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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신당 논의의 본질을 파헤친다
명분없는 탈당론자의 종착역은 정치 미아(迷兒)???ba.info/css.html'
 
서영석   기사입력  2002/08/18 [01:59]
민주당내에서 일고 있는 신당논의의 결말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신당논의가 왜 나왔는지, 신당논의의 주체는 누구인지, 주체의 의도는 어떤 것인지 하는 등등의 것들부터 이해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여러 변수들의 궁극적인 귀일점은 차기 대통령선거라고 할 수 있겠다.

먼저 신당논의가 왜 나왔는지부터 풀어나가보자. 신당 논의의 전제인 셈이다. 물론 이러한 전제를 해설하기 위해서는 그같은 전제를 들고 나온 주체세력들에 대해서도 함께 논해봐야 할 것이다.

{IMAGE2_LEFT}신당론의 전제는 무엇인가. 우선 민주당 간판,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 김대중 대통령의 체취가 물씬 남아 있는 새천년민주당이란 간판과 체제로는 차기 대선에서 승리를 기약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있다. 이같은 판단은 신당논의의 여러 주체들간에 의견이 일치하는 대목이다. 민주당 간판으로 치러진 6.13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8.8재보선에서도 민주당은 참패에 참패를 거듭함으로써 이러한 전제의 당위성(물론 민주당의 당위성이겠지만)은 입증됐다고 하겠다.

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간판 바꾸기를 거듭해온 여당의 선례를 따르는 것 같아 기분 나쁘기는 하지만 형세가 불리하니 어쩔 수 없다, 뭐 이런 식의 공감대는 형성됐으나 정작 방법론 문제로 들어가면 신당논의의 주체마다 판이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신당논의가 처음부터 뻐걱거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주체들간의 전망과 입장이 현격하게 다르다는데 있다.

민주당을 때려잡고 싶어하는 제도권 일부 언론들은 친노니 반노니,중도그룹이니 하는 이름을 매기고 있으나, 신당 논의의 주체가 세갈래란 카테고리 분류만 정당할 뿐, 이러한 명명법은 명백하게 악의적인 정치적 함의가 들어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분류해야 할 것인가. 친개혁과 친보수, 그리고 잡탕비빔밥이란 이름이 더 적당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전통적으로 여당은 개혁과 보수가 공존했으며, 특히 김대중 대통령 집권 이후 민주당은 소수집권세력의 외연 확대차원에서 광범위하게 보수세력을 영입했기 때문에 그러한 공존성향은 더 강화됐었다. 그러한 결과 지금 민주당 내에 개혁적인 대통령 후보가 선출됨으로써 개혁과 보수가 보다 극렬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띠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친개혁적 성향의 사람들을 친노그룹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사실 현역 의원 위주의 세력분포 측면에서 보면 민주당내 노무현 후보의 지지세력이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노후보는 그야말로 국민경선이 낳은 깜짝 스타였을뿐 민주당 내에서 세력을 형성한 보스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친개혁적 성향의 그룹은 국민경선으로 선출된 노무현후보의 존재를 어쩔 수 없이 인정하면서, 보수일색의 한나라당과 겨루기 위해서는 당의 색깔을 개혁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전략에 동조하는 그룹들이다. 결코 노무현후보와 가깝기(親) 때문에 노무현후보 쪽에 선 사람들은 아니라는 얘기다.

친보수성향의 사람들을 반노그룹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국민경선 도중 세불리를 인정하고 경선에서 사퇴한 이인제 의원과, 지역기반적인 측면에서 정치 미아(迷兒)격이 돼버린 충청권과 일부 수도권 의원들이 가세한 반노그룹은,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존재를 부인하고 그를 간판으로 대통령선거전에 임해서는 안된다는 명백한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반노그룹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이들의 성향이나 정치적 지향점만 보면 한나라당과 대단히 유사하다. 이인제 의원이 국민경선과정에서 사실상 한나라당의 주장을 여과없이 쏟아부었던 것도 성향상 한나라당과 차별성이 없다는 특성 때문이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잡탕비빔밥은 누구인가.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이란 개념으로 볼 때 동교동계를 비롯한 원조 민주당의 진짜 주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현재 이들은 청와대의 박지원 비서실장 등 김대통령 친위그룹의 원격조종을 받고 있는 것 같다.이들의 전략은 흑묘백묘론으로 압축된다. 노무현이든 누구든 이회창을 누를 수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란 식이다. 개혁이니,수구니 하는 성향상의 문제는 부차적인 것일 뿐이다. 그래서 노무현후보와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어떨 때는 외면하기도 했다. 노무현 후보의 중립내각 건의를 단호하게 거부했던 것도 그러한 외면의 결과물이다. 요즘은 정몽준 의원이 뜨고 있으니까 다시 간판스타로 정 의원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잡탕비빔밥은 과거에 썼던 방식을 선호한다. 김대통령 집권시 충청권의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손을 잡음으로써,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영남권을 포위하는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반창연대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기는 방법이지, 도덕성이나 정당성이 아니다. 대통령선거전이란 결국 올 오어 낫싱의 제로섬게임이란 점을 감안하면, 도덕성이란 한푼 가치 없는 구두선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성향이 판이한 세그룹이 한목소리로 신당을 합창하고 있으니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친개혁성향의 그룹은 노무현후보 중심의 신당을 당연히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나라당 이회창후보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잡탕비빔밥팀이 제시하는 반창연대의 거대신당론 자체를 거부할 이유는 없으니, 누구든 후보를 영입와 국민경선으로 다시 한번 붙을 수만 있다면 그 방법도 괜찮다는데까지 후퇴했다.

반노그룹은 기본적으로 노무현만은 안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 백지에서 출발하자는 등등 온갖 명분으로 포장은 하고 있으나 한마디로 얘기한다면 노무현만은 안된다는 인식으로 요약되고 있다.

결국은 서로 다른 생각들이 신당이란 공약수를 매개로 종횡교차하는 것이 작금의 민주당 신당논의의 진실인 셈인데, 이런 의도들과 그 정당성을 감안하면 몇가지 예측이 가능하다. 첫째는 노무현 배제의 반창연대란 개념의 신당은 애당초 성립불가능하다는 점이 그것이다. 우선 노무현 배제에는 명분이 없다. 반창연대를 위해서는 특정인이 돼야 한다는 전제도 있어서는 안되지만 특정인은 안된다는 전제도 있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명백히 반노그룹은 노무현 배제를 겨냥하고 있다. 처참하리만큼 인기가 떨어진 민주당이 그래도 김대통령 아들 비리의 와중에서도 한나라당 지지도를 능가했던 때는 국민경선 기간밖에 없었다. 200만명이란 국민들이 참여해서 기껏 뽑아놓은 후보를 두고, 그 후보만은 안된다는 주장이 명분이 있을리 없다.

둘째, 그래서 노무현 배제가 안된다면 인기 회복의 방법은 국민경선을 통해 백지상태에서 새 후보를 뽑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건 또한 외곽의 이른바 노무현 대체인물들이 기피하는 방식이다. 국민경선을 거치기 위해서는 검증이 불가피하다. 정몽준 박근혜 의원 등은 검증을 거쳐본 일이 없다. 어떤 돌발사태로 낙마할지 예측이 어렵다. 또한 어떤 형태이든 신당의 주체는 구민주당이 될 수밖에 없는데, 민주당에 뿌리가 없는 노무현후보라고 하지만 그래도 몇 개월간 대통령후보를 했기 때문에 정몽준 박근혜 두 의원보다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정 박 두 의원의 입장에서는 불공정게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박의원은 좀 입장이 다르겠지만 정의원은 추대가 아니라면 선뜻 발을 들여놓기 힘든 상황이다.

{IMAGE1_RIGHT}반노그룹들이 노무현만은 안된다며 반창연대의 백지신당을 주장하고 있으나 정작 이들이 영입하려고 그토록 애쓰는 정 의원은 "민주당의 국민경선은 성공한 정치실험이며 정치개혁에 일조했다"면서 경선으로 선출된 후보를 배제하려는 반노그룹의 의도에 쐐기를 박는 희한한 역설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다. 물론 정의원이 국민경선을 기피하는 것은 이를 통한 검증과정을 두려워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의원은 최대한 출마시기를 늦춰야 유리하다. 장상 전 국무총리서리의 낙마에서도 드러났지만, 검증과정에서 어떤 돌발 악재가 튀어나올지 아무도 예상못한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노출되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한다. 정의원이 신당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노무현 후보를 배제하고 그를 신당의 새 후보로 추대하는 길밖에 없는데, 이것은 애당초 불가능하고 명분도 없다. 따라서 노무현 배제의 반창연대 개념 신당은 성립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을 수 있는 것이다.

신당논의의 전제로 빼먹은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한때 이회창후보를 압도했던 노무현후보의 인기가 급전직하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후보의 지지도 추이도 향후 예측에 중요한 변수다.

자, 그러면 신당논의는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 것인가. 민주당은 결국 노무현 후보 중심의 개혁신당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다. 물론 그 당이 민주당의 후신이 될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다소 유동적이다. 물론 개혁신당이 탄생한다면 민주당내 개혁그룹들이 다수 참여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민주당의 진짜 주인들인 동교동계 등 김대중대통령의 가신그룹 혹은 가신그룹의 영향권내에 있는 의원들이 어떤 포지션을 취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결정될 수 있는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청와대의 김대통령 친위그룹들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하는 점과도 직결된다.

그렇다면 반노그룹들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이성적인 행동반경을 갖고 있는 그룹들이라면 예측가능하지만, 사실 지금까지 반노그룹들의 행동은 대단히 비이성적이었기 때문에 예측이 쉽지는 않다. 논리적으로는 탈당해야 맞다. 그러나 갈 곳이 문제다. 성향상 한나라당에 입당해야 하지만, 차기 대선에 어떻게든 입지를 마련하기 위해 민주당까지 탈당하는 마당에 한나라당으로 향해본들, 당이 커서 고민인 한나라당이 받아줄지도 의문이고, 설사 한나라당에 입당한다 하더라도 차기 대선국면에서 이들이 가질 포션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것은 정치적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유일한 희망은 정몽준 의원을 중심으로 제3세력이 뜨는 것이다.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라든지, 박근혜 의원의 미래연합, 그리고 반노그룹이 연합한다면 일단 지역적으로는 충청과 경북, 울산 쪽에 비비고 들어갈 여지는 있다. 물론 지방선거나 재보선에서 나타난 민심만으로 보면 과연 이쪽이 이들의 영지(領地)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지만,일단 별개의 문제로 치자. 그러나 정몽준 의원의 인기에 거품이 빠지고 혹시라도 노무현 후보의 인기가 회복이 된다면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이럴 경우에는 안면몰수하고 개혁신당에 잔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잡탕비빔밥의 원격조종파는 어떨까. 각개약진의 형세가 될 것 같다. 대선이 이회창-노무현-정몽준의 3파전이 된다면, 원격조종을 하고 있는 김대통령의 친위그룹들은 노무현을 밀어야할지 정몽준을 밀어야할지 고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신당이 뜰 때는 그런 예측을 하기가 쉽지 않다. 정몽준 의원의 인기가 계속 고공행진을 한다면 전격적으로 제3의 신당에 구민주당의 주류가 합류하는 상황을 그려볼 수도 있다. 결국은 노무현 정몽준 두사람의 인기가 관건인데, 그것은 이회창 후보를 옥죄는 병역비리 의혹 공방, 즉 병풍(兵風)과의 연관성 속에서 살펴봐야할 문제다.

병풍은 이후보의 인기를 떨어뜨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령과 지역적으로 볼 때 50대 이상의 비호남 유권자들은 변함없이 이후보에게 충성심을 보일 것이나, 정작 유권자의 절반을 점유하는 20대와 30대, 그리고 50대와 이들과의 가교역할을 하는 40대 유권자들에게는 병풍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입증되고 있다. 현재는 이후보 지지층에서 이탈한 세력들이 정의원에게 몰리고 있다. 물론 노무현후보 지지층에서도 이탈세력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회창후보의 지지율은 떨어지고, 노무현후보의 지지율은 올라가는 추세다. 그 와중에서 정몽준 의원이 두드러진 약진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재 병풍 와중의 지지도 추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향후 어떤 그래프를 그릴지가 제3당의 출현여부와,민주당 분열의 양상을 가름할 요인이 될 전망이다....

사진출처 : 한겨레신문


* 이 글은 필자의 사견(私見)이오니,이 점 양지하시고 읽어주시되 특히 오프라인 국민일보의 견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 개인의 홈페이지에 올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란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 본문은 서영석기자의 노변정담(爐邊情談)에서 제공하였습니다.
**** 본 기사는 말지에 기고한 글인데, 요즘 워낙 상황이 급변해 더 늦기 전에 올립니다. 글을 쓴 시점이 8월13일인 관계로 조금 뒤늦은 감이 있는 표현들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앞으로 판세를 읽는데 도움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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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8/18 [01:5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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