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시민단체들과 네티즌들로부터 연일 퇴진요구를 받고 있는 이헌재 부총리가 드디어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 입장을 표명했다. 사퇴의사를 밝힐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을 비웃듯 이부총리는 낮은 수준의 사과만 했을 뿐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부동산 투기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으로 일관했다. 자신의 진퇴를 놓고 나름대로 고민했을 이부총리가 이런 입장을 표명한데에는 재신임의사를 밝힌 노무현 대통령과 이부총리 공격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보수언론들이 든든한 원군 노릇을 한 것으로 보인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보수언론들이 이부총리를 감싸고 도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한 대통령이 이부총리에 대한 재신임을 표시한 것을 두고 여론은 크게 악화되고 있다. 현재 이부총리가 받고 있는 부동산 투기 관련 의혹은 크게 4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경기도 광주 땅을 매입하면서 명의신탁과 위장전입 등의 불법·편법을 동원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부총리 취임이후엔 부동산 매매를 한적이 없다고 밝힌 것과는 달리 취임이후에도 부동산 매매가 이뤄져 거짓말을 했다는 것, 세번째는 실거래가를 크게 낮춰 신고하고, 거액의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까지 받고 있다는 것이며, 네 번째는 부인이 소유하고 있는 임야와 토지가 소재한 전북 고창 일대가 지역특구로 지정되어 막대한 혜택이 예상되고 이는 공직자가 마땅히 지켜야 할 '회피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반된다는 점 등이다. 아! 하나를 빼먹었다. 투기 관련 의혹이 하도 많다 보니 일일이 열거하기도 쉽지 않다. 3일자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부총리가 매매를 통해 거액의 차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문제의 경기도 광주 땅의 매입자가 당시 트럭운전 기사인 사실이 드러나 은행 대출과정에서의 의혹이 제기됐다고 한다. 언론의 보도를 보다 자세히 설명하면, 이부총리의 부인인 진진숙씨로부터 경기도 광주시 일대 전답 5800여평을 사들인 사람은 당시 덤프트럭 기사였던 차모씨(38)였는데 차씨가 이 땅을 사면서 지불한 돈은 무려 16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차씨가 16억원에 달하는 매매대금을 지급한 방법은 부동산 담보대출이었는데 대출신청 단 하루만에 승인이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점입가경인 것은, 당시 차씨는 동생 명의로 돼 있는 7000만원 상당의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서민들에게는 한 없이 높기만 한 은행의 대출 문턱이 트럭기사에다 자산이 거의 전무한 차씨에게는 어떻게 그리 낮았을까? 과연 은행에서는 차씨가 매달 700만원이 넘는 이자와 원금 16억원을 상환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대출신청 하루만에 거액의 대출을 과감히 승인한 것일까? 여러 사정을 감안하면 대략 결론은 두 가지로 귀결된다. 첫째는 차씨가 실제 매수인이 아니고 제3의 인물이 실제 매수인이었다는 것, 그리고 아마도 이 과정에서 부당한 대출압력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둘째는 대한민국 은행의 대출문턱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는 것! 자, 어떤 결론이 더 설득력이 있는가?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이헌재 부총리의 부동산 투자(?)기법을 살펴보면 마치 부동산 투기의 종합교범을 보는 듯해 자못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될 성 부른 물건을 알아보는 안목과 불법 및 편법을 적절히 동원해 물건을 잡는 추진력, 거기에 25년을 기다린 가공할 인내심까지, 모름지기 부동산 투자로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이부총리의 자세와 기법을 철저히 배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들끓는 여론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부총리는“현재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주택정책은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좋다! 백보를 양보해서 이부총리가 투기의사가 없었다고 인정하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부총리의 우국충정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부총리가 지금 이 시점에서 취해야 할 행동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이부총리는 자신의 진정성을 알릴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방법은 부동산으로 인해서 벌어들인 불로소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사회에 전액 환원하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하다. 이부총리는 자신의 불로소득을 결식아동들의 급식을 위해서 사용해도 좋고, 무의탁 노인들의 처우개선을 위해서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이처럼 이부총리가 부동산으로 벌어들인 자신의 불로소득을 전액 사회에 환원하고, 대통령의 뜻을 쫓아 '투기와의 전쟁'에 나선다면 투기세력들은 모두 숨을 죽일 것이고 이부총리는 '노블레스 오블레쥬'를 실천한 공직자로 칭송받을 것이다. 또한 부동산 투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감'임을 감안할 때 스스로 자신의 살을 깎는 이부총리의 자세는 시장참여자들에게 부동산 투기를 동한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를 접으라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될 것이 자명하다. 이처럼 이부총리의 결단은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길임과 동시에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를 살리는 길이라 할 것이다. 모쪼록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이헌재 부총리가 헛된 소리(小利)를 버리고 대의를 취해 역사에 남을 경제부총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편집위원 * 필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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