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IT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김우중의 귀환? I M F 비극 벌써잊었나!
[시론] 국가경제 파탄, 부실경영에 면죄부는 안될 말, 철저한 책임물어야
 
김영호   기사입력  2005/06/02 [17:32]
  ‘김우중 면죄부’의 진실
 
 지난 4월 29일 대법원은 대우그룹의 불법외환거래, 분식회계, 사기대출 혐의로 기소된 임원 7명에게 23조358억원의 추징금과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강병호 전 대우사장이 재무제표 작성권한을 가진 대표이사로서 회계분식 규모에 대해 김우중 전 그룹회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았고 그와 공모해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한 범죄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이 추징금은 국내는 물론이고 아마 세계에서도 사상 최대규모일 것이다. 
 
 2001년 2월 검찰은 대우 전ㆍ현직 임원과 5개 계열사, 회계사 등 34명을 기소했다. 1997년부터 3년 동안 김우중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수출대금 조작, 차입금 누락 등의 수법으로 41조1000억원을 분식회계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근거로 은행 등에서 9조9000억원을 대출 받은 혐의다. 이것은 IMF 사태 이후의 회계조작이다. 기소한지 4년이 넘어서 김우중씨가 범행을 주도한 공범으로 판결난 셈이다. 만약 김씨가 해외도피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한다면 법적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런 형편인데 김씨가 갑자기 귀국의사를 타진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 달 초에는 귀국한다느니 재계인사들과 귀국문제를 상의했다느니 하는 따위다. 검찰에 수사편의를 물었다는데 이번이 네 번째라고 한다. 젊은 옛 직원들이 구명운동을 벌인다는 소식도 뒤따른다.
 
  여권일가에서는 사면설마저 흘러나온다. 그의 범법행위에 대해 법적절차조차 밟지 못했는데 어떻게 사면을 한다는지 모르겠다. 그 옛날에 돌렸던 정치자금의 효험이 아니길 바란다. 그가 칠순을 바라보고 오랜 도피생활로 심신이 피곤할 테니 귀소본능은 이해할 만하다. 그래도 이른바 ‘대우사태’는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1997년 11월 IMF 관리체제가 도입됐다. 국가경제가 파탄나서 경제주권이 몰수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발단은 재벌기업의 집단부실화가 금융산업의 집단부실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부실채권의 누적으로 금융산업이 지급능력을 상실했던 것이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부채비율을 200%이하로 낮추도록 강압했다. 다급해진 재벌기업들은 은행부채를 갚으려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대량해고를 단행하고 생살 도려내듯이 계열기업과 자산을 처분했다.
 
 그런데 대우그룹은 거꾸로 갔다. 대우그룹은 이보다 훨씬 이전부터 기술적 지급불능상태(technical default)에 빠져 있었다. 이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분식회계로 은행돈을 더 끌어쓰거나 회사채를 더 발행하는 따위로 위기모면에만 골똘했다. 그 사이에 대우그룹의 해체를 재촉하는 시한폭탄이 요란한 소리를 울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귀를 막고 소위 빅딜을 무슨 묘수로 여겼는지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를 교환한다며 시간을 허송했다. 또 쌍용자동차를 인수하고 대우자동자 매각을 늦추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그러다 그는 1999년 10월 돌연 중국으로 출국한 다음 종적을 감추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던 그가 세계를 떠돈다는 보도가 간간이 뒤따랐다. 하지만 그가 남긴 것은 어마어마한 빚더미뿐이었다. 당시 대우그룹의 국내채무는 60조원이고 외화차입은 68억4000만 달러로 알려졌다. 그런데 드러나지 않은 빚이 엄청나리라는 것이 금융계의 관측이었다. 대우그룹이 20년간 영국 런던에 BFC라는 암호명을 갖은 역외비밀계좌를 운용해 온 사실도 밝혀졌다. 75억달러를 불법적으로 관리해 왔다는 것이다.
 
 공적자금을 17조원이나 퍼부은 제일은행이 단돈 5000억원에 외국투기자본에게 넘어갔다. 제일은행이 거덜난 이유도 따지면 대우그룹 탓이다. 그 은행이 주거래은행으로서 사금고 노릇을 한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IMF 사태 이전에도 엄청난 분식회계가 있었고 이것을 근거로 대출이 이뤄졌을 것이다. 이것을 믿고 주식투자를 하거나 회사채를 산 투자자들이 입은 손해 또한 막대할 것이다. 1999년 투신사 사태가 나자 대우발행 회사채를 매입한 투자자에게 95%까지 보전해줬다. 그 바람에 무려 25조원이나 날렸다.
 
 2000년 9월22일 김대중 정부가 발표한 공적자금백서에는 대우그룹에 투입된 공적자금의 규모가 담겨 있다. 당시에 조성된 공적자금 149조6000억원의 18.7%에 해당하는 27조9000억원이나 된다. 제일-서울-한빛은행(상업-한일은행)에 대한 지원총액과 맞먹는다니 충격적이다. 그후 얼마나 더 늘었는지 발표된 자료가 없다. 공적자금은 당초의 계획보다 여러 곱으로 늘어났다. 그 중 상당액은 숨겨졌던 대우부채 때문일 것이다.
 
 세계경영을 말하던 대우그룹의 부채경영이 한국경제의 숨통을 죄었고 그 뒤치다꺼리가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실상이 아직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경영의 귀재라는 그가 로비에도 탁월한 실력을 가져서 그럴까? 그가 돌아오려면 부실경영의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이미 너무 늦었지만 말이다.   / 본지고문

* 필자는 시사평론가로 <건달정치 개혁실패>의 저자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5/06/02 [17:32]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