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언론시평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미국과 중국, 불꽃튀는 '석유전쟁' 폭발
[김영호 칼럼] 미, 중국의 석유회사 인수 방해, 중 석유와 수송로확보 사활
 
김영호   기사입력  2005/07/31 [17:43]

세계는 지금 '석유냉전'으로 치닫고 있다. 21세기 들어 개발도상 거대국들의 소비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고질적인 공급부족이 예상된다. 한 여름에 1배럴당 60달러선에 근접한 초유의 고유가가 그것을 말한다. 미국은 공급원의 안정적 확보라는 전략적 차원에서 이라크를 무력으로 점령했다. 경제대국을 향해 질주하는 중국이 그 미국의 석유회사를 매입하겠다고 나서 눈에 보이지 않는 암투가 치열하다.

세계는 하루 8400만 배럴을 소비한다. 미국이 1/4인 2100만 배럴을 쓰는데 그 중 60%는 수입에 의존한다. 세계시장에서 공급불안이 예상되지만 미국의 소비는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2년간 2%나 증가했다. 중국은 350만배럴을 국내에서 생산하나 3년 전 일본을 제치고 세계2위의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현재 1일 소비량이 640만배럴이나 2020년에는 2배로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운송부문에서 소비가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2000만대인 차량대수가 2020년에는 6배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전력부족에 따른 공장의 자가발전을 위한 수요 또한 크다.

1일 세계소비량이 1990년대에는 매년 100만배럴 꼴로 늘어났다. 10년간 1000만 배럴이 증가한 것이다. 21세기 개막과 동시에 브릭스 4국(BRICs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세계시장은 수급불안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만도 1일 소비량이 270만 배럴이나 늘어났다. 그 중의 1/3은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소비했다. 세계의 '검은 황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떠오른 것이다. 그 중국이 수요폭발에 대비하여 유전사냥에 나섰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가 미국의 석유회사 유노컬을 사겠다고 도전장을 던젔다. 쉐브론보다 20억 달러가 많은 185억 달러를 제안한 상태다. 미국의 조야는 지금 유노컬이 중국의 손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여론으로 들끓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나서 백악관에 거래를 저지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미국은 석유수입의 12%를 베네주엘라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 5위의 산유국인 베네주엘라가 거래량을 감축한다며 미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엑슨-모빌과 쉐브론-텍사코에게는 로얄티 인상을 통지했고 하비스트에게는 생산량의 1/3을 감축하도록 지시했다. 반면에 중국과는 유전개발을 조건으로 5건의 공급확대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은 중동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다각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작년 11월 아르헨티나와 197억달러 투자약정서에 서명했다. 중앙아시아에도 교두보를 확보했다. 1997년 카자흐스탄에 진출하여 합작회사에 13억달러를 투자했다. 러시아와 손잡고 사할린 유전개발에도 나섰다. 브라질,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했다.  

중국이 경제-군사대국으로 부상함에 따라 미국과는 패권주의적 대결이 불가피하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침공은 석유자원의 안정적 확보가 목적이다. 수입수요의 80%를 중동에 의존한 중국으로서는 정세변화에 따라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세계해양을 제패한 미국이 말라카 해협을 봉쇄하면 수송로가 막힌다. 산업의 피가 고갈되면 중국경제는 한 순간에 마비된다.

중국은 이 같은 대결구도에 대비하여 해군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항로확보에도 혈안이다. 그 중국이 지난 4월 개항한 파키스탄 그와다르 항구의 건설비 80%를 부담했다. 이 항구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불과 400㎞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석유수송로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은 방글라데시와 손을 잡고 치타공 항구건설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 인도와는 적대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4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다.    

중국은 10년 이상 미얀마 군사정권에게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여 항구, 도로, 철도건설을 돕고 있다. 벵갈만과 중국의 운남성을 연결하는 통로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말라카 해협은 길이는 1000㎞이나 폭은 2.4㎞에 불과하여 외부공격에 노출된 군사적 취약지대다. 중국은 그 돌파구로 태국과 크라 지협에 운하를 개설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태국은 그 대안으로 7억달러를 들여 송유관과 정유소를 건설하기로 하고 중국을 불러들였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엉뚱하게도 철도청이 나서 사할린 유전을 개발한다고 떠들다 돈이나 떼였으니 한심하다. 그것도 정치실세가 끼어서 말이다. '석유냉전'시대에 공급원의 안정적 확보는 생존전략이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5/07/31 [17:43]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