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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예배’, 안티기독교만 양산한다
[류상태의 예수를 찾아] '제도적 강요' 아닌 '교육의 내용'으로 승부하라
 
류상태   기사입력  2005/10/18 [08:47]
학교종교자유,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가?

학교종교자유를 외치는 강의석군의 투쟁이 결국 법정에까지 가게 되었다. “그렇게까지 해야 되느냐”고 강군을 나무라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들 중 다수는 강군이 “종교교육을 폐지하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강군의 주장은 “종교교육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달라”는 것이다.

종교의 자유란 무엇인가. ‘종교를 선택할 자유’와 ‘종교를 거부할 자유’,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선교할 자유’, ‘종교를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교육할 자유’를 모두 포함한다. 강의석군 역시 이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 모든 것이 충족되어야 진정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자면, 선교는 교회에 맡기고 학교는 교육기관이므로 ‘교육’만 열심히 하면 좋겠다. 길게 보면, 그것이 선교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러나 강군이나 나나 기독교학교가 “설립정신에 따라 반드시 기독교교육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종교교육을 할 자유”도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강군의 주장은 “종교 교육 자체를 폐지하라”는 것이 아니다. 학교측이 “종교교육을 할 권리와 자유”를 주장하는 것처럼, 학생들이 “종교를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도 존중해 달라는 것이다. 강군이 만든 홍보용 전단지에는 “일요일에 공립학교에서 행사를 열어 기독교인들이 교회에 출석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중지하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기독교학교 관계자들은, 학생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제로 예배에 참석하게 하는 것이 선교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과거에는 그런 방식이 나름대로 알찬 선교 열매를 맺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계속 그런 방식을 고집하면 앞으로는 선교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지금은 1970-80년대 개발 독재 시대가 아니다. 열린 사회다. 사회의 존경을 받지 않으면 선교는 불가능하다. 이미 이 사건을 통해 한국 개신교가 양식있는 지성인들로부터 얼마나 큰 조소와 비난을 받고 있는지 한국 교회는 헤아려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강제 예배를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또 한가지, 한국 교회와 기독교학교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 있다. 싫다는 학생을 억지로 예배에 참석시키는 일은 학생들의 종교선택의 자유를 빼앗는 것일 뿐 아니라, 기독교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이고,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이며, 경건하고 거룩해야 할 예배 자체를 모독하는 일이다.

왜 이런 무모한 일을 강행하려 하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과거의 관습과 전통에 매여, 사람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하기는커녕 안티기독교인들을 양산해 내고 있다. ‘교육의 내용’보다 ‘제도적 강요’에 집착하는 학교 운영자들, 그리고 교회 지도자들의 무모하고 무분별한 고집을 보면, 마치 “천국 문을 가로막고 너희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는 자도 막고 있다”는 예수님 말씀이 생각난다.

이제라도 기독교학교 관계자들은, 억지로 예배에 참석한 학생들이 잔뜩 불만을 품은 채, 기독교와 하느님을 원망하는 현실을 직시하라. 또한 이런 제도적 강요에 의한 껍데기 교육이 선교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냉철하게 돌아보라. 진정 효과적으로 선교하고 싶다면, 학생들 스스로 기독교에 매력을 느끼고 다가오게 만들어야 한다. “제도적 강요”는 스스로 존재기반을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일일 뿐이다.

▲한국교회는 어떻게 예수를 배반했는가를 진지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류상태씨의 저서 '한국교회는예수를 배반했다' 표지     ©삼인출판사,2005
한국 교회의 지도자들, 그리고 한국의 기독교학교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다. 진정으로 선교를 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바뀐 사회, 바뀐 시대에 적응할 능력도 의지도 없이 그저 과거의 관습에 매여 안주하고 싶은 것인가?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할 능력과 의지가 없으면, 악취를 풍기지 말고 차라리 그만 두어라.

당신들이 진정 기독교 선교에 관심이 있다면, 예배를 시간표에 넣어 모든 학생이 “참석할 수밖에 없게” 만들지 말고, 방과 후나 수업 전에 개설하여,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하여 참석할 수 있게 하라. 그리고 학생들 스스로 매력을 느끼고 다가올 수 있도록 내용으로 승부하라.

그러면 모든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또한 그렇게 하는 것이 기독교학교의 설립 이념을 구현하고 선교 열매를 맺는데 훨씬 효과적이다.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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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10/18 [08:4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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