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민주당 분열은 민주주의 위기 의미
원칙과 명분도 없이 탐욕에 눈먼 철새들은 떠나야ba.info/css.html'>
 
장신기   기사입력  2002/10/24 [12:15]
{IMAGE1_LEFT}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였던 김민석씨가 민주당을 탈당했다. 그의 태도는 위기에 처한 민주당을 저버리고 자신의 안위만을 추구한 기회주의적 행동이라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나는 지방선거 당시 김민석씨에 대한 지지논리를 폈던 사람으로서 큰 충격을 받았음을 고백한다. 현재 민주당은 서울시장 후보까지 탈당 대열에 합류할 정도로 극심한 내부 분열 상태에 빠져 있다. 이러한 민주당의 분열은 국민 경선제를 통해 선출된 후보를 단지 지지율 하락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체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후보 교체론으로 촉발된 민주당의 내분 사태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민주당의 위기를 넘어서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로까지 비화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승리 지상주의에 빠져서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대국민 약속을 파기하는 이러한 행태는 국민에게 정치를 권력 획득의 장으로만 인식하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치는 원칙적으로 한 사회의 가치를 제도화하고 국민들의 비판의식을 일깨우는 교육의 장이다. 그런 면에서 정치는 계몽의 기능도 담당한다. 승리 지상주의 담론만이 판치는 현재의 민주당 내 모습은 국민을 계몽하기는 커녕 오히려 사적 탐욕주의를 극대화하는 결과만을 초래할 뿐이다.

그동안의 민주당 분열 과정을 보면 경선 패배 세력들의 경선 불복의 논리와 방법이 총동원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게임 규칙을 깨뜨리는 나쁜 선례이며, 정치세력들이 마음만 먹으면 합의된 질서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락한 정치윤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문제점을 가진 경선 불복 세력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면, 이런 그릇된 짓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에 한국정치는 원칙도 없는 파괴적 소용돌이의 늪에서 결코 헤어나기 어렵다.

그리고 당원과 국민들의 참여로 선출된 후보를 유력 정치인 몇몇의 의사만으로 교체하겠다는 발상은 참여 민주주의의 대전제를 정면에서 부정한 것이다. 이러한 정치인들에 의해서 민주당 전체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시민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한 한국 정당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회의원 몇 명이 한 정당의 진로를 흔드는 것은 시민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한 한국 정당의 구조적 한계에 기인하는 것으로서 극복해야 할 구태 정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IMAGE2_RIGHT}선거에서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원칙과 명분이다. 원칙과 명분에 입각해 행동하는 정치세력만이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민주당 분열 사태에서 나타나는 원칙 파괴 현상은 민주당이 어느 정도 담보해 왔던 개혁세력의 이미지에 결정적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는 개혁세력의 정치적 위상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자칫 개혁세력 전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감을 주어서, 민주당은 재기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는 정치권 전반의 보수성을 강화시키고 사회 전반에 정치적 허무주의를 팽배하게 할 수 있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의 앞날을 매우 어둡게 하는 결과를 부를 수 있음을 민주당은 깨달아야 한다.

한국정치는 전반적으로 보수화되어 있다.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의 우경화는 우려할 수준에 이르렀으며, 수구언론의 독과점적 지위는 철옹성과 같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부족하나마 개혁적 가치를 정치적으로 수렴하였던 민주당이 내분에 의해서 대국민적 신뢰를 잃어가는 현재의 흐름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기본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수구세력과 개혁세력의 비대칭적 불균형 발전은 정치권의 보수성만을 강화시키는 것은 물론, 개혁세력의 정치적 발육부진을 조장함으로써 한국 민주주의 전체의 위기로 비화될 수 있다. 민주당의 약화는 민주당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볼 때도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퇴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현재의 자해적 분열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여 대국민 신뢰를 회복해야만 한다.

* 본문은 한겨레신문 10월 24일자 왜냐면에 기고한 글을 보완한 것입니다.
* 필자는 ‘이인제는 이회창을 이길 수 없다(노무현 필승론)’'노무현, 반DJ신드롬을 넘어서(시대의창)'의 저자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2/10/24 [12:15]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