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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석씨, 당신 가슴속의 호남을 고백하라
서프라이즈 서영석의 한계 : 위선인가, 무지인가, 복합인가
 
이태준   기사입력  2003/11/03 [12:15]

10월 20일 재보궐 선거로, 광주와 호남은 서영석씨에 의해 '빛나는 민주화운동의 주역'으로, '정치개혁의 성지로 거듭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고장'으로 기록되고 있다.

정작 열린 우리당 후보를 당선시킨 '광주의 민심'은 '조용'하건만, 서영석씨의 가슴은 온통 축제 분위기다.  지난 광주경선 때 노무현 후보를 1등으로 뽑아주었던 풍경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이 괴리를 서영석씨는 알고 있을까?

[관련기사] 서영석, "지금 광주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서프라이즈(2003. 10. 30)

서영석씨는 한발 더 나아가, "호남인들이, 몇몇 국회의원들의 철밥통 챙기기에 결코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었다"고 말한다. 또한 우리당의 당선을  자신이 "확신했듯이 광주시민들은, 말은 않고 있었지만, 최소한 지역주의 철밥통들을 지지하지는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위선일까, 무지일까, 복합일까?

▲서영석, "지금 광주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서프라이즈

서영석씨의 저 말을  '정직하게'  뒤집으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당선되었다면, 광주와 호남은 "몇몇 국회의원들의 철밥통 챙기기에 적극 현혹되었던" 죄인이 되며, "말은 않고 있었지만, 최대한 지역주의 철밥통을 지지해버린" 저급한 열등시민이 된다.

서영석씨는 <호남의 '철밥통' 및 기득권 '언론'>과  <호남 민중>을 애써 구별하는 척 하지만, 내가 볼 때 그건 전술일 뿐, 그는 호남 민중에게까지 언제든지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총탄과 감성을 비축해놓고 있다. 

표면적인 표현상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 그건 호남 민중은 말 그대로 민중 또는 국민이라는 점을 감안한 '조심성'과 어떻게 해서든 총선까지는 껴안고 가야될 전략적 사고 정도일 것이다. 

서영석씨가 진정 호남을 '빛나는 민주화운동의 주역'으로 생각하고, '정치개혁의 성지'로 기대하는 등 호남지역민들을 아낀다면, 위와 같은 '적극적인 호남예찬론'은 할 수가 없다. 왜일까?

총선결과에 의해 매도당하고 상처받을 수 있는 호남, 그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어야 되기 때문이다. 서영석의 가슴엔 이게 없다. 내가 그를 사이비라 부르는 이유다. 잠시 화제를 돌려, 이번엔 서영석씨의 선거분석을 점검해보겠다.

그는 이번 선거의 저조한 투표율을 두고, 여론조사 할 때도 표본은 고작 1,000명이라는 비유를 들었다. 내가 이 정도의 '애교'까지 반론하면 서영석씨의 기쁨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될까? 쪽팔려서 그냥 넘어가겠다마는, 나는 서영석씨가 위의 비유부터 포함해 전반적으로 '결과지상주의'에 함몰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서프라이즈 서영석 대표     ©서프라이즈홈페이지
서영석씨가 제시한 이번 선거의 분석은 단 하나다.
비록 구의원 선거이고, 투표율도 저조했지만, 신당의 승리는 호남철밥통에게 철퇴를 가한 호남민중의 승리요, 차후 정치개혁의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나 역시 전면 부정하지는 않는다. 상황이 어찌되었건 결과적으로 신당이 당선을 했으니 이에 대해선 일정정도 의미를 둔다. 기존 체제에 염증을 느끼고 뭔가 변화를 바라는 민심의 일부로 해석할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한다.

내가 서영석씨에게 반론하는 건 아래와 같은 경우의 예도 또다른 분석이 될 수 있다는 걸 감안하라는 것이다. 단순하게 한가지에만 몰두하지 말고 말이다.

1) 민주당도 싫고 우리당도 싫고 노무현도 싫은, 체념의 다수 기권표
2) 민주당도 싫지만, 그 당에게 여전히 '애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의 정치개혁과 차후 총선을 위해 환골탈태하라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
3) 분당의 상황에서 민주당을 전폭 지지할 경우, 감내해야 될 호남인들의 고통 (타지역에 대한 눈치보기와 소위 '피해의식'이라 불리는 '벙어리 냉가슴'의 소외감)
4) 구 단위의, 개인접촉에 있어 체감온도가 쉽게 와닿는, 소규모 선거에 대한 자세한 인물비평에 따른 인물 위주의 선거.

여기까지 마치고, 이쯤해서 다시 서영석씨의 위선 또는 무지 이야기를 해보겠다.    

서영석씨는 민주당에게 '잔민당'이라고 표현하지 말라는 어느 광주 노사모 회원의 말을 듣고 '가슴 메어지는 고통'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무 개념없이 썼는데, 이젠 쓰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

그런 사람이 왜 한사코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을 향해 '철밥통'이라는 말을 써댈까. '잔민당'이라는 표현이나 '철밥통'이라는 표현이나, 둘 모두 그들을 당선시키고, 당선시킬 여지를 남겨놓고 있는 호남인들에 대한 모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왜 간과하는 것일까.  이게 가슴 메어지는 고통을 느꼈다고 말하는 사람의 행위인가?

박상천과 정균환을 비판하고 싶으면 해라. 단, 한가지만 해야 한다. 그들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호남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있는 사람처럼 사기치면 안된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호남인에게 있어 박상천, 정균환과 호남은 물과 기름처럼 쉽게 분리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박-정씨가 좋아서 변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호남인들의 그들에 대한 변호는 일종의 '방어적인 저항'으로 분석하는 게 더 보편적일 것이다.

서영석씨에게 바란다.
나는 여전히 민주당을 지지하거나 아니면 지지정당 없음으로 선회해 정당 자체에 애정을 끊겠지만, 신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어떠한 이유로 그들을 지지하는지에 대해선 많은 고민과 분석을 했었다. 당신들도 호남 정서에 대해 보다 관대하고 깊은 연구를 해주길 바란다.  

말로는 호남민중을 분리해 생각한다고 하면서, <민주당=박상천=정균환=호남민중=혐오 또는 구제의 대상>이라는 도식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자문자답해보는 것도 좋겠다.

지역주의 청산하고 전국정당화로 가자는 서영석씨를 향해, '호남에 대한 반감과 냉대가 필수적으로 동반될 수 밖에 없는 전국정당화'에 찬성하지 않는 전라도민의 정서에 대해서도 고민해주시길 바란다.

'그럼 언제까지 이대로 살잔 말인가?'에 대해 그들이 반대하는 게 아니라, 수십년 묵은 고질병인만큼,  더디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나가길 원해서 그러는 것이다.

끝으로, 서영석씨의 '마초' 기질에 대해 언급하고 마무리한다. 아래는 서영석씨의 말이다.

"설렁탕 못 얻어먹어 삐져 있는 조순형, 추미애!! 그만 정신 차려야 할 때가 왔다."

추미애를 향해 '삐졌다'는 말은 꼭 하고 싶은데, 추미애만 삐졌다고 말하면 영락없는 마초라고 오해받을까봐 조순형을 끼어넣었을까. 추미애가 아닌 박근혜라고 하더라도, 다른 여성 정치인에게도 '삐졌다'는 식의 폄하는 안했으면 좋겠다.  다른 어휘들 놔두고 굳이 삐졌다고 말할 필요까지 있을까?

* 필자는 <이회창 대통령은 없다>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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