권에 갇혀 싸구려 정치 상품들을 강요받았던 유권자들에게 고급스러우면서도 믿을만한 상품들일 제시하고 있다.

세째, 그는 자신의 상품들에 대해 사실적으로 그리고 아주 광범위한 광고를 한다. 자신의 상품은 일부 특권세력과 기득권 세력과는 맞지 않는 것임을 인정하고 그들은 구매를 하지 말것을 공고했다. 그리고 그 상품의 주요한 효과가 서민과 중산층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남북화해등 일정 상품은 그 효과를 얻기 전에 초기투자가 선행되어야 함을 명시해, 유권자들이 상품구입후 배신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했다. 상품과 상품생산자로서의 자부심은 시간, 장소, 매체에 구애받지 않고 전국적인 규모에서 아주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게 했다.

네째, 이러한 고급정치 상품들에 대해 그는 그러한 상품을 사고 싶은 유권자들이 적절한 비용을 지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종전의 싸구려 정치상품들은 고작 투표정도의 헐값에 팔렸고 심지어는 웃돈을 오히려 주고서 팔려나갔던 반면에, 그는 유권자들이 투표행위를 넘어서 정치자금을 또는 정치에 조직적인 참여를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 그의 이러한 정치 시장 개혁의 의지는 유권자들에게 일정한 호응을 얻어, 그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 회원, 그의 팬클럽조직, 그리고 노무현과 연대를 선언한 '개혁적 국민정당' 등이 기존의 정치관행과는 전혀 달리 오히려 자발적인 모금운동과 참여운동으로 호응하고 있다.

이와 같은 쌍방향 소통을 통해, 노무현은 liberalism 의 정치에 부합하는 정치시장을 만들어 나가고, 좋은 상품을 매개로 정당과 전국의 유권자가 자유롭고 폭넓은 결합을 이루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전국적 시장으로의 재편은, 지역구도에 사로잡힌 정치시장에서처럼 일정의 고정 유권자가 없다는 약점을 갖고 있지만 반면 좋은 상품을 통해 전국의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노무현이 당선을 통해, 이처럼 새로운 정치시장이 가능함을 구체적으로 입증한다면 정치 시장은 이번 대선을 계기로 급속히 재편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노무현이 당선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시장개편의 추세는 이미 불가피하다. 개발독재의 정치적 유물인 3김정치는 이미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럼으로써 3김이 관할했던 지역 상권도 해체될 수 밖에 없다. 영남 특히 대구경북이라는 상권을 확보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설령 승리한다하더라도 김대중의 호남상권에 대한 대항으로 스스로를 위상짓는 한, 그 자신의 상권도 자연히 김대중의 퇴장과 함께 퇴조할 수 밖에 없다. 이미 한나라당도, 명확하게 드러내지는 않지만 소수기득권세력들을 위한 정치상품을 내놓고 그들에게 거액을 받고 공개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특별히 영남지역에 대한 상품을 개발하지 못하고 또 하지도 않고 있다.

이처럼 지역구도라는 겉모습과는 달리 한국의 정치구도도 결국 계층 계급구도로 재편되어 유권자들은 그에 맞는 정치상품을 구입하게 될 것이다. 노무현은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필자는 그러한 노력이 대선에서의 성공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노력이 한국정치의 강력한 한 축인 제2세력의 후보에 의해 이루어지는 점이 고무적이다. 기존의 정치개혁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주체들이 아주 미약한 세력기반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데 제한이 있었다. 그래서 실험으로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노무현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호조건에서 정치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의 정당은 국회의원수를 기준으로 100석이 더되고, 그의 지지도는 현재 최고수준의 지지도는 아닐 지라도 무너지지 않는 확고함이 있다. 이러한 조건이라면 유권자들의 정치 개혁 열망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다. 유권자의 결집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은 오히려 상대 후보가 아니라 오히려 민주당의 분열양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련 역시 정치개혁에 있어서의 불가피한 과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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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11/14 [21:4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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