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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석의 노변정담 사설
노무현, 네맘대로 해라-민주당 선대위 출범에 부쳐ba.info/css.html'>
 
서영석   기사입력  2002/09/19 [18:41]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을 놓고 당 안팎에서 말들이 많다. 여전히 노무현 후보로는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현재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무소속 정몽준 의원을 모셔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통합파)들도 있고, 절대로 대통령이 될 수 없는 노무현 정당이 남아 있느니 차라리 뛰쳐나가 딴살림을 차리고 정몽준 의원을 좇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탈당파)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국민경선 당시 이인제 의원을 지지했던 이른바 반노 그룹의 의원들은, 나가고 싶은 생각이야 굴뚝 같지만, 섣불리 탈당했다가는 경선불복이란 비난을 들을 수 있으니, 나갈 땐 나가더라도 가장 나중에 나가겠다고 공언하고 다닌다고 한다. 정말로 철저하게 국민들을 무시하는 사고들이다. 경선을 불복하겠다는 의지는 확고부동한데, 다만 국민들의 비판적인 시선이 부담스러우니, 그런 비판을 피할 수 있는 시점에 가서 경선불복하고 탈당하겠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 지난 4월 27일 이후 얼마나 민주당에 해악을 끼치는 행위를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동안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은 자기 당의 후보를 놓고, 대통령할 깜냥이 되지 못한다느니, 저런 후보로서는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느니, 도저히 인간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패악한 행위들만 해왔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자신들을 포함한 대의원들과 국민들 중에서 선정한 대의원들을 통해 국민경선으로 선출된 자기 당의 대통령후보에 대해 이런 식의 패악질을 일삼은 예는 과거에 찾아볼 수 없거니와, 정말 정치적으로 이런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하리라고 본다.

'반노무현 팥쥐' 에게 늘 구박당하는 '노무현 콩쥐'


이런 노후보가 후보로 선출된지 무려 근 다섯달만에, 차기 대통령선거를 겨우 3개월 남겨놓은 상태에서 대통령선거에 대비하기 위해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또 저 야단질이다. 공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사람이, 후보로 선출된 이후 다섯달이나 참고 참다가 이제 선거를 석달 남겨놓은 시점에서 선거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고 저 야단질이니, 민주당이란 정당이 과연 집권을 하겠다고 나선 정당이 맞는 것인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이런 현상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정말 노무현 후보는 객관적으로 대통령후보로서 대접을 받을 수 없는 한심한 인물에 불과한 것인가. 그렇다면 국민경선에서 노무현씨를 대통령후보로 지지한 대의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이란 말인가.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은 대략 다음과 같은 정신적인 경로로 추적함으로써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애당초 노무현같은 인물이 자기 당의 대통령후보로 선출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도 못했고, 선출돼서도 안된다고 생각한 의원들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이유는 고졸 출신에 돌출분자라는 노무현후보에 대한 편협된 인식일 수도 있고, 김대중 대통령 집권 내내 당의 주류일 수 없었던 방외인사에 대한 일종의 왕따 의식일 수도 있겠다. 여하튼 어떤 이유에서든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노무현씨가 후보가 됐다. 맘에는 들지 않지만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듯 하니 속으로만 끙끙 앓고 넘어갔을게다. 그러나 인기가 하락추세로 접어들자 마치 그걸 기다리고나 있었다는 듯이 후보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봐라, 우리가 대통령감 아니라고 했지 않았나. 여기에 노무현씨 자신의 실수도 덧붙여졌을 것이고 그러한 결과 인기는 계속 하락추세를 면치 못했다. 물론 김대중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도 인기하락에는 중요한 몫을 했을 것이다.

민주당내 소위 주류를 자처해왔던 인사들에게는 국민경선이니, 개혁이니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은 아니다. 오로지 중요한 것은 재집권이다. 집권 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다. 물론 정당으로서 집권을 목표로 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러한 것을 집권지상주의라고 부르지 않는다. 집권 지상주의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이길 수만 있다면, 절차적 정당성이야 얼마든지 뒷전으로 내팽개칠 수 있다는 정치윤리의식의 결여가 전제조건이다. 국민경선으로 뽑혔던 말았던 인기가 떨어지고 재집권의 가능성이 옅어지면 얼마든지 버리는 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우선된다. 조급하게 재집권만 지상목표로 생각하다보니 자신들이 선출한 후보를 포장하고 잘 보살펴 지지도를 높일 생각은 아예 하지 못한다. 그러니 희망이 없으면 버리고, 절차야 어떻든 경쟁력 있는 후보를 영입해와야 한다고 믿게 된다.

원시적이고 원초적이고 말초적이고 마초적이고 샤론스톤보다 이쁘지 못한 민주당의 생존욕구

그러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채 오로지 집권지상주의에 빠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경우, 그러한 행위 자체가 바로 지지를 깎아먹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도 없다. 오로지 원시적인 생존욕구만 남아 있는 것이다. 대체 집권기간 동안 무슨 짓을 했길래 정권을 내놓으면 다 죽는다는 원시적인 생존욕구만 남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생존욕구만으로 따지면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다만 한나라당은 이회창후보 이외에 다른 이견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 민주당과의 차이이긴 하지만, 정권을 탈환하지 못하면 다 죽는다는 의식에는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과 전혀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하순봉 의원과 민주당의 천용택 의원이 국방위 국감장에서 원색적인 공방을 벌일 수밖에 없었던 것도 바로 집권 못하면 우린 다 죽는다는 인식이 근본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노무현후보가 대통령감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아닌지는 유권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필자는 그가 대통령감인지 아닌지 솔직히 잘 모른다. 그러나 민주당의 국민경선으로 뽑힌 후보라는 객관적 사실은 변함이 없으며, 그가 아무런 희망도 없었던 상태에서 극적으로 후보를 쟁취할 수 있었던 것도 정치의 변화와 개혁을 갈망하는 유권자들이 한때나마 그를 대안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란 사실 정도는 평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지만(요즘 지지도로 보면 안될 가능성이 훨씬 높지만), 공당의 대통령후보로서, 변화와 개혁이란 정치권의 절박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 축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란 사실 정도는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선대위 발족식에 30명도 채 안되는 의원들만 참석했다손 치더라도, 앞으로 3개월동안 진짜 정당의 후보로서 국민들에게 평가받을만한 권리는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노무현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안되든, 개혁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는 인물인지 아닌지 국민들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검증받기를 희망한다. 노무현씨, 앞으로 3개월 동안 당신이 하고 싶은대로, 당신 멋대로 한번 해보라. 이것이 선대위 출범을 맞아 옵저버로서 해주고 싶은 얘기다...


* 이 글은 필자의 사견(私見)이오니,이 점 양지하시고 읽어주시되 특히 오프라인 국민일보의 견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 개인의 홈페이지에 올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란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 본문은 서영석기자의 노변정담(爐邊情談)에서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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