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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아바타와 한명숙 추대론 '꼼수'
[시평] '반복지'도 안되지만 '경선 기피증'도 시대착오
 
가을의고전   기사입력  2011/08/31 [05:01]
 
간만에 정신 바짝 든 홍준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돈키호테 같지만 그는 참 독특한 정치인이다. 365일 헛소리 작렬하다 이따금씩 제정신으로 돌아올 땐, 진중권도 못 말릴 정도로 예리하고 카타르시스 팍팍 주는 양념 정치인이다. 그래서 진보진영도 그를 마냥 미워하기가 어렵다.

당 대표가 된 이후로 '사실상 보온병 폭탄', '안상수 아바타'가 돼버렸나 싶더니, 어제는 '오세훈 아바타 불가론'으로 간만에 홍준표다운 기개를 보게 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홍준표 대표는 30일 강원도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 "주민투표에 참여한 보수층 표에 중간층을 잡을 플러스 알파가 필요한데 이게 가능한 인물이 참보수"라며 "이벤트·탤런트 정치인은 안된다. 또 제2의 오세훈이나 오세훈 아류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당 후보군 가운데 여론조사가 가장 높게 나오는 나경원 최고위원의 후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나 지지도 결과는 인기 투표로 아무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복지 대 반복지'‥한나라당 필패 구도

앞서 친박(친박근혜) 성향의 소장파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무상복지 논쟁은 실패한 만큼, '오세훈 아바타'가 선거에 나가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 소장 개혁파도 "이명박 대통령과 오 전 시장 프레임에 빠진 사람은 안된다"고 공감했다.

개혁 소장파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의 구상찬 의원은 "어떤 어젠다로 선거에 임해야 하는 지도 결정 안됐는데 후보 문제만 분분하다. 논의의 선후가 잘못됐다"면서 "축구 경기로 비유하면 골키퍼가 필요한데, 박지성이 유명하다고 해서 그를 골키퍼로 넣을 수는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이 말하는 '오세훈 아바타'란 오세훈의 주민투표를 적극 지지한 나경원 최고위원을 지칭한 말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니까 홍준표 대표나 친박, 소장파들은 나경원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돼 또다시 '복지 대 반복지'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렀다간 '필패의 카드'라는 얘기인 셈이다. 지금의 이미지나 여론지지도가 제아무리 높다 해도 막상 선거전에 돌입하면, 복지라는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후보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자각에 따른 것이다.

경선 기피 정치인, 진보야당 후보 자격 없어

이처럼 한나라당은 오세훈 패배로 정신이 바짝 드는 분위기인데, 민주당은 승리감에 도취돼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한 분위기다. 특히 일부 정신 너갱이 빠진 인간들은 '여론지지도 높은 사람으로 경선 없는 후보 추대' 운운하고 자빠졌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당 대표라는 사람은 역동적인 경선과 철저한 검증으로 대중적 인물을 키워내고 시민의 참여와 관심을 끌어올릴 생각은 않고, 무슨 꿍꿍이 속인지 2달도 채 안 남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 마냥 꾸물대고 있다. 곽노현 교육감 사건 때문에 겸손해야 한다고 떠벌이는 자체가 곽 교육감을 두번 죽이는 일이다. 민주당은 제 할 일이나 제대로 하고 나서 곽 교육감 걱정을 해도 늦지 않다.

야당의 서울시장 후보는 그야말로 주민투표 민심을 제대로 수행할, '검증된 복지·진보 후보'를 내세워 반복지 세력과 진검승부를 펼쳐야 하는 거 아닌가.

별 볼 일 없는 이미지와 순간의 여론지지도가 높다는 이유로 '야권 연대'의 아킬레스건인 한미FTA 추진 주역이자 미군기지 반대하는 평택 시민에게 군 특수부대 투입할 때도 방조한 사람,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에서 함량 미달로 진 사람을 또다시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하자는 시대착오적인 야당으로 도대체 뭘 도모하겠는 건지….

오세훈 아바타도 안되지만, 경선 기피증에 걸린 사람도 안된다. 검증대에 서기를 꺼려하는 정치인은 그가 누구든 진보 야당 후보로서 자격 자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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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8/31 [05:0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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