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황우석 교수에게 감사드린다. 생명공학을 둘러싼 윤리문제, 소박한 민족주의의 기운이 만든 소용돌이-쇼비니즘 그리고 파시즘의 광풍, 진실추구로 무리하게 밀어붙인 취재관행, 친북-반미와 반북-친미가, 조선일보와 노빠가, 열라우낀당과 딴나라당이 국익의 이름 하에 하나가 되는 모습, 마초이즘과 가부장주의가 충동질한 국가에 충성하는 난자들의 행렬, 미 극우파와 한국 애국주의의 적대적 공생관계, 줄기세포연구가 북한에 전해지지 않아 좌파들이 음모를 꾸민다는 초과학적 가설...... 내 인생 언제 다시 이러한 꼬라지를 볼 수 있을까. "사람 하나를 죽이면 살인자가 되지만, 수백만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 -히틀러 "사기도 크게 치면 희망이고 그 희망을 꺾는 것은 반역자다." -황우석 추종자들의 정신상태 황우석 추종자들에게 연민과 유감을 표한다. 당신들의 추악한 발악과 정신적 공황상태를 달래고자 빅딜을 제안한다. 1. MBC PD수첩을 폐지하자.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교섭에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민주노총 단상을 점거하는 짓, 수단이 목적을 정당화한다. 쌀시장개방에 분노한 군중들의 폭력시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박정희의 양적 경제성장이 그의 패륜을 정당화활 수 없고, 미국의 공세가 김일성의 독재를 정당화할 수 없듯이. 드디어 지상파에 실린 문제의 그 방송을 보신 분은 알겠지만, PD의 취재가 강압적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도리어 김선종 연구원의 태도가 퉁명스러워 보일 정도였다. 기세등등히 협박을 하지도 않은 것 같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가 구속될 것이다"라는 거짓말은 사실이었다. 비열한 유도심문이었다. 탐사보도로 약자와 소수자의 이익을 대변했다는 찬사는 뒤에 접어놓자. 어떤 슬로건이 붙은 그릇도 PD수첩이 이미 엎질러버린 취재윤리를 주워 담을 수 없다. PD 수첩을 폐지하자. 문화방송은 방송중단을 결정했고, 일부 네티즌들은 이를 반대하며 서명에 나섰다. 나도 서명했다. 그러나 이것은 일방적 매도와 마녀사냥에의 반발이었지, PD수첩의 부활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었다. PD수첩을 저널리즘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고, 고이 기리도록 하자. 2. 김선종 연구원과 제보자 A는 보호하자. 노성일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김선종 연구원을 거론하며 울음을 터트린 그 심정만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김XX 연구원'으로 거명하며 문화방송은 그를 보호하려고 했으나 이제 그는 더는 빠져 나올 수 없는 수렁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이제 제 인생도 끝났군요." 아니다. 인생은 끝나서 안 된다. 김선종 연구원은 살 날이 많이 남았다. 그의 꿈이 짓밟혀서는 안 된다. 제보자 A도 끝까지 보호받아야 한다. 애국이라는 추상적이고도 특수한 가치를 갖다 대지 마라. 히틀러, 무솔리니, 스탈린, 김일성, 박정희, 부시 모두 애국자다. 분노하지 마라. '애국자'는 칭찬이 아니다. 일본의 와다 하루키, 미국의 하워드 진은 '매국노'다. 어리둥절해하지 마라. 미쳐가는 국가의 국민으로서 제 양심 하나라도 건사할 길은 매국노가 되는 것이다. 김선종과 A에게 매국노라고 부르는 것은 당신들 자유다. 하지만 삿대질을 할 자유는 없다. 당신의 그 삿대질들은 암세포처럼 우리의 일상에 수없이 번지고 침투하여 집단적 광기를 배반한 양심적 개인을 유린해 왔다. 이런 세상에서 조그마한 피해라도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지껄이지 마라. 정 지껄이고 싶으면 볼륨이라도 낮춰라. 김선종과 A는 공범이다. 하지만 이들의 실토가 없었더라면 희대의 사기극에 전 인류가 놀아났을 것이다. 잘잘못을 가려보자. 허나 이 순간부터 그들에게 낢은 삶을 향한 용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황우석 추종자, 당신들 모두가 가졌던 희망의 총합보다 더 큰 희망을 그들에게 안겨다 주어야 한다. 3. YTN과 섀튼을 심판하자. PD수첩 폐지를 외치는 그 결기로 YTN을 심판하라. 나는 재밌는 '돌발영상'이 아니라 이번 사건으로 YTN을 기억할 것이다. YTN이 무슨 짓을 하든 나는 이번 사건을 떠올릴 것이다. YTN은 이를 기껍게 수용해라. 조선일보가 이 지경이 된 것은 득실거리는 비판의 눈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망간 섀튼. 추궁해야 한다. 나는 황우석 교수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주는 당신들을 증오한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만 속죄양이 되고 끝난다면, 그에 한해서 나는 당신들과 같은 편이 되겠다. 섀튼, 그가 도주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4.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의 대국민사과와 박기영 보좌관의 해임을 요구하자. 나는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고, 노사모 회원이었고, 유시민 의원이 주도하던 개혁국민정당의 당원이었고, 학교단위 모임에서 논평을 담당했다. 2004년경 지지를 철회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라크1차파병, 네이스파동, 새만금사업. 정권 원년이라 참았고, 민간인이 아니라서 말하지 않았다. 부재자 투표에서 민주노동당을 찍는 것으로 표현을 대신했다. 김선일이 죽었을 때 참담한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노무현 정권의 타락에 오버랩된 유시민의 거듭된 망발은 그 지지자들을 수치스럽게 만들었다. 황우석연구실을 깜짝방문하며 쇼의 연출 및 주연을 맡았던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 아니 전 인류 앞에서 사죄해야 한다. 유시민 의원은 그 입이라도 좀 다물기 바란다. 황우석의 음해세력을 격리하자던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부디 꿈을 이루기 바란다. 당신 한명만 격리되면 그만이다. 박근혜 대표, 100단어수첩만 보지 말고 PD수첩 좀 보시지. 날씨 추운데 길거리에서 계속 사학법개정반대투쟁하시기 바란다. 이 참에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이명박 서울시장으로 미리 정리해두는 게 속이 편할 것 같다. 박기영 보좌관. 대통령의 보호막 뒤에 숨을 생각일랑 집어치워라. 당신의 선택은 하나밖에 없다. 머리가 텅비고 입은 상스러워진(머리가 꽉찼거나 입이라도 기품 있으면 이해를 하겠다만) 황우석 추종자들이여. 박기영 보좌관은 당신들의 행복과 희망을 앗아간 장본인이다. 내버려두지 말아라. 5. 황우석을 떠받든 힘의 일부분이라도 떼어내어 민족독립에 이바지했음에도 극단주의자들의 갈등에 파묻혀 죽은 인물들을 기리자. 한국사회에 이렇게 애국투사들이 수두룩할지는 몰랐다. 수령체제에 충성하다 죽은 비전향장기수, 그 장기수들의 묘역을 파헤친 북파공작원들이 애국투사의 전부인 줄 알았다. 애국투사라면 모름지기 북한에서 유통기한이 다해 남한에 온 황장엽 선생, 문화방송을 사대주의자로 몰아붙이던 <자주민보>의 이창기 기자쯤은 되어야 할 줄 알았다. 민족독립의 지도자였지만 좌우와 남북의 분열과 외세의 개입으로 쓸쓸히 묘역으로 퇴장한 애국자들이 있다. 극우파에게 암살당한 여운형, 좌우합작의 좌절 후 전쟁 때 납북된 김규식, 유력 대선후보에서 간첩으로 전락해 죽은 조봉암, 약사봉에서 의문사한 장준하, 인혁당의 누명을 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혁신계 인사들이 있다. 황우석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절규하는 당신들은 이들을 일년에 한번이라도 추도해 보았는가. "나중에 나라가 망하면 절대 나서지 말라"는 독립투사의 유언을 기억한다. "나중에 조국이 광풍에 놀아나도 결코 진실을 밝히지 말라"는 전언을 남겨도 좋은가? 황우석은 이순신이 아니고, 당신들도 독립투사가 아니다. 당신들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고, 헌병 오장이고, 일군 중좌다. 당신들의 스승은 민족의 개조를 위해 내선일체를 꾀한 이광수이다. 당신들이 만든 엉킨 매듭, 스스로 풀 길을 찾아라. 6. 장애인에게 일상적 관심과 선의의 무관심을 보내고, 새로운 과학기술 없이도 가능한 방법으로 인류애를 실천하자. 장애인이동권을 주장하며 지하철 선로에 드러누운 장애인들을 씁쓸히 떠올린다. 아니, 이렇게 장애인의 재활과 난치병의 치료를 성원하였는데, 그들은 왜 그런 '어문 짓'을 했을까? 강원래 씨는 왜 황 박사의 홍보도우미 노릇을 해야 했다는 말인가? 배아줄기세포 없으면 장애인들과 난치병 환자들은 불행하다는 말인가. 뒤집어 말해 황우석 박사를 지원하지 않으면 장애인들과 난치병 환자들은 평생 별 볼 일 없다는 말인가. 별 볼 일 없는 인간들은 당신들이다. 장애도 난치병도 불행으로 시작되었건만, 인간은 불행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 난자를 기증하며 수놓은 무궁화는 꽃도 역겨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일깨움을 주었다. 갑자기 난자기증의 행렬이 뚝 끊겼단다. 하지만 장애인들을 대하는 일상적 관심은 더욱 더 커져야 한다. 동시에 그들을 별스럽게 취급하는 오지랖을 집어치우고 '선의의 무관심'을 들여야 한다. 장기기증 등 병상의 인류를 위한 병원밖의 인류가 행할 수 있는 방법은 원래 많았다. 7. 생명공학을, 특히 소장과학자들을 응원하고, 이것이 국익이 아닌 개인의 행복과 인류의 공영에 쓰이도록 하자. 누구도 생명공학이 이대로 죽길 원치 않는다. 생명공학계가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꼴뚜기 하나가 어물전 망신을 시키지는 않는다. 관계 없는 학자들에게까지 연좌제를 적용하는 황당한 발상은 억누르자. 소장과학자들의 활약을 조회해보라. 미래는 여전히 창창하다. 그러나 소장과학자들에게도 죄지을 차례가 돌아올 것이다. 나는 성선설 따위는 믿지 않지만 일단 개인의 양심에 베팅한다. 인간의 성질과 무관하게, 자유를 압살하는 시도를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하나의 개인'이 짐을 짊어져서는 곤란하다. 천정배 장관이 유행시킨 '민주적 통제'는 과학기술의 토양에서도 싹터야 한다. 인문학,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만남과 논쟁이 이번처럼 활발했던 적이 없다. 오늘의 이 갑론을박이 쏘아올린 쟁점들은 보온도시락에, 냉동고 보관되어야 한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무조건 옳고, 돈이 된다면 의심 없이 투자하자는 미친 선동을 잠재워라. 이를 실현하려거든 황우석 추종자들은 변하거나, 침묵해라. '국익'이 아니라 '나의 이익'을 이야기해라. 내 조국의 이익이 남의 조국의 이익을 침범한다면, 특히 부국의 재산권이 빈국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면, '국익'은 세계적 재앙에 불과하다. 황우석 신드롬에 빠져 들어버린 당신들과 나의 조국이, '통킹만사건'으로 조작되 벌어진 전쟁에 뛰어들어 무슨 짓을 했는지 되돌아 보라. 식민지의 설움을 끝없이 되내이면서 동남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을 어떻게 대접했는지 반성해 보라. 엠비시 게시판에 몰려가 키보드로 저주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것보다, 난자를 기증하는 일보다 훨씬 더 쉽고, 또 자신에게도 이로운 행동이다. 8. 황우석, 이렇게 하자. 희망의 원리는 파탄났다. 책임의 원리가 환대를 고대하며 우리 곁을 어슬렁거린다. 황우석신드롬은 내 손에 한푼의 돈도 쥐어주지 않았다. 미래지향적 사고를 가지고 은근슬쩍 지나갔었다가 국외의 폭로로 절단났다면 누구도 이렇게 웅성거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 황우석과 노성일의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논란이 어느 편의 손을 들건 황우석은 용서받을 수 없다. 난자공급에서부터 거짓말을 했고, 연구윤리를 뿌리채 흔들었다. 자, 우리는 더 가혹해져야 한다. 노성일의 폭로를 특종으로 담은 한겨레도 부시 반대라는 이유로 자매주간지 지면을 황우석에게 빌려주었다. 국익보다 진실이라고 외치는 양심가와 미친 파쇼 간의 윤리적 거리와 편차는 물론 크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공범의 위치에 묶여 옴짝달짝할 수 없다. 우리가 광기의 마법을 풀고 여생을 꾸리려면 자기 자신에게 가혹해져야 한다. 황우석 박사한테는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 당신들이 PD수첩에 들이댄 잣대를 황 박사에게 그대로 들이댄다면, 그는 지구를 떠나야 할 지경이 아닐까? 황우석 박사가 법률을 위반했다면 응당 처벌을 받아야 한다. 황우석이 아니라 세종이나 이순신이 살아 돌아와도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 북한의 단군릉 발굴을 비웃을 자격을 갖추려면, 한국인들이 먼저 '현대민주사회'에 살고 있어야 한다. 황 박사가 저지른 죄들이 정리될 때까지 응원을 멈춰라. 나찌시대 독일인들은 총화단결하여 절대독재와 세계대전과 유태인 학살을 추동했다. 오늘날 독일에서 네오나찌는 극소수이며 세계에서 가장 앞선 민주체제를 구축했다. 적어도 이 부분에서 우리는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박정희, 전두환의 철권통치 시절에 한국인들은 최소한 절대적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오늘의 미친 바람에 저항한 훈풍은 한국 내부에서 나왔음을 잊지 마라. 황우석 추종자들이 진솔하고 지성적으로 반성한다면, 한국인은 줄기세포보다 더 위대한 기적을 이룰 수 있다. 추신: 이 글은 호혜의 원칙을 어기지 않았다. 내 제안사항은 당신들이 제대로 살 수 있는 기본적 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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