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상태의 참예수를 찾아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군림하려는 목사들이여, '종놈'이 되라
[류상태의 예수를 찾아] ‘종’과 ‘님’은 어울리지 않아, 솔직한 목사가 되라
 
류상태   기사입력  2005/10/10 [07:31]
요즘 한국 교회 내에서 ‘종님’ 논쟁이 심심찮게 일고 있는 것 같다. 요즘 시대에 ‘종놈’이니 ‘종님’이니 하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지만, 이제라도 한국 교회 신도들이 ‘종님’ 논쟁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예수님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말씀하셨다. ‘종’의 모습으로 오신 것이다. 예수님이 섬기러 온 ‘종’이라고 하니까 ‘종’자 뒤에 ‘님’자를 붙여서 ‘종님’이라는 말이 생겼다. 한국 교회에서는 목사들, 특히 카리스마(신적 능력)가 있다는 목사들에게 이 ‘종님’이라는 호칭을 즐겨 쓴다.

그런데, ‘종’이라는 말과 ‘님’이라는 말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 ‘종’이라는 말과 어울리는 말은 ‘놈’이다. 그러니까 종은 그냥 ‘종놈’이 되어야지 ‘종님’이 된다는 건 아무래도 우스꽝스럽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종놈’이 ‘종님’이 되어 일어나는 엉뚱한 일이 너무 많다.

‘종놈’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 결국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과 주인의 식구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잘 살도록 열심을 다해 섬기는 일, 그리고 주인이 시키는 일에 대해서 성실하게 순종하는 일이다. 물론 이 ‘종놈론’은 근대사회 이전의 가치관으로,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는” 현대사회의 가치관에서는 수용될 수 없는 이론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날 한국의 목사들이 “하느님의 종”이라는 의식을 갖는 것에 아무런 이의가 없다. 오히려 철저히 ‘종놈 의식’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 ‘종’이라는 말이 성서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며, 기독교 전통에서는 특별한 의미로 이해되었고, 그 말이 갖는 깊고 심오한 의미는 오늘날에도 목사들이 어떤 자세로 일해야 하는지 깨우침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목사들이 ‘종놈’ 의식을 갖지 못하고 ‘종님’ 의식을 갖는데 있다. 만일 한국의 목사들이 ‘종님’ 의식이 아니라 성서적인 ‘종놈’ 의식을 갖고 교우들을 섬긴다면, 교우들도 목사들을 진정으로 섬기며 존경하게 될 것이다. 목사들이 종의 자세로 자신을 먼저 낮추고, 목사와 신도 간에 서로 섬기고 존경하는 모습이 한국교회에 일상화되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

사실 한국교회에서 ‘종놈’의 자세로 살아가는 겸손하고 진실된 목사들도 꽤 많다. 그러나 미꾸라지 몇 마리가 연못을 흐려놓는 것처럼, 사람됨을 먼저 갖추지 못하고 못된 권위의식부터 배운 목사들이 한국교회 전체의 분위기를 흐려놓는다. 내가 지금부터 하는 말은 그 몇몇 못된 미꾸라지, 아니 ‘종님’ 목사들에게 하는 말이다.

한국의 ‘종님’ 목사들이여, 억지로 존경심을 유발하려고 발버둥치지 말라. 억지로 권위를 내세우고 교우들 위에 군림하려고 온갖 쇼를 연출하지 말라. 교우들로부터 “진정으로” 존경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한채 억지 권위를 만들어내려 발버둥치는 당신들의 모습이 보기 안타까워 ‘종놈’이 되는 쉬운 방법 몇가지를 알려주고 싶다.

당신이 시무하는 교회 교우들 대부분이 1500cc 승용차를 갖고 있는데 당신은 2000cc가 넘는 승용차를 타고 있다면, 당장 당신이 타고 다니는 차부터 바꾸라. 교우들이 가장 많이 타고 다니는 차가 무엇인지 살펴보라. 그리고 당신의 차를 그 교우들의 차보다 한등급만 낮추라.

이런 일에 자동차를 갖고 논하는 것이 치사한 일이기는 하지만 “차급이 인격을 말한다”는 우리 사회의 황당한 논리에 당신들이 제일 먼저 야합하는 것 같아서 속 좀 차리라고 하는 말이다.

당신과 나이가 비슷한 교우들 대부분은 당신에게 깍듯이 존대말을 쓸 것이다. 그들이 당신에게 하는 것보다 한층 더 깍듯이 그들을 대하라. 그들이 당신에게 인사하는 각도 이상으로 허리를 굽혀 그들에게 인사하라. 그들이 두 손을 내밀면 당신도 두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맞잡으라.

그렇게 하면 교우들 버릇이 없어진다고? 당신 제정신인가? 성서는 모든 사람을 하느님의 존귀하신 딸아들이라고 선언한다. 종놈 주제에 교우들 버릇 운운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당신들이 목사 안수를 받을 때, 평생에 걸쳐 하느님을 섬기겠노라고, 평생 하느님의 종으로 살아가겠노라고 서약하지 않았는가? “하느님의 종”이면, “하느님의 존귀하신 따님들 아드님들”을 섬기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어찌 감히 그들 위에 군림하려 하는가?

나는 1985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작년까지 19년 동안 학원목회를 하였다. 신학교에 다닐 때,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거들먹거리는 선배 목사들을 보며, 또한 그들의 거룩한(?) 말투에 진저리치며 “우리는 저러지 말자”고 다짐하던 동기 목사들의 70~80%가 선배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았다.

겸손하고 진솔하던 젊은 전도사가 목사 안수를 받은 후, 갑자기 태도가 바뀌고 목소리 또한 거룩(?)해지는 모습을 수없이 보아왔다. 아버지뻘 되시는 집사님 앞에서 허리를 뻣뻣이 세우고 속된 말로 맞먹는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많이 보았다.

‘종님’ 목사들이여, 당신들 스스로 만들어내는 조잡한 권위 의식이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통했다. 20세기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가식된 말과 태도로 교우들 위에 군림하려 한다면 당신은 얼마못가 쫓겨나게 될 것이다.

지금 인터넷에는 온갖 정보가 흘러넘친다. 기독교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당신들의 행태를 여기저기 고발하며 한국 교회의 현실을 폭로하고 있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 기독교인이었다. 당신들의 행태와 당신들이 전하는 기독교 교리에 실망하고 절망하여 교회를 떠난 것이다. 그들을 비난하지 말라. 그들의 얘기를 새겨듣고 마음 깊이 속죄하라.

▲류상태씨의 저서 '한국교회는예수를 배반했다' 책 표지     ©삼인출판사,2005
당신들이 하느님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우리 주님과 한국 교회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능력이 없어도 좋고 권위가 없어도 좋으니 솔직한 목사가 되라.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하고, 아는 것도 신중하게 말하라. 당신이 “잘못 알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 문을 열어두고, 언제든 새로운 사실에 눈을 뜨게 될 때는 정직하게 당신의 견해를 수정할 준비를 하라.

만약 당신이 교우들을 속이고 자신을 위대한 성직자로 포장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고 있다면, 그것이 절대로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빨리 깨닫기 바란다. 만일 당신이 사람 다루는 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어리석은 사람 모두를 속일 수 있을 것이다. 똑똑한 사람도 잠시는 속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그건 불가능하다. 당신의 목회에 지속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가장 강한 에너지는 ‘진실’에 있다.

당신이 만약 이 사실을 아직도 깨닫지 못한다면, 그리고 당신의 태도와 목회철학을 바꾸지 않는다면, 당신이 진정한 “하느님의 종”이 아니라 “미꾸라지”였음을 모든 교우들이 곧 알게 될 것이다. 세상이 빠르게 깨이고 있다.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5/10/10 [07:31]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 나도 목사요 2005/10/11 [21:43] 수정 | 삭제
  • 류선생, 정식으로 맞장을 뜹시다. 나도 선생의 주장에 할 말이 많은데, 대자보를 통하든지, 아니면 또다른 매체도 무방합니다. 일부러 큰소리 치기,혹은 먹고 살자니 욱하기의 대가인 선생, 어떻게 할까요? 맞장의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세요, 쌈박하니 한번 조져 드리겠습니다
  • 류선생,혹은 짝퉁 2005/10/11 [10:04] 수정 | 삭제
  • 정식으로 한판 합시다.맞장을 뜹시다.
  • 속시원 2005/10/10 [12:41] 수정 | 삭제
  • 류선생!
    한국교계의 군기 반장 돼새기를 바람니다!
    류선생의 글을 읽을때마다 십년묵은 체중이 쏵내려가는듯하게 속이 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