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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치 시사회의 두 국회의원, 이철우와 이재오
[기자수첩] 국보법 비극 영화로 승화, 한나라당 의원들 단체관람 기대하며
 
심유옥   기사입력  2004/11/11 [21:34]
지난 10일 저녁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는 영화 <프락치>의 시사회가 있었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 여부가 정치권의 태풍이 된 만큼 이번 시사회는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도 조금 일찍 퇴근해서 시사회장으로 향했습니다. 딱히 '취재'라는 목적보다는 영화감상이 첫째 목표였고, 재수 좋으면 참석한 국회의원들로 부터 '기사소스'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갔습니다. 

▲황철민 감독의 영화 '프락치'는권위주의 정권시절 한국사회의 축소판을 통해, 오만한 권력이 개인에게 행하는 감시, 협박, 고문과 냉전, 간첩조작 등 비열한 통치행위가 만들어낸 시대의 비극을 고발한 작품이다     © 황철민

 영화 <프락치>는 지난 1993년 김삼석씨 남매를 간첩 혐의로 조작한 백흥용씨의 양심고백에서 소재를 착안해 만든 영화로 정체를 들켜버린 프락치를 기관원이 여관방에 가둬놓고 감시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기자가 영화에 대해 문외한이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설명은 여기에서 그치겠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많은 국회의원이 참석했습니다. 물론 성향이 다 비슷비슷한 의원들이었습니다. 권영길, 심상정, 이영순, 천영세, 최순영, 현애자 의원 등 민주노동당 의원들에서부터 열린우리당의 강혜숙, 김원웅, 정청래 의원등 정치권에서 내노라 하는 강성들이었습니다.
 
▲프락치 시사회에 참석한 국회 여야의원들     © 대자보

강혜숙 의원에 대해서는 아마 많이들 모르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 의원은 무용과 교수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입니다. 그런데 이 분이 독특한 것은 예상외로 강성이라는 것입니다. 언젠가 모 신문에서 국회의원들을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일렬로 쭉 세우는 성향분석을 한 적이 있는데, 이 때 강 의원이 열린우리당에서 가장 왼쪽으로 평가됐습니다.
 
이날 영화 시사회장에서 기자의 눈길을 끈 의원이 두 명 있었습니다.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과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입니다.
 
전대협 1기 멤버였고 사석에서는 이인영 의장(전대협 1기)의 영원한 맹우로 통하는 그이기 때문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목적으로 하는 영화시사회에 나타난 것이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현재 안개모(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의 일원입니다. 처음 안개모 명단을 받아들고는 이 의원 때문에 황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소위 GT(김근태)계열이라고 불리는 열린우리당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의 안개모 가입에 대해 "우리 진영에서 보낸 프락치"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 말은 농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인영 의원은 이에 대해 "국회의원 개개인의 선택일 뿐"이라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습니다.
 
이 의원은 안개모 가입에 대해 "여야가, 국민들이 이렇게 적대적이어서는 안 된다. 상대의 존재 자체가 나의 존재를 위협한다고 믿는 한 우리는 한 치도 나갈 수 없다" 지겹도록 들었던 '상생정치'를 변신(?)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의원의 이날 모습은 기자를 왠지 씁쓸하게 했습니다. 이날 다른 의원들은 여야할 것 없이 맨 앞자리에 차곡차곡 앉았는데, 이 의원은 유독 이들 사이에 끼지 않고 왼쪽구석 한 주간지 기자옆에 앉았습니다. 물론 이 기자와 평소에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이라고, 또는 국회의원임을 티내고 싶지 않은 소박함의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기자의 눈에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영화시사회'에 안개모 회원인 자신이 나타난 것이 쑥쓰럽지 않았을까 추측해 보았습니다.
 
다른 국회의원들과 나란히 앉지 않은 국회의원이 또 한 명 있습니다. 바로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입니다.
 
그는 영화, 연극 등 문화에 매우 관심이 많은 국회의원입니다. 상임위도 문광위에 속해있고, 종종 의원실 주최로 영화 상영회를 갖기도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욕설연극 파문을 일으켰던 '극단 여의도'에도 참가하고 있습니다. 보수적 영화든 진보적 영화든 국회에서 하는 영화상영회에 그는 대부분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가 시사회에 참석한 것을 몰랐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조명이 채 켜지기 전 시사회장을 빠져 나가는 그를 만났습니다. 그도 역시 국가보안법 사수를 외치는 당에 몸담고 있는 자신이 이런 자리에 온 것이 쑥쓰러워 어둠속에서 사라지려고 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물론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독자들 판단의 몫입니다.
 
아래는 국회를 떠나는 이재오 의원과 잠깐 대화를 나눈 내용입니다.
 
국보법 폐지를 목적으로 한 영화다. 당론과 배치되는 것 같은데.
- 영화보지 말라는 당론 아니다.
 
영화 어땠나?
-우리같이 그 시대를 몸으로 겪어온 사람에게는 쉽게 이해되지만 일반인들이 감독의 의도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초반 여관 씬이 너무 길다. 감독의 의도는 알겠는데, 지루한 느낌을 준다. 예를 들어 효자동 이발사를 보면 마지막에 주인공이 전두환 머리를 보고 "각하 머리가 자라면 다시 오겠습니다"라고 했다가 마대자루에 실려온다. 이런 것 한 장면으로 감독은 정권이 바뀌었어도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는 이래야 되는데, 이 영화는 좀 ...
 
영화 중간에 한나라당 얘기가 나오는데..(영화에서 한 미성년자를 유린하는 사기꾼이 지니고 있는 여러 명함중 한나라당 서초갑 부위원장이라는 명함도 있음)
-이런 것 때문에 영화의 재미가 반감되는 것이다. 프락치가 있던 그 시대에는 한나라당이 없었다. 그때는 민정당이나 공화당이라고 해야 한다. 시대설정이 잘못된 것이다. 당시에 사기꾼들이 여당 명함을 파가지고 다닌 것은 사실이다.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프락치’는 전국 순회상영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직접 보시고 함께 느껴 보시는 것이 어떨런지요...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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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11/11 [21:3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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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77 2004/11/12 [16:27] 수정 | 삭제
  • ....이재오 의원 말대로죠.
    이재오 의원이 영화 하나는 제대로 평하네요.

    창의적이지 못한 운동권 영화의 단점은 바로
    서민과 유리된채 자기들만의 운동 세계에 빠져 있다는 것이죠.

    이 영화 절대 보지 마세요. 정말 재미없습니다.
    이 영화보고 국보법 폐지해야겠다라는 생각 별로 안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