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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7월 22일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풍경들
마지막 제왕적 리더 이회창씨,그리고 한나라당을 위하여ba.info/
 
서영석   기사입력  2002/07/23 [20:28]
<풍경 1>

많은 사람들은 3김(金)씨 이후 이 나라에 제왕적 지도자는 더이상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2002년 7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을 찾은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남은 제왕적 리더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을 것이다.

민주당 천용택 의원이 단상에 올라가 대정부 질문을 시작했다. 말도 아주 상대방 듣기에 화나게 하긴 했다.

"아들을 병역기피시키고 원정출산으로 미국 시민권을 갖게 하는 정치지도자와 그 지도자를 대통령 후보로 모시고 있는 사람들은 전쟁의 무서움을 이해하지 못한다. 175cm의 키에 60kg이 넘는 아들을 45kg의 몸무게로 만들어 병역을 면제시킬 수 있는 부모를 만나지 못한 평범한 서민들의 아들이 전쟁을 해야 한다"

당연히(?) 한나라당 의석에서는 난리가 났다. "왜 서해 교전 책임문제를 거론하다가 딴 얘기를 하느냐" "엉뚱한 얘기 하지말라"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절정은 그 다음이었다.역시 민주당의 천정배 의원 대정부질문 차례.

{IMAGE2_RIGHT} "세풍 사건 주역인 서상목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순간 이 후보는 서의원을 끌어안고 미친듯이 기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발은 최고조에 달했다고 연합통신은 묘사했다. 사방에서 " 그런다고 노무현 후보 인기가 올라가느냐, 날치기 주범답다" "이회창이 니 할아버지냐, 아버지냐"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필자의 정치부 경험을 통해 보건대 과거 이런 반응은 김대중 대통령이나 김영삼 전대통령의 야당시절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같다. 공천권과 당직배분권을 한손에 장악하고 있었던 3김씨 외에 누가 또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고,3김씨가 퇴장하면 이런 제왕적 리더의 시대도 사라질 것이라고 봤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제왕적 리더는 한사람 더 있었다. 이회창씨는 김대중 정권 들어 탄압을 통해 제왕적 야당 통치권을 확립했다. 솔직히 요즘 필자는 이회창씨의 정치적 스승은 다름 아닌 김대중 대통령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김대중 정권의 탄압이 아니었던들, 야당은 이회창씨를 중심으로 단합했을리 없다. 위기 속에서 리더십은 확보되는 법. 이회창씨는 정권 초기 체험했던 고난의 열매를 지금 맛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가 그토록 공격하는 바로 김대중 정권의 탄압을 통해서 말이다. 역사의 아이러니는 바로 이런 데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리멸렬해 보이는 민주당과 대조적으로 일사불란하게 보이는 한나라당의 진용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하루였다.

<풍경 2>

한나라당 의원들이 단상에 올라왔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김대중 대통령 일가의 권력형 부정부패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맹형규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대통령 뿐 아니라 비서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비서진, 총리를 포함한 내각, 노무현 후보를 포함한 민주당도 권력비리를 협조 방치 은폐조작 축소하는데 직간접으로 도움을 줬기 때문에 공범이다"

{IMAGE1_LEFT}맹의원은 이어 김대통령과 두 아들의 청문회 증인출석까지 주장했다. 도대체 김대통령 얘기만 나오면 같은 당의 대통령 후보에게도 직격탄을 날렸던 김옥두 의원은 어디 갔나. 이훈평 의원은 이날 출석하지 않았나. 과거 제왕적 리더는 이제 퇴장하고 없었다. 김대통령을 감싸다가는 여론의 질타를 이기기도 힘들뿐더러 다음 총선에서 당선되는데 불리하다고 느낀 것일가. 이미 약발이 다한 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현재 위상이나, 이날 재삼재사 확인된 김대중 대통령의 권위 추락을 보면 3김시대는 확실히 끝장났다는 점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한나라당의 모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권력형비리=노무현후보란 공식을 상기시키며, 이번 재보선은 물론 대선에서도 이런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얘기했었다. 그러나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결코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후보가 아니었다.

<풍경3>

이인제 의원이 올라왔다. 물론 그는 아직도 민주당적을 갖고 있다.그는 말했다.

"우리는 또다시 임기가 반년 이상 남아 있는 대통령의 실패를 목격하고 있는데, 이는 제왕적 대통령제란 권력구조 때문이다"

"남북관계의 발전에서 군사 안보분야가 어떻게 되더라도 민간분야의 교류협력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상식을 갖고는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북한에 분명하지 못한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고 판단한다"


필자는 깜박 졸다가 한나라당 의원이 발언하는줄로만 알았다. 분명히 맞는 얘기는 맞는 얘기인 것 같은데...

<풍경 4>

대정부질문이 계속되고 있는 어느 순간에서였던가. 무소속의 정몽준 의원이 민주당 의석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이인제 의원, 정균환 의원과 잠시 말을 나눴다. 대화내용은 물론 들리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자들이다. 그리고 이른바 제3세력 연대가 거론될 때마다 두 축으로 거론되는 인물도 다름 아닌 이인제 의원과 정몽준 의원이다. 제왕적 리더의 그늘 아래에서도 치열한 막후접촉은 계속되고 있다. 그 끝은 어디일까.

이날 본회의장 뒷편 방청석에는 주한 외국대사 부부들과 고교생 80여명이 앉아있었다고 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충고한다면, 이미 이회창씨의 지지도가 욱일승천하고 있는 만큼, 혹시라도 제왕적 리더같은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회창씨를 위하는 길이 될 것 같다는 점이다. 제왕적 리더가 제왕적 대통령으로 가는 길은 탄탄대로로 열려 있다고 느끼기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충성경쟁으로 혹시라도 후보에게 누가 되는 일은 없기를!!



*이 글은 필자의 사견(私見)이오니,이 점 양지하시고 읽어주시되 특히 오프라인 국민일보의 견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 개인의 홈페이지에 올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란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또한 이 글은 모신문의 23일자 신문 기자수첩을 보고 대단히 편파적인 글이라 생각돼, 진짜 공평한 기자라면 이렇게 글을 써야 한다...뭐 이런 점을 한번 환기시키기 위해 한번 끄적여 본 잡문에 지나지 않으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사절합니다.

* 본문은 서영석기자의 노변정담(爐邊情談)에서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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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7/23 [20:2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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