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의대안만들기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검찰 수사지휘권 수용, 망설일 것 없다
[논단] 검찰총장은 적법하고 정당한 수사지휘권 행사를 즉각 수용해야
 
이태경   기사입력  2005/10/13 [22:13]
이른바 강정구 교수 사건이 한국사회에 적지 않은 파문을 낳고 있다. 애초 강정구 교수의 발언과 논문의 일부 내용이 사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느냐를 놓고 시작된 논란은 강정구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내용으로 하는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거쳐 이에 대해 수용여부를 유보하고 있는 김종빈 검찰총장의 태도에 이르면서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는 형국이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사회적 해석도 극명하게 나뉜다. 요약하자면 강 교수의 주장이 다소 거칠기는 하지만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이를 사상의 자유시장에 맡기지 않고 사법적 단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난센스라는 입장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적을 이롭게 하는 주장이므로 이를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강 교수에 대한 구속의견을 반려하고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라는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적법하고 합리적이라는 의견과 정치인 장관의 검찰 독립성 훼손이라는 견해가 추가되었다.

처음에는 강 교수의 주장이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중심에 섰다가 곧 그 자리를 천 정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적정한 것이었느냐 라는 논쟁에 내어준 것이 현금의 상황이다.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적법하고 정당해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 문건.     © 법무부
강 교수의 주장이 명백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라는 조중동 등의 보수언론과 한나라당 등의 주장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지만, 백 보를 양보하여 강 교수의 주장이 실정법 상 유, 무죄를 따져봐야 하는 대상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구속 수사를 해야 할 사안이라고 보는 것은 과도한 인권침해라 할 것이다.

이는 신체의 자유를 국민의 중대한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정신과 구속의 사유를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너무나 명백한 것이다.

법조 일각에서는 구속을 징벌로 인식하는 국민의 법 감정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과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경우에 실무상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보아야 하며 따라서 넓게 보아 구속사유에 해당한다는 의견 등이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속을 징벌로 인식하는 국민들의 법 감정은 시급히 계몽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에서,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경우에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넓은 법률 해석이라는 점에서 각각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하건대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정신에 입각하여 강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지휘한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검찰청법이 보장하고 있듯이 적법하고도 합리적인 조치였다고 평할 만 하다.

더욱이 권위주의 정권 때와는 다르게 서면을 통해 공개적으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높게 평가할 대목이다. 보수언론과 검찰에서는 마치 이번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사상 초유의 일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어리석은 시도에 불과하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서면을 통해 공개적으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현직 검사 중 낙점된 이가 청와대에 들어가 독재자들의 의중을 검찰에 열심히 전하거나 법무장관이 수시로 검찰총장 등을 통해 때로는 지검장이나 일선 검사에게 직접 수사방향이나 결과 등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곤 했으니 말이다.

한편 정치인 장관이 검찰의 독립성 및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으니 이런 부당한 지시에 대해서 거부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보수언론과 일부 평검사들의 태도는 매우 잘못된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강 교수 사건에 대해서 천 장관이 발동한 수사지휘권의 내용은 수사중단을 하라거나 불기소처분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인신을 구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를 하라는 것이었다.

천 장관이 여전히 온존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무시한 채 강 교수 사건에 대해서 수사중단이나 무혐의 처분을 하라고 지시했다면 모르거니와, 인권 보호와 여론에 휘둘린 인신구속의 남발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불구속 수사를 지휘한 것이 어째서 부당하단 말인가?

특히 평검사들이 생각하는 정당한 수사지휘권 행사는 어떤 것인지 정녕 궁금하기 이를 데 없다. 도대체 평검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신중하게 행사돼야 하는 수사지휘권은 어떤 형식과 내용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인가?

거듭 말하거니와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적법할 뿐만 아니라 정당한 조치이다. 따라서 김종빈 검찰총장은 더 이상 시간을 끌 것 없이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수용하여야 할 것이다.

지휘권 발동 파문이 주는 교훈

이번 수사권 지휘 파문이 주는 교훈은 크게 두 가지 이다.

첫째는 검찰에 대한 견제와 감시 장치의 마련이다.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 검사는 범죄수사 및 공소제기와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범죄수사에 관한 사법경찰관리의 지휘 및 감독,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의 청구, 재판집행의 지휘 및 감독 등을 수행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검찰을 견제하거나 감시할 국가기구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삼권 분립의 한 축이라 할 사법부조차 누구로부터 선출되었으며 누구를 대표하고 누구에게 책임을 지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자유롭지 못한 터에 준사법기관에 불과(?)한 검찰이 일체의 견제와 감시에서 자유롭다는 사실을 납득할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일을 계기로 지나치게 비대한 검찰의 권력을 나누거나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긴요할 것이다.

둘째는 인신구속을 남발하는 수사기관의 관행과 구속이 곧 처벌이라는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수사기관 스스로 인권보장의 보루라는 인식을 가지고 피의자나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에 신중해야 할 것이며, 국민들 역시 구속이 곧 유죄요, 처벌이라는 식의 단견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5/10/13 [22:13]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