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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은 신해철이기에 조선일보와 타협말라
[논단] 양식있는 시민이라면 조폭적 조선일보에 협조아닌 거부를 해야
 
숨인씨   기사입력  2005/06/15 [01:50]
안티조선은 위기다. 안티조선은 정부여당의 지지자들에게는 정권안보의 수단으로, 진보주의자들에게는 더는 신경쓰고 싶지 않은 주제로 전락해버렸다. 조선일보 지면에 장신구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자타칭 개혁적, 진보적 지식인들을 보라. 심지어 공개적으로 기고,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던 이들까지도 조선일보의 품으로 다시 달려갔다. 
 
안티조선은 과거처럼 거세게 그들을 질책할 힘을 갖지 못했다. 기고자들에게서도 거리끼는 기색을 좀처럼 발견할 수 없다. 아니 도리어 이렇게 항변하는 듯하다:"기고가 무슨 죄인가. 내가 왜 노무현 지지자들이나 하는 운동에 동참해야 하나."

위기의 안티조선 그리고 신해철과 '조선일보 문화부'
 
여기 또 하나의 논리가 추가되었다. 대통령선거 당시 연세대 앞 유세에서 조선일보를 비난하면서도 “음반 홍보 때문에 인터뷰는 했다”던 신해철 씨가 최근 조금 더 분명하게 입장을 밝혔다. 조선일보가 문화면에서는 다른 언론사보다 낫다면서 "언론사의 브랜드 하나만을 보고 '이 신문은 좋고 저 신문은 나쁘다'고 판단해선 안 되고 (언론사에 대한 평가는) 매 사안마다 개인이 직접 해야할 문제"라고 말한 것이다.  

▲명확한 정치적 의식의 소유자라고 알려진 신해철, 그런 그가 조선일보 문화면이 뛰어나다고 평가한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대자보
신해철은 교수도 아니고 시민운동가도 아니다. 그는 대학가요제에서 데뷔한 이래 17년동안 아마 신문매체보다는 방송사와 더 잦은 마찰을 일으켰을 것이다. 이미 가요순위 프로그램 등은 언론개혁의 과녁이 되기도 했으니 안티조선 쪽에서도 그 사정을 다소는 헤아릴 것 같다. 더욱이 신해철의 근황을 짚어보면 그가 왜 조선일보 문화면에 호감을 표했는지 짐작이 간다. 그는 사실관계조차 무시한 얼치기 비평이 ‘오마이뉴스’에 버젓이 실리는 꼴을 목도했고, 그의 부경대학교 강연은 인터넷매체 ‘데일리안’에 의해 왜곡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음악인으로서 방송과 인터넷에 더 큰 분노를 표하고, 조선일보 문화면을 추켜 올리게 된 것이다.
 
바로 이것이 큰일이다. 양식있는 시민이라면 직업이나 경험에 상관없이 조선일보를 거부해야 한다. 조선일보는 극우신문이다, 라는 정의는 그 자체로 올바른 것은 아니다. 조선일보는 범죄집단이다. 극우는 범죄의 형태이며, 신문발행은 그 조폭의 주요 사업이다. 조선일보의 과거를 굳이 들추지 않아도 그들의 기나긴 범죄행각은 기본이 된 지식인이라면 대충은 알 것이다. 그 신문에의 협조는 범죄집단에의 충성이다(조선일보나 한겨레나 다를 게 없다고 믿는 사람은 언론 전체를 등져라).
 
조선일보 문화면은 조폭이 운영하는 '재미난 클럽'

신해철의 생각은 ‘예술가열외주의’에 닿아 있다. 신해철의 ‘조선일보 문화부론(論)’은 이를테면 “미당(서정주)는 정치적 백치였으므로 친일 논란에서 그만 놔줘야 한다”,  “이문열 선생은 훌륭한 소설가이므로 우편향적 발언에 몰두해 그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라든가 하는 발언들 그리고 레이건 지지를 했건 안 했건 닐 영(Neil Young)은 저항하는 로커의 원조로 받든다든가, 한대수의 박정희 옹호 발언에 그와 교분이 있는 김규항이 침묵한다든가 하는 행위의 대열에 끼워넣을 만하다.
 
예전에 고종석 씨와 정과리 씨의 대담에서 동인문학상을 가리킨 ‘괴물이 든 꽃’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바 있었다. 그렇다면 조선일보 문화면은 ‘조폭이 운영하는 재미난 클럽’쯤으로 규정할 수 있지 않을까. 거기 빼고 갈 곳이 없는 것도 아니고, 설사 없더라도 나는 그런 곳에 가고 싶지는 않다. 조선일보가 할애한 지면이 신해철에게는 쓸 만한지 몰라도, 조선일보와 안티조선을 유무용의 관점으로 논하는 것이야말로 무용한 발상이다. 이것은 윤리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중예술인으로서 인터뷰에 응한 신해철로부터 조선일보 기고자들에게로 눈을 돌려보자. 조선일보를 활용하겠다는 노선은 실질적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진보지식인들이 그 신문에 양질의 글을 기고하겠다는 것은 사회를 조폭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조폭에 침투한다는, 기상천외한 초특급작전일 뿐이다.
 
조선일보의 논리는 조선일보를 구독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그 영향이 닿는다. 조선일보에 길들여진 독자를 꾀어 반대편으로 넘기겠다는 계획은 무지몽매하다. 그럴 사람이 있다면 대개 원래부터 조선일보에 어울리지 않는 독자일 터이다. 하기야 그 기고자들은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첨예할 수밖에 없는 대립을 흑백구도로 몰아붙이는 것으로 그친다. 가끔은 조선일보의 논조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글도 나타지만, '뭐 이런 의견도 있어서 속 넓은 조선일보가 소개한다'는 맥락에 끼워지는 부속일 따름이다. 
 
신해철, 아직은 조선일보와 싸울때이다
 

안티조선을 한다고 해서 올바른 지식인인 것은 아니다. 과거 안티조선은 과실을 바랄래야 바랄 수가 없는 운동이었기에 참여자의 도덕성이 자연스레 보장되었다. 하지만 이제 대통령을 비롯한 몇몇 권력자들도 조선일보와 싸우고 있고, 조선일보와 싸워서 잃는 것 이상으로 얻는 것이 생길 수도 있다.
 
허나 숨쉬는 모든 사람이 좋은 사람은 아니라고 해서 숨조차 쉬지 않는 자가 사람이 되지는 않듯, 조선일보에 놀아나는 지식인에는 더욱더 고운 눈길을 보내기 어렵다. 비싼 원고료와 높아질 지명도가 탐 나서 조선일보와 어울린다면 내가 한발짝 물러서고 말겠다. 그렇지만 도무지 부끄러움이 읽히지 않는 변명은 언제든 맞받아치겠다. 조선일보 문제에 무감한 지식인에게 기대할 만한 구석은 없다. 조선일보와 상종하는 자와는 상종하고 싶지 않다. 
 
나는 이제 여지껏 조선일보와 상종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기대를 접었다. 나는 그러나 그를 존경하고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신해철만큼은, 이라크파병 때 했던 것처럼, 뜻있는 음악인들과 손잡고 조선일보를 거부했으면 좋겠다. 헛된 희망은 아니다. 그가 신해철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의 필자는 신해철 씨의 발언에 관련한 다른 글을  '서프라이즈'에 올린 '김수민' 씨와는 다른 사람임을 알립니다.
* 글쓴이는 경북 구미시 시의회 의원(무소속)입니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영남지역 최연소(27세) 기초의원에 당선돼 현재 시의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2002년 <대자보> 필진으로 참여한 이래 다년간 정치칼럼 등을 연재해 왔으며,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대자보> 독자들과 만납니다.
기초의원으로서 풀뿌리 정치 현장에서의 경험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블로그 : http://kimsoomi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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