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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탈당파들은 오리지날 정치철새들
다음 총선에서 확실하게 표로 심판해야ba.info/css.html'>
 
서영석   기사입력  2002/11/06 [16:43]
{IMAGE2_LEFT}민주당을 탈당한 의원 17명 가운데 14명이 수도권 의원들이다. 이들은 민주당에 대한 수도권 민심이 워낙 나빠서 탈당을 결행했다고 변명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변명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만약 이들이 이런 변명을 한 적이 없는데, 그런 식으로 몰아가고 있는 쪽이 있다면 그것도 거짓말을 통해 뭔가 여론을 호도하려는 목적이 있을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왜 이들의 변명이 새빨간 거짓말인가.

우선 민주당의 인기가 바닥이란 점은 객관적으로 사실이다. 명확하게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김대중 정권에 대한 불만이 민주당에 대한 불신으로 투사됐다고들 한다. 좀더 노골적으로 말한다면 아직도 민주당이 호남당이란 인식이 팽배해 있어서라고 할 수 있겠다. 어차피 현재 민심구도는 좋은 현상은 아니지만 호남포위구도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민주당 탈당파들의 변명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론조사기관이나 시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30%에서 최대 38% 정도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 역시 30%대의 지지는 꾸준하다. 민주당 노무현후보도 20% 안팎의 지지율은 그래도 유지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이회창 후보가 1위를 달리고는 있으나 정몽준 후보와 노무현후보의 지지율을 합치면 50%선 안팎의 수치를 보인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몽준 후보와 노무현 후보는 정책적인 면에서나 캐릭터 면에서 지극히 차이가 큰 것이 사실이지만, 지지기반이란 면에서 보면 상당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즉 변화와 개혁을 열망하는 20대~40대 초반까지가 주요한 지지계층이다. 노풍이 절정에 달했을 당시 노무현 후보에게 보였던 지지율 50%~60%가 지금은 노-정 두 사람에게로 나뉘어져 있는 형국이다. 결국 지지계층의 상호이동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사실은 이것이 후보단일화에 대한 가장 커다란 이론적 근거다. 이런 지지계층의 유사성 때문에 후보단일화를 했을 경우 단일화된 후보가 지지계층의 산술적 합계만큼 지지율을 얻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대통령선거 이후 총선정국을 전망해보자. 국회의원들은 소속당 대통령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 못지 않게 차기 총선에서 자신의 당락가능성도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민주당처럼 노풍 이전에는 한번도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당에서는 차기 총선에 대한 전망이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가상부터 해 보자. 대통령선거 국면에서는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열망의 유권자가 노-정 두 사람에게로 분산돼 있었지만 차기 총선에서는 분산될 이유가 없다. 보수와 기득권계층이 지지하는 대통령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인만큼 총선에서는 변화와 개혁의 파고가 더 높아질 것이란 점은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그때는 김대중 대통령이 퇴임한지 2년이나 지난 시점이다. '반(反)DJ정서' 때문에 민주당이 죽을 쑬 리도 없다. 쉽게 얘기해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2년 뒤 총선을 걱정해야 할 쪽은 민주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이다.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가상으로 넘어가자. 지금 민주당이 헤매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지만, 대통령 후보만 부산출신 노무현 후보이지, 당의 골간을 이루는 최고위원들이나 주요 핵심멤버들은 대부분 호남출신들이다. 김대통령이 탈당을 했다하더라도 범 동교동계가 여전히 위세를 부리고 있는 곳이 민주당이다. 지금같이 '반DJ정서'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이러고도 민주당이 민심의 지지를 받으려 들 수는 없는 노릇이라 하겠다.

{IMAGE1_RIGHT}그러나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상황은 일변할 것이다. 명실상부한 노무현당으로 변신할 것은 뻔하다. 우리나라처럼 강력한 대통령제의 취임초기에는 더욱 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다면 확실한 경상도당의 모습을 띨 것으로 보이는데-지금 한나라당은 주류기득권 경상도를 대변하는 정당이지만 노무현 경상도당은 비주류 소외계층 경상도를 대변하는 정당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그렇게 된다면, 맞는지 틀리는지 알 수는 없는 주장이지만, 최소한 호남당이란 굴레 때문에 민심이 멀어졌다는 상황만큼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탈당한 진실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이들의 면면 속에 정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상당수 의원들은 과거 한나라당에 몸담았다가 민주당이 집권하면서 한나라당을 떠나 민주당으로 왔던 오리지널 정치철새들이다. 또 많은 의원들은 양지만 좇아와 음지를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이며, 오랜 야당생활에서 권력의 꿀맛을 본 의원도 있다.

쉽게 얘기해서 이들은 야당하기가 싫은 것이다. 그것이 정답이다.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 지지도가 높을 때는 정몽준 후보로 후보단일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가, 정몽준 후보의 지지도가 떨어지니까 후보단일화가 아니라 아예 한나라당으로 턴하려는 사람이 나오는 것만 봐도 이들의 진심이 뭔지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철새들이 이리저리 들락거린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대통령 후보진영에서도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이런 철새들을 받아주는 관행이 계속되다 보니까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런 철새들이 계속 번성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절대 정치철새들이 서식할 환경을 제공해서는 안될 것이며, 유권자들도 이런 철새들을 기억했다가 다음 총선에서는 확실하게 표로 심판해야만 할 것이다.

* 본문은 서영석기자의 서프라이즈에서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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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11/06 [16:4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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