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삼성그룹은 盧정권보다 더 성역인가?
검찰 '편법상속' 수사안해, 조중동 '침묵, 생색내기'그쳐
 
양문석   기사입력  2003/11/07 [10:35]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씨    
최근 검찰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장남 재용씨(삼성전자 상무)의 에버랜드 편법상속 의혹 고발사건과 관련, 수사의 방향을 결정했다. 이 사건에 대하여 '업무상 배임혐의'를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을 적용할 것인지를 두고 후자를 택한 것이다.  검찰은 "저가발행에 따른 차익이 50억원 미만이면 현저한 저가발행으로 볼 수 없어 업무상 배임 혐의 적용 자체가 아예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10월 13일 '공소시효가 7년인 업무상 배임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포기하고 공소시효가 10년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변하는 않는 검찰의 수사태도

특가법을 적용하는 검찰의 의도는 첫째, 삼성의 편법상속에 대한 수사를 장기화하려는 의도이다. 업무상 배임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이 혐의를 적용할 경우 공소시효는 올해 말로 만료된다. 그러나 특가법의 업무상 배임혐의가 적용되면 공소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나 올해 안에 수사를 완료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검찰이 사건을 좀더 엄격하게 처리하려는 것으로 여겨질 법하지만 속뜻은 '삼성'이라는 기업집단관련 사건을 일단 뒤로 미루고 보자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다. 

둘째, 삼성의 편법상속을 무죄 처리하려는 의도이다. 이미 3년을 지연시킨 수사를 또 다시 연기하는 태도로 미루어 검찰의 법집행 의지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검찰은 50억 원 이상의 재산상 이득이 발생했을 경우에 특가법을 적용한다는 이유로 수사를 유예했다. 그러나 이것은 최근 SK그룹 사건의 사례에서 볼 때, 무죄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법적용이다. 검찰이 SK그룹의 형사 1심 재판에서 비상장기업인 워커힐 주식의 교환으로 발생한 손해액을 확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특가법상 배임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판결 사례를 염두에 두고 이를 삼성에 적용하여 무죄처리하려는 의도가 읽히기 때문이다. 

언론의 보도태도

▲중앙일보     ©중앙일보
그러나 실상 더 심각한 문제는 언론의 보도태도다. 10월 13일 검찰의 삼성에 대한 수사방향 선회에 관한 발표가 있었으나 다음날 중앙일보는 침묵했다. 이재용씨 편법상속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전통'을 고수한 것이다. 삼성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틈나는 대로 주장하는 태도로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 나마 보도한 신문들은 검찰이 밝힌 적용법에 따라 공소시효가 달라지기 때문에 수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내용만 담았지, 이미 SK 사례에서 찾아 볼 수 있듯이 특가법을 적용하면 편법상속이 무죄가 될 가능성에 대한 경계는 전혀 하지 않는다.

한겨레와 경향, 대한매일만이 특가법을 적용했을 때 SK처럼 '무죄'로 처리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한다. 특히 한겨레는 16일과 17일 등 후속기사에서 "사건 자체가 흐지부지될 수 있고, 에스케이그룹 사건 수사와 재판 결과에 견줘 형평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사건 처리를 미루면서 경제 악영향론을 들먹이는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며 재벌들의 개인적인 비리문제를 두고 검찰의 수사회피를 강하게 질타하는 기사까지 실었다.

10월 27일 참여연대는 삼성 편법상속과 관련해 검찰에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역시 침묵으로 일관했다. 유일하게 한겨레만이 '참여연대의 공개질의서'를 보도한다. 그리고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가 '삼성그룹 사내에서의 사이트 차단조치'까지 당하면서도 삼성의 이재용 편법상속을 집요하게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다. 28일에 이들은 자체 기사로 인터넷판에 '참여연대의 공개질의서'관련 보도를 올려놓았다. 상당히 의외였다. 그 동안 '연합뉴스'를 전재해서 올리던 재벌관련 비리사건을 이번에는 자사 기사 이름으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29일자 신문지면에서는 이들 기사를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과거부터 검찰은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살 때마다 "성역 없는 수사"를 입버릇처럼 되뇌어 왔다. 그리고 현재의 검찰은 감히(?) 현직 대통령의 후보시절 '계좌'까지 추적하고 있다. 총장과 중수부장은 팬클럽을 얻는 대중적 인기까지 누리고 있다. 한데 삼성과 관련해서는 '경제적 악영향' 운운하며 철저히 꼬리를 내린다. 검찰이 '삼성'을 계속해서 성역화하면 더 이상 '권력의 시녀'는 아닐지라도 '최고재벌의 시녀'라는 불명예는 떨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일부언론은 이미 광고주 특히 '재벌의 시녀'로 전락한 지는 오래다. 예전에는 일부언론들이 침묵하면 국민들이 알 수 있는 길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신문이나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을 전하는 각종 전문지들이 끊임없이 감시의 눈길을 거두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일부신문들의 치부가 감춰지지 않는다. 시대의 변화 언론의 변화를 아직도 읽지 못하는 수구언론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최소한 재벌의 시녀라는 오욕을 떨쳐 내기 위해서라도 검찰의 이재용씨 편법상속 수사를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 / 논설위원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11/07 [10:35]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