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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혁신도시도 모자라 또 신도시인가
[김영호 칼럼] 주도면밀한 계획없이 개발만 남발, 전 국토의 투기화 불러
 
김영호   기사입력  2005/08/30 [18:11]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정말 정신이 헷갈린다. 집값을 잡는다며 거의 한 달에 한번 꼴로 억제책을 남발해 왔다. 그런가 하면 온갖 도시개발계획을 쏟아내 전국의 땅값을 들쑤시고 있다. 행정도시에 이어 곳곳에 혁신도시, 기업도시를 짓는다고 야단이다. 지식기반도시란 것도 만든단다. 그것도 모자라는지 수도권에 또 신도시를 짓는다고 한다. 지자체들도 덩달아 서로 신도시니 뭐니 하는 도시를 짓는단다. 이대로 가면 온 나라가 무슨 무슨 도시로 뒤덮일 판이다.

그 동안 발표된 도시형태의 개발계획만도 무려 40여개나 된다. 행정도시 1개, 혁신도시 12∼14개, 기업도시 6개, 지식기반도시 8개 등이다. 경제자유지구도 4곳이나 짓는단다. 여기에 편승하여 지자체들이 지역특화발전특구를 16곳이나 건설한다고 나섰다. 낙후지역을 개발한다며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신활력지구만도 70곳에 이른다. 혁신도시니 지식기반도시니 하는 용어도 아리송하다. ‘특화특구’, ‘신활력’ 따위는 뭔지 더욱 모르겠다.

행정수도 이전은 위헌시비에 휘말려 결국 좌초되고 말았다. 그 대안으로 충남 연기-공주에 2,210만평 규모의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한다는데 갈 길이 평탄치 않을 듯하다. 수도권의 이상팽창은 국가의 발전역량을 제한한다. 국가기능을 어떤 형태로든지 분산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원주민의 반대가 완강하다. 토지수용비가 낮아 인근지역에서 대토를 매입하기 어렵다는 불만이다. 행정도시 건설만도 역사적 대역사(大役事)인데 그 많은 도시를 무슨 돈으로 어떻게 지을지 의문이다.  

수도권에 소재한 176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수도권과 행정도시가 들어서는 대전-충남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시-도에 11개의 혁신도시를 건설한단다. 그런데 대규모 토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부산, 대구, 울산에는 복수의 도시건설도 허용한다고 한다. 많게는 14개나 짓는다는 이야기다. 공공기관과 함께 유관기관, 학교 등이 들어서는 10만∼200만평 규모란다. 9월말까지 입지를 결정하고 2012년에는 건설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수도권을 분산하기 위해 혁신도시를 건설한다더니 생뚱맞게 수도권개발계획도 따로 마련한단다. 뭔지 모르겠다.

기업도시도 짓는단다. 강원 무주, 충북 충주, 전북 무주, 전남 무안 등 4곳을 사업지로 확정했다. 이어 1차에서 탈락한 충남 태안, 전남 해남-영암도 추가했다. 사업주체인 기업에게 토지강제수용권도 주고 시설투자에 재정지원도 한다. 개발부담금, 교통유발부담금도 감면해 준단다. 농지전용과 환경훼손을 무릅쓰고 기업에 온갖 정책-재정특혜를 주면서 토지집중을 촉진하는 정책이다. 웬일인지 굴지의 재벌들은 마다한 채 중견기업들만 참여한다. 사업내용도 관광에 치중하여 균형발전과 고용창출에 얼마나 기여할지 의문이다. 사업주체의 자금 동원력도 두고 볼 일이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투기가 안 잡히자 신도시로 맞불을 놓겠단다. 강남에 버금가는 도시를 만든다는 말이다. 그 목적으로 이미 판교에 신도시를 짓는데도 말이다. 수도권에는 판교 말고도 동탄, 수원, 파주, 김포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또 삼송, 별내, 옥정이 있고 충남 아산과 대전 서남부에도 신도시가 들어선다. 수도권에 그런 대규모의 국유지가 있는지도 문제다. 사유지를 수용해서 지으면 땅값이 비싸니 집값 안정에 얼마나 도움을 줄지 모르겠다. 수도권에 얼마 남지 않은 녹지공간을 마구 헐어낼 기세다.

어떤 근거로 도시수급을 예측했는지, 그 엄청난 재원은 어디서, 어떻게 조달하는지 모를 일이다. 아파트 투기가 광란을 부리는데 전국을 개발계획으로 들쑤셔놓으니 땅 투기가 기승을 부린다. 갈곳 없는 40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이 저금리를 지렛대 삼아 대공세에 나선 것이다. 땅값을 부추기니 집값은 더 뛰기 마련이다. 불을 끈다고 떠벌리며 기름을 퍼붓는 꼴이다.  

1972년 일본의 다나카 가쿠에이가 수상에 등극했다. 그는 일본열도 개조론을 야심차게 밀어붙였다. 태평양 연안지대에 집중된 개발계획을 발전낙후지역으로 돌려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구상이었다. 금리가 싸니 기업이고 가계고 은행돈을 들고 땅 사재기에 나섰다. 지가폭등은 온갖 처방을 마다하고 그를 무참하게 침몰시키고 말았다. 일본열도 개조론이 남긴 교훈이다. 도시개발계획을 무더기로 쏟아낸다. 졸속계획이 몰고 올 부작용과 후유증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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