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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정몽준 때리기 성공 못한다
남북정상회담 4억 달러 제공설 왜 나왔나ba.info/css.html'>
 
서영석   기사입력  2002/09/27 [13:02]
{IMAGE2_LEFT}어제(9월25일) 국회 정무위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장에서는 엄청난 폭로(?)가 벌어지고 있었다. 한나라당의 엄호성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이 2년 전인 지난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6-15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현대상선을 통해 북한에 4억 달러를 비밀지원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일~이원도 아닌 4억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4900억 원이나 되는 엄청난 돈을 비밀리에 북한에 지원했다는 것도(사실이라면) 놀랄 일이거니와,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에 엄청난 돈을 준 게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김대중 대통령은 즉각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하야(下野)해야 마땅할 일이기도 하다.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하는 발언은 이른바 면책특권이란 것이 있다. 쉽게 얘기해서 믿거나 말거나 설(說)을 이야기하건, 시중에 흘러 다니는 흑색선전을 그대로 옮기든, 이러한 발언으로 인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과거 독재정권시절에는 대단히 유용했던 제도고, 그 때문에 국민들의 숨통을 터주는 그런 측면도 있었지만, 탈(脫)독재, 탈(脫)권위의 시대로 옮아가고 보니까, 그야말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정치공격의 온상이 되고 있는 측면도 없지 않은 느낌이다.

사실 김대중 대통령께서, 혹은 김대통령을 바로 지근거리에서 보좌하시는 분들이 들으면 상당히 기분 나쁠 일일지는 모르나, 김대통령의 권위는 이미 땅에 떨어진지 오래고, 정치적으로는 거의 뇌사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까지 할 수 있다. 두 아들이 비리에 연루돼 감방에 가고 나서부터는 더욱 그렇다. 김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4억 달러나 되는 돈을 북한 김정일에게 갖다바쳤는지 여부는 사실 대통령이 바뀌면 금방 드러날 문제이기도 하다. 한두 푼도 아니고 4900억 원이나 되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 10만원권 수표추적까지 가능한 이 금융실명제의 시대에, 그냥 묻힐 수 있는 절대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그야말로 부관참시도 아니고 김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이러한 의혹을 들고 나오는 이유는 과연 뭘까.

두 번 얘기하면 입만 아플 정도로 그것은 명백하다. 그것이 무엇이냐. 추석연휴를 지나고도 전혀 꺾일 기색을 보이고 있지 않은 무소속 정몽준 의원의 인기를 겨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정치적으로는 뇌사상태에 빠져든 김대중 대통령을 해코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깊숙하게 파헤칠 필요도 없이 이상야릇한 냄새가 풀풀 나는 김대중 정권과 현대그룹과의 관계를 부각시킴으로써, 정몽준 의원에 대한 국민적 염증을 불러일으켜 보자, 뭐 이런 것이 한나라당이 겨냥하는 최우선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정몽준 의원을 본격적으로 걸고넘어지지 않을 수 없는 속사정이 사실 없는 것은 아니다. 천신만고 끝에(외부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언감생심 되지도 않았겠지만)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인기를 떨어뜨려 놓고 그 반대급부를 조금 누릴 만 하니까 갑자기 정몽준 의원의 부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서 이탈한 지지세력들은 급속하게 정몽준 의원쪽으로 가버렸다. 그야말로 재주는 곰이 부리고 공(功)은 되X이 다 차지한 격이 돼 버렸다. 물론 노무현 후보에 대한 온갖 지저분한 공세를 통해 그의 인기를 갉아먹음으로써 상대적으로 지지도를 높이려 했던 네거티브 전략의 필연적인 귀결이라고 필자는 생각하지만, 어디 정치하는 사람들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가. 무조건 이런 현상은 이상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고, 이상한 현상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는 다시 정몽준 의원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밖에 없다는 식으로 잔머리를 굴릴 수는 있다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단언하지만 정몽준 의원의 지지도를 떨어뜨리기 위한 현대공격이란 한나라당의 노림수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왜 그런가. 한번이라도 집권을 해본 세력들의 나쁜 버릇이자 고질이 있다. 그것이 무엇이냐. 바로 여론은 조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사실이다. 사실 여론은 잘 조작되지 않는다. 조작하려는 의도가 정교해야 하고, 이를 미디어 방면에서 받쳐줄 수 있는 메커니즘이 확보돼야 하며, 무엇보다 국민들이 이러한 의도를 눈치채지 못하는 가운데 지배적인 의견으로 자리잡는다는 천운(?)이 있어야만 한다. 현대에 대한 공격이 누가 봐도 정몽준 의원을 자빠뜨리기 위한 것으로 인식되는 한 전혀 효험이 없는 공세다. 한나라당은 이미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노무현 후보를 빨갱이로 몰아붙였으나 계속 인기가 올라가는 기현상을 경험한 바 있다. 아마도 김대중 정권과 현대와의 관계, 그 중에서도 냄새가 나는 대북지원관련 폭로를 아무리 해본들 정몽준 의원의 인기에 흠집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필자는 보고 있다. 아마도 오히려 인기가 올라가는 기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IMAGE1_RIGHT}한나라당은 관 뚜껑에 못질하는 그런 정치공세보다는 자기당 후보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포지티브 전략을 계속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원래 포지티브 전략은 그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 인내가 필요하다. 반면 네거티브 전략은 금방 효과가 나타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독약으로 작용한다. 이것이 정치의 진실이다.

정몽준 의원의 지지도가 올라갈지 내려갈지 여부는, 한나라당의 이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무차별 공세에 따라 결정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바닥에 떨어진 김대통령에 대한 인기라든지, 이른바 반(反)디제이 감정 등을 감안한다면, 지금 민주당의 본류 골수세력들이 노무현 후보체제의 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의원 쪽으로 가세할 때, 그때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노무현 후보가 완전히 맛이 갔을 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결국은 김대중 대통령의 적자(嫡子)라는 사실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제 적자가 정몽준 의원으로 바뀐다면, 과연 정의원은 반 디제이감정을 버티고 이겨내서 지금의 지지율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대단히 궁금한 대목이다. 아마도 한나라당도 이걸 노려서 현대와 김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계속하는 모양인데, 최소한 지금의 방향을 갖고 정의원에 흠집을 내겠다고 덤비는 것이라면, 국민 수준을 한참 낮게 봐도 너무 낮게 본 오판이란 점을 지적해둔다.


* 이 글은 필자의 사견(私見)이오니, 이 점 양지하시고 읽어주시되 특히 오프라인 국민일보의 견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 개인의 홈페이지에 올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란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 본문은 서영석기자의 노변정담(爐邊情談)에서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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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9/27 [13:0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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