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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은 모든 개혁중의 개혁이다"
권영길 의원과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 경향노보 300호 특집대담 나눠
 
편집부   기사입력  2005/04/26 [17:54]
 "신위원장 하고만 하면 되지. 나는 구색만 맞출게."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방에서 만난 민주노동당 권영길의원은 특유의 은근한 눈웃음과 함께 손사래부터 쳤다. 권의원과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에게 경향노보 300호 특집 대담을 요청해 이뤄진 자리였다.

 "벌써 300호이고 17년인가. 초기엔 노보 발행이 노조에서 중요한 일이었는데."
 
 권의원의 표현처럼 언론노조 운동의 역사는 그렇게 노보사(史)로 대치된다. 1988년 설립된 경향노조도 그 족적을 함께 하며 살아 왔다. 초대(初代)와 현 언론노조위원장과의 대화는 진보정당에 대한 화두로 시작됐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과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의 대담장면     © 경향노보

 ▲이기수 위원장=지난해 4월 정치·사회적으로 큰 획이 그어졌다. 진보 세력의 원내진출이 그것이다. 그간 이라크 파병, 비정규직, 개혁입법 과정에서 진보의 목소리가 원내에서 터졌고 정파간 힘겨루기도 본격화됐다. 그러나 1년을 돌아볼 때 기대와 불만이 섞여있는 게 사실이다. 진보정당의 현주소에 대한 평가와 과제는.

 ▲권의원=낙관적으로 전망한다. 민노당 10명의 국회 진출은 진보정당 50년사에 처음일 뿐더러 한국정치사의 분기점이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극우·보수 체제 일변도의 정치가 진보 대 보수로 출발하는 계기였다. 언론노조가 어떤 다른 노조 연맹체보다도 민노당의 국회 진출을 위해 결의하고 지원한 것도 한국정치사의 새 출발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1년 지나며 아쉬운 평가도 공존하고, 한계점을 지적받기도 한다. 하지만 국회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보기에 장기적으로 전망이 밝다. 민노당이 더 성장해 실질적으로 한국사를 새롭게 만드는 중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언론이 모든 평가의 잣대
 
 ▲이위원장=한국정당의 숙원이던 정책정당의 출발되리라 기대했던 반면 10석 소수정당의 한계도 봤다. 정책정당의 승부수와 정치적 역할을 찾는다면.

 ▲권의원=민노당은 정책정당의 모습을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갖춰야 한다. 다만 지난해 출발 시점에서 민노당에게 단기간의 가시적 성과를 기대했다면 과도하고 가혹한 면도 있다. 국회 내 구조와 50년 보수정치의 산물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동료의원에게 과욕 부리지 말고 겸허하게 생각하라고 말한다. 새롭게 출발하는 국회의원이 다르다는 모습을 일상적 활동으로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볼 때 우리는 연착륙했다.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     © 대자보
 ▲신위원장=민노당이 총선에서 원내의 명실상부한 제3당에 지지율 15%를 받은 그 자체로 정치혁명이었다. 당선된 의원들에게 평소 "여성을 남성으로, 남성을 여성으로 바꾸는 것 외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헌법기관"이라고 축하인사를 한다. 민노당의 국회 진출로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게 가시적으로 당장 나타나지 않으나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1년간의 국회·정치 이해 과정을 거친 민노당 10명 활약상은 이제부터라고 본다. 카오스이론에 나비효과란 게 있다. 여의도 상공의 나비 한 마리 날개짓이 복잡한 지구 생태계에 연쇄반응 일으켜 워싱턴에 비를 내리게 한다는 이론이다. 지금 10명의 조그만 변화가 장차 태풍 같은 변화와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흥미위주 보도는 자제해야

 ▲권의원=전 언론이 "민노당, 1년만에 한계 드러내"라고 지적한다. 민노당이 제출한 50여개 법안 중 1건만 처리됐다는 것이다. 법안 처리만을 민노당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으면 안된다. 실제 눈에 안 보이는 큰 역할을 했다.

 많은 의원들이 일상적인 행동부터 (민노당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1주일에 한번씩 지역구 창원을 주로 비행기로 오가는데 과거 의원들은 앞자리 비즈니스석에 앉고, 공항 의전실을 관행처럼 이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비즈니스석 앉는 의원을 못봤다. 해외출장도 `누가 보고 있지는 않을까' 하고 눈치를 살핀다. 그걸 민노당이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요즘 국회의원들은 "의원하는 맛이 없어졌다. 완전히 3D 업종이 됐다. (의전과 관련해) 모든 걸 민노당에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신위원장=국회와 의원을 감시하는 의원 10명이 생긴 것이다. (민노당 발의법안) 1건 통과는 민노당 잘못이나 실패, 한계라기보다 아직 우리 국회와 입법심의 과정이 기존 보수정당 중심이라는 반증이다.

 ▲권의원=그러나 민노당도 아직 경직돼 있다.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서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책을 시의적절하게 만들고 입안해야 한다. 행동이 느리고, 결정도 추진속도도 늦다. 치열한 토론도 필요하지만, 논의만 길고 행동이 짧은 것은 여전히 운동권적 정당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당 현실과 정책 제시엔 안 어울리는 측면도 있다.

 ▲신위원장=민노당 원내진출 이후 결정적 잘못이 2개 있다. 하나는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분리한 것이다. 둘째는 의원과 보좌관 세비를 당에서 일괄적으로 대폭 낮춘 것이다. 사실상 유능한 보좌관 채용하고 제대로 일할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스스로 처음부터 봉쇄했다는 판단이다. 당직과 의원직은 겸직하더라도 사무총장만 금지시키면 된다. 정책은 미세한데 현장에서 부딪치는 것과 뒤에서 보는 것은 차이가 있다. 당에서 절차를 만들겠지만, 시너지 효과를 스스로 봉쇄하고 악영향을 준 요소라고 본다.

 ▲권의원=의회에 매몰되지 않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는데 결과적으로 더 의회 중심으로 됐다. 한국 현실에서 모든 시선이 국회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언론도 의원을 주목하지 당 지도부에는 눈길도 안 준다. 그러니 당대표 등 지도부가 사각지대가 됐다. 내용적으로 틀을 못 갖춘, (당의) 과제다.

 ▲이위원장=회사 조합원들도 권의원 인터뷰 계획을 말하니 지난해 말 (정부의 민노당 홀대에 항의하는) 단식 얘기가 많았다. 의원으로서 국회 내에서 첫 노상 단식을 할 때 심경과 건강은.

 ▲권의원=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단식이었다. 국회 본관 앞이고 예산 심의 때라 오전 6시에서 새벽 2시까지 (1주일을) 꼿꼿하게 하루종일 앉아 있었다.

▲국회 앞 단식농성 당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 대자보

 ▲신위원장=그 완벽주의, 버려야 할 습관이다. 단식하면 기력이 떨어지니 가끔 누워야지 계속 꼿꼿한 자세로 버티는 건 잘못한 일이다. 선배가 원체 강골이긴 해도, 연세(65세) 들어서까지 무리하게 단식하면 아까 나비효과처럼 몸의 미세한 차이가 큰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권의원=다른 의원들이 나를 보기가 괴로워 지하나 뒷문으로 출입하는 일도 많았다. 처음엔 인사도 다 했는데, 나중엔 외면할 수도 없고 눈을 마주치자니 고문당하는 느낌이라는 고백도 들었다. 며칠 지나 동료 의원들의 눈빛과 생각을 유추하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단식 끝나자마자 이틀간 복식(復食)을 했지만, 지방 강연을 계속 다니느라 차 안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기 일쑤였다. 복식을 제대로 못해 한달간 고생했다. 후유증 많은 단식이었다.

진보세력 빨리 제자리 찾아야

 ▲이위원장=언론 현안으로 화제를 돌려보겠다. 미디어의 대변혁기이고 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 `절반의 성공'이라 표현하는 신문법을 제정했다. 불법경품 포상금제도 실시 중이다. 방송도 뉴미디어가 얽히며 굵직한 현안이 많다. 언론계 현안과 대응 방향은.

 ▲신위원장=신문·방송의 과제와 상황이 내용적으로 다른 듯하지만 사실은 한마디로 `언론 공공성 확보'로 요약된다. 현재 많은 위험요소가 있기는 하다. 신문은 인터넷·뉴미디어에다 신세대들의 취향 변화에 따라 구독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독자가 줄어드는데 왜 (언론노조는) 맨날 싸우냐"고 말은 신문시장이 작아지는 와중에도 독식하는 사람들의 논리다.

 공정한 룰에 따라 거대신문이 시장점유율을 높인 게 아니라, 불법·탈법·약탈 매커니즘에 의해 시장을 망가뜨리며 성장한 것이다. 팔면 팔수록 손해인 신문을 찍고, 경품 뿌려 독자를 확장해서 묶고, 이를 광고로 메꾸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경향신문 등 좋은 신문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독자에게 배달이 안 된다. 이런 매커니즘부터 극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또 어떤 신문에게든 현재 광고주의 입김이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이 됐다. 지금 대형 광고주는 단 셋밖에 없다. 전자·정보·통신, 백화점, 아파트 분양광고다. 지난해 9월 경실련이 "2000년 이후 수도권 공공택지 분양 이득이 7조원이고, 아파트값을 40% 낮출 수 있다"고 발표한 것은 서민들에게 중요한 기사였다. 하지만 조중동은 한 줄도 쓰지 않았다. 독자와 국민과 나라의 이익보다 사주와 회사와 나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이들 정파적이고 왜곡된 신문들은 공공성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방송은 권력으로부터 독립돼 있다. 국민 소유의 전파를 빌려 사업하는 방송은 공공성과 공익성을 지키는 게 핵심이다. 방송을 오직 돈벌이로 생각하는 통신사업자가 이를 장악하려는 기도를 막는 일이 중대 과제다.

 ▲권의원=노무현정권이 출범하며 4대 개혁(언론개혁·사립학교법·국보법·과거사 청산)을 내걸었다. 그중 언론개혁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하는 신문법이 만들어져, 불만족스러우나 형태는 갖췄다. 대통령과 여당 당의장 등 핵심 당직자들이 "언론개혁이야말로 개혁 중의 개혁"이라 했다. 그러고도 제대로 안됐다. 문제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이 `노정권의 제1화두가 언론개혁인 것은 정략적인 것'이라고 몰아부쳐서다. 하지만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언론개혁은 모든 개혁 중의 개혁이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소위 선진국에서도 언론이 여론을 주도하고 정치 흐름을 지배한다. 우리 사회는 특히 그렇다. 언론이 모든 평가의 잣대다. 그런데도 청산해야 할 찌꺼기가 언론에서 비롯된다. 그러고도 (여권이) 정확히 실천하지 않는 데 대해 난 항의한다. 국회 구조 때문이라고 변명하겠지만, 그게 아니다. 노정권의 이중성 탓이다. 대통령 입장에서 인기는 얻고 책임은 면하고자 하는 이중성이 있었다고 의심된다. 그래도 반쪽 언론개혁이나마 반갑다. 신문은 공정성, 방송은 공공성이 핵심이다. 언론노조가 시장정상화의 토대 위에 신문법의 기조를 잡았었고 나도 거기에 동조했다. 제반 법 마련도 중요하지만 일차적으로 현재 공정위가 제 역할만 해주면 무제한적·야만적 신문시장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이위원장=신문발전위가 출범하면서 언론단체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신문협회 위상에 대한 안팎의 문제제기가 많은데.

조·중·동이 신문시장 헝클어

 ▲신위원장=신문협회는 신문종사자나 회원사 이익보다는 전혀 상반된 활동을 하고 있다. 조중동 등 족벌신문 사주, 그들과 개인적 친분관계 지닌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사교클럽으로 전락했다. 신문협회는 자율주의란 이름으로 신문시장을 엉망되게 만든 제1 책임기관이다. 치열한 자기반성을 통해 과거를 사과하고, 회원사와 신문종사자와 독자를 위해 순기능하는 기관으로 대혁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문협회 해체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존재이유가 없다. 개혁적 신문협회를 만들어 독자와 신문종사자와 국가를 위해 순기능이 있는 협회를 만들자는 게 저와 언론노조의 입장이다.

 ▲이위원장=신문발전기금·포상금제·신문유통원 등 풀어가야 할 언론 현안들도 산적해 있다.

 ▲신위원장=강조하고픈 건 반쪽 법률이든 뭐든 1월1일 새벽에 통과된 신문법은 여야 합의로 됐다. 방송은 난시청지역 등에 관해 인프라를 구축, 모든 시청자의 볼 권리를 충족시킨다. 같은 논리로, 신문은 국가신경망과 같으므로 어디든 신문이 배달돼야 한다. 이를 위해 신문유통원이 있어야 한다. 사실상 공사 형태인 신문유통원 설립의 기초자금은 정부가 대줘야 하고 빨리 출범해야 한다.  신문발전기금도 여야 합의로 통과되면 정부는 예산을 뒷받침하도록 법률화돼 있다. 문화관광부는 기획예산처 협의 후 신문이 국민을 위해 순기능할 수 있는 조건 만들도록 기금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미온적이어서 불만이 엄청나다. 문광부장관 항의방문 등을 계획 중이다.

산별 3기 막중한 임무

 ▲권의원=신문법 제정은 언론개혁 토대를 일정부분 법적으로 마련한 과정이었다. 언론노조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었다. 어찌보면 언론노조로 인해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의원들이 언론노조의 입장을 주목했고, 그 행동을 예의주시해 왔다.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신문법 통과시킨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이위원장=언론노조가 산별3기를 맞았다. 언론 본연의 역할과 함께 생존권도 열악해지고 있다. 산별 노조에 대한 평가와 과제는.

 ▲신위원장=2003년 1월 언론노조 2기를 맡아 성과 여부와 상관없이 정신없이 2년이 지났다. 확실한 것은 현재 언론노조의 인적·물적 토대와 상관없이 산별노조에 대한 노조원들의 요구와 기대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제 산별노조란 큰 틀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가 갈수록 늘고 있다. 조합원 한분 한분이 이런 변화된 조건을 돌아보고 앞으로 산별3기가 어떻게 가야할지에 대한 많은 이해를 해야 한다.

 ▲권의원=산별노조 출범은 대단히 의미가 크다. 이는 내가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3대 과제 중 하나였다. 세계화와 경제·정치 흐름으로 보건대 그 해법은 산별노조다. 산별노조 전환 후 "달라진 게 뭐냐"고 조합원들이 반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당기간 산별노조의 역할은 힘들게 돼 있다. 그때까지 버텨내는 게 집행부의 과제다. 언론노조는 조합원들이 기대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전체 언론노조 틀이 활성화될 때 단위노조 활성화도 가능하고, 두가지가 쌍방향으로 돼야 한다.

 ▲이위원장=일본의 아사히-산케이 논쟁에서 보이듯 동북아 3국이 과거사 및 영토문제로 뜨겁다. 민족주의와 또다른 민족주의의 대결로 치닫고 있다. 독도에 대해 민노당의 초기 대응이 감정적이었다는 내부논란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진보정당과 사회 개혁층의 관점에서 이 문제에 대한 접근 시각에 대한 생각은. 나아가 언론의 자세를 살펴본다면.

 ▲권의원=국수주의나 민족주의적으로 풀 수 없다. 그러면 충돌이고, 즉 전쟁밖에 없다. 특히 한반도 주변 전쟁은 한민족의 파멸로 이어지므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일본에서도 힘이 약화됐지만 진보세력과 양심층이 존재한다. 한국에도 진보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 진보세력간 국제적인 연대와 유대, 그리고 국제기구를 통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11월에 열리는 APEC에서 주요 의제로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언론의 문제점은 그런 데서도 나타난다.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데 흥미 위주의 취재 보도, 장사하고자 하는 보도 위주다. 그러니 사안에 대한 가닥이 제대로 안 잡힌다. 한미간, 한일간 문제가 다 그렇다. 나는 동북아 균형론도 바람직하고 노정권이 정리한 외교전략 중 가장 훌륭한 전략이라고 본다. 종속적 한미관계를 호혜평등의 대등한 한미 관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균형론이라는 용어에 대한 시비로 한미간의 새로운 발전까지 가로막고 있다.

 ▲이위원장=저희 회사에서도 단계적으로 풀고 있지만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 이 땅의 비정규직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권의원=노동문제로만 본다는 게 문제다. 비정규직은 한국사회의 총체적 문제다. 따라서 국가정책 제1의 과제다. 이 문제가 안 풀리면 경제가 살아날 수 없고 올바른 경제정책이 수립될 수 없다. 한국경제는 수출 중심이다. 그 수출이 단군이래 최대 호황이다. 그러면 우리 국민이 잘 살아야 한다. 그런데도 왜 더 어려어지나. 내수 진작이 안 되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자들의 지갑을 열어 내수를 진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부자 지갑은 해외골프, 외제차, 수천만원짜리 옷, 수백만원짜리 위스키 등 최고 명품과 사치품에만 열려 있다. 그 과실은 국내로 들어오지 않는다. 따라서 비어있는 서민 지갑, 즉 비정규직 지갑을 채워야 내수도 제 궤도에 오를 수 있다.

 ▲이위원장=노보 300호 특집을 준비하며 경향의 옛사진을 보았다. 과거 5인 해직자 복직 때와 여러 기념식 사진에 권의원이 많이 등장한다. 두 분 모두에게 독립언론 경향에 대한 평가, 경향가족에게 기대나 주문을 바란다.

노조에 애정갖고 참여해 주길

 ▲권의원=그만큼 경향의 역사가 파란만장했다는 것이다. 투쟁이 많았으므로 (제가) 자주 참석했다는 뜻이다. 경향신문사 앞 술집 청솔밭도 기억난다. 진보가 지고지선은 아니다. 보수가 나쁜 거 아니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진보세력의 육성 강화, 그리고 진보세력의 제자리찾기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합리적 보수를 견인해낼 수 있다. 한국의 진보·개혁 언론이 그래서 필요하다. 경향이 대표적 진보지라는 게 객관적 평가로 돼 있어 다행이다. 독립언론에서 나아가 대표적 진보신문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기 위해 노조 역할이 크다.

 유럽에서 국제노동회의에 참석해 국제언론노조연맹 등의 활동가들로부터 들었는데 유럽에선 노조가 예전보다 더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조 약화, 대응 부실, 점점 더 강해지는 자본의 힘, 그런 과정을 학자들이 연구했다고 한다. 그 결과 현존 조직 중 노조 외에 대안이 없다는 교과서적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노조에 불만스러운 점이 있어도 노조에 애정을 갖고 활동을 충실히 해줄 것을 경향 노조와 경향 종사원들에게 전하고 싶다.

 ▲신위원장=언론노조위원장이자 개인으로서 경향신문에 대한 고마움과 기대는 크다. 경향신문이 독립언론으로 재탄생한 이후 언론계, 한국사회, 언론노조에서 한 역할은 훌륭했고 주도적이었다. 진보와 개혁을 견인하는 주도적 언론으로 발전하리라 믿는다. 다시 신문시장 문제로 돌아오는데, 경향신문과 같은 독립언론이 국민과 국가와 독자에 순기능해도 잘못된 매커니즘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질서를 앞장서서 깨는 데 경향의 사장 이하 모든 조합원이 매진해주길 바란다.

* 본 기사는 전국언론노동조합 경향신문지부에서 발행하고 있는 경향노보(www.khan.co.kr) 지령300호(2005년4월21일발행)에 실린 글로 경향노보의 동의하에 전재합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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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4/26 [17:5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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