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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지형도] 기타리스트 이두헌 - 인터뷰 1
 
기타기순   기사입력  2002/03/05 [14:27]
{IMAGE1_LEFT} 지루했던 80년대 대중음악계의 한켠에  「새벽기차」나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혹은 「이층에서 본 거리」 같은 독특한 무채색 감성이 담긴 곡들이 있었다. 그 음악들을 행하던 <다섯 손가락>의 좌장이었던 이두헌은 음악적 동년배들이 스튜디오에 짐을 풀거나, 올망졸망한 소년 소녀들을 앞세워 인기작곡가의 권력을 향해 질주하는 동안, 대학의 학부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음악형식에 관한 고민을 진행했고, 10년이란 세월이 지닌 미감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음반을 갖고 돌아왔다.

  2001년 국내 대중음악계의 문제작임에 틀림이 없는 그의 음반 [Imagine]에 대한 이야기와 현재 대중음악계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5월 11일 여의도 IBC에서 2시간 가량 이루어졌다.

  긴 시간 쉬지 않고 성의 있게 인터뷰에 임해 주었던 이두헌 씨에게 감사 드린다.    

10년 전 당신은 이미 상당한 음악 이력을 가진 중견이었음에도 유학이라는 다소 과격한 선택을 한 이유는

당시 스튜디오에 있으면서 다른 가수들 편곡작업을 많이 했다. 김건모, 조규찬 등의 앨범들.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많이 했었고. 굉장히 일도 많이 했고, 나름대로 수입도 많았다. 그런데 갈수록 음악적으로는 아닌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내 음악을 하는 쪽은 아예. 내가 내 이름을 걸고 음악가로써 작업하는 것은 벌써 접은 상태가 되었고. 그래서 안되겠다 싶었는데, 스스로를 점점 합리화하는 상태까지 갔다. 나이가 이 정도되면 뭐 다 이렇게 하는 거지 뭐. 이런 식으로.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서, 일단 처음에는 길면 2년 짧으면 1년 프로듀서 공부만 하고 오려고 했었는데 가서 기타 전공 선생들이 강당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기타가 치고 싶어진 거다.

유학의 동기가 되었던 그런 프로듀서에 대한 생각이 이번 앨범 중 세션 보컬리스트들을 기용한 트랙들에서 매우 수준 높은 결실을 본 것 같다

프로듀서라는 건 어차피 자기가 생각이 있으면 되는 거다. 단지 좋은 프로듀서가 되려면 좋은 연주자가 먼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데이빗 포스터>도 그렇고, <퀸시 존스>도 훌륭한 작곡가이자 연주자이다. 프로듀서만으로는 사실 힘들다. 우리나라에서는 요즘 뭐 아무나 프로듀서예요 그러는 데. 프로듀서라는 말은 사실, 하기가 힘든 말이다.

일단 앨범의 레코딩 상태가 상당히 훌륭하다. 의 스네어 클릭의 액센트가 매우 섬세하게 재현되고 있으며, 의 베이스 톤이 와운딩(Wounding)현과 프렛의 마찰소리까지 재생하고 있을 정도이다. 임창덕 씨는 1996년 [낯선 사람들]의 두 번째 앨범 이후 최고의 테크닉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 앨범전체 사운드 메이킹에 당신이 관여한 정도와 이런 수준 높은 사운드의 비결은

어쿠스틱 녹음이고, 아날로그여서 그런 사운드가 가능했던 것 같다. 같은 경우는 라이브 녹음이었고.

원 테이크로 연주했단 말인가

원 테이크 였다. 한번에 연주와 녹음을 끝냈다. 의 경우 드럼은 시퀜서로 작업하고 그 다음 시퀜서를 빼면서 생 악기들이 들어갔다. 그래서 리듬이 칼같이 들어갔을 것이다. 시퀜서 소리를 들으면서 연주했으니까 .

연주자들이 헤드폰을 쓴 건가

그렇다. 나중에 그렇게 연주하고 나중에 시퀜서를 지웠다. 앨범의 사운드에는 당연히 전반적으로 관여했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프로듀서가 엔지니어고 엔지니어가 프로듀서를 같이 한다. 세계적인 프로듀서 중에서는 엔지니어가 많다. 래리칼튼도 실제로 자기가 다 녹음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톤이나 장비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엔지니어가 반 이상은 한 거다

소스 녹음 같은 건

내가 직접 했다. 문제는 임창덕 씨와도 얘기했지만 소스가 좋으니까 자기는 밸런스만 맞추는 정도로 했다는 식의 겸손한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는 연주자들의 소스가 좋았었던 것 같다.

이 앨범은 한 사람의 음악가로서 이두헌 씨의 음악 정체성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기자의 분석으론 이두헌씨의 진정한 음악적 자의식이랄 수 있는 내성적인 감성이 깊이를 더한 곡들,  프로듀서, 혹은 음악 연출가로서의 역량이 발휘된 세션 보컬리스트가 기용된 넘버들, 그리고 최상의 기량을 보여주는 기타리스트로서의 인스트루멘탈 곡들, 이렇게 세 가지 측면에서 제 각각 매우 정교한 결과물을 내놓았는데.

처음부터 그렇게 구상한 것이다. 원래는 두 장짜리 앨범을 기획했다. 한 쪽은 연주곡만, 다른 쪽은 보컬 곡으로. 그런데 매니저가 너무 우려를 하더라(웃음). 우리나라에선 연주음악이 너무 시장성이 없으니까. 그래서 구상한 게 이런 방식이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계속 이런 식의 컨셉을 유지할까 하는 생각도 있다. 사실 처음 이 앨범의 제목은 [Imagine]이 아니라 ‘패러디’였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댄스곡 같은 것들을 패러디하려 했고, 「선택」같은 곡은 <조성모>같은 그런 스타일의 곡을 패러디의 개념에서 재현해 본 것이다. 가사도 그렇게 썼고. 그래서 내가 의도한 건 현재의 대중음악계에 대한 ‘야유’의 의미였다.

사실 에즈원이 부른 「High all over」의 경우도 내가 만든 곡이라고는 상상을 못하는 쪽의 스타일이었다고 하는데, ‘그까짓 것 정도는 나도 한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음악은 젊은 사람들이 다하고 우리는 그런 걸 못하리라는 생각들을 하는데, 한다면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느낌을 사실 주고 싶었다. 또한 그런 생각을 단지 젊은 사람들에게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동년배의 뮤지션들에게도 던지고 싶었다. <김민기>나 <한대수>만큼도 못한 포크, 그저 그런 발라드, 그런 류들 가지고 계속 울궈먹는 상황을 말하고 싶었다. 같은 386이라도 <김건모>나 <이승환>, <신승훈> 등은 틀리지 않는가. 그런 사람들이야 나름대로 흐름을 가지고 발전하는 것 같은데, 386하면 떠오르는 사람들 있지 않은가, 왜. 그런 사람들은 여전히 구태의연한 음악을 하는데 그런 것을 지적하고 싶었다.

<10년동안>이나 <마중, 그리고 배웅> 등에서 나타나는 예의 그 격조 있는 느린 곡들의 경우, 10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일관된 감성이 보존된 가운데 더욱 결을 더했다고 보는데, 일반적인 작곡 패턴은 어떤가. 또한 작곡가로서 당신 특유의 선율감을 계속 유지하는 비결은

곡을 쓸 때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 그냥 쓴다. 지난 12년 동안 사실 곡을 한 곡도 쓰지 않았다. 이번 앨범의 12곡도 바로 앨범제작을 생각하고 즉시 쓴 것들이다. 기자의 표현대로 다행스럽게도 나의 옛날 그 감성이 보존되어있다면, 그건 음악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간적인 면일 것이다. 사람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결을 더한 것 같다고 생각되는 건 아마 <다섯손가락>시절 음악을 작곡할 당시보다 화성의 진행이나 이론적인 면에서 사실 한 수 높아졌다고 생각한다(웃음). 작곡패턴은 멜로디를 먼저 쓰고, 그 다음 코드편곡, 다음 가사를 쓴다.

기자가 코드를 카피해봤는데 텐션이 상당했다.

아니다. 텐션은 거의 없다. 요즘 젊은 작곡가들의 경우 예를들어, C-Am-Dm-G7의 진행에서 골격자체를 꼰다. ??9th이나 ??13th같은 텐션을 섞어서. 그런데 나는 가능하면 그런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나는 예컨대 C-Am-Dm-G7에서 C-Am-Dm-D??7 으로 한다든지 하는, 아예 곡의 골격 자체를 바꾸는 것을 즐겨한다.

「비오는 날」의 경우 키는 M7인데 도입부의 코드가 하프디미니쉬이다. 이런 진행은 상당히 이채로운 울림을 낳고 있는데

사실 코드나 뭐 그런 이론적인 부분에 대해 이렇게 해야지 하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곡을 쓰진 않는다. 곡은 거의 기타로 쓰는데 그게 마음에 든다. 가끔 기타도 없이 하기도 하지만.

기타에서 씌어지는 멜로디가 있고 건반에서만 나오는 선율이 있다

그렇다. 그런데 지금은 건반으로 하는 건 기타로 다 연주할 수 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지만, 대체로 건반으로 곡을 쓰면 쓸데없는 사족이 너무 붙는 것 같다. 그래서 건반으로 곡 쓰는 사람들의 음악을 별로 안좋아 한다. 오히려 기타로 쓰는 사람들의 곡이 좋다. 심플하고 힘이 있다.

그러면 앞으로 단순하고 스트레이트한 스타일의 선율을 지향하게 되는 건가.

그렇다. 선이 굵고 남성적인 곡을 쓸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음악은 거의 댄스와 발라드이지 않는가. 발라드의 경우도 곡이 뻔하다. 가끔 주위 동료들에게 우리나라에 <데이빗 포스터>가 너무 많다는 말을 한다. 대부분 <데이빗 포스터> 흉내로 보인다. 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잔재주가 너무 들어간 음악들이다.

<고흐의 귀>와 <거리엔 추억이> 같은 미들템포의 곡은 약간 의외인데, 상당한 그루브를 함축하고 있다. 템포가 워낙에 애매해서 이런 바운스를 구상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역시 버클리의 영향인가.

이런 스타일은 내가 버클리 있을 때 생각한 게 아니다. 동부쪽의 음악에는 이런 그루브가 사실 흔치 않았다. 이건 LA에 있을 때 한 거다. 서부 쪽에는 사실 이런 그루브가 많은데, 내가 그걸 카피한 건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그리고 리듬에 관한 책(이두헌의 스튜디오 리듬기타-편집자 주)을 집필하면서 리듬에 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때 R&B같은 미들템포의 리듬에 관심이 많았고 그 당시의 그런 생각들이 이런 곡에 자연스럽게 나타난 것 같다.

특히 <고흐의 귀>의 경우 베이스 주자의 연주가 상당히 섬세하고 정교하게 연출이 된 것 같은데, 예를 들어 드럼과 맞물리는 베이스 라인의 미묘한 스타카토 타임이라든지, 이런 부분들도 당신의 연출인가

플레이어들의 기량이 뛰어났다

그럼 이런 부분은 전적으로 플레이어들이 한 건가

물론 내가 주문을 한 건 사실이지만 그런 연주는 플레이어들이 못하면 불가능한 연주이다. 예컨대 지금 같이 하는 밴드들의 경우 기자가 지적한 <고흐의 귀>의 그런 미묘한 바운스를 잘 재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약간 셔플이 들어간 그 느낌을.

그게 악보 상으로는 표현이 안되는 뉘앙스일 것이다.

그렇다

앨범 부클릿에는 노래는 물론 모든 연주가 실연(實演)된 걸로 표기되어 있다. 기자가 모니터 해 본 결과 의 리듬이 앨범의 모든 곡 중에 가장 그루브가 극대화 된 곡이라 생각하는데, 이 곡의 리듬에 혹시 스네어 드럼에만 샘플링 소스가 첨가된 게 아닌지. 베이스 드럼의 액센트나 풋 심벌의 오픈 클로즈의 타임감, 혹은 심벌의 타점으로 봐서 실연 된 것 같긴 한데 스네어 드럼의 톤의 질감이 너무나 인공적이다

맞는 말이다. <자넷 잭슨>을 좋아한다. 그래서 사실 그 스네어 톤은 그녀 음악의 스네어 톤을 카피한 거다. 그런데 거기에 실연을 덧붙힐 생각을 한 이유는 함께 연주했던 연주자들의 기량이 너무 뛰어나서 전부 샘플링 사운드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나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니까 녹음시 스네어만 빼고 연주를 한 거다. 드럼주자가.  

아무튼 이 곡의 그루브는 당대 최고라 생각한다. 좋은 그루브를 만들기 위해선 어떤 사고가 필요할까. 프로그래밍된 100% 정확한 타임감의 리듬은 그루브가 없다. 기자의 판단으로 거의 99.999%인, 그러니까 100%에 다가가려는 연주자의 숙련된 육체에서 나오는 비트가 맛깔스런 진짜 그루브라 보는데. 더불어 아메리카를 강타하고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도 열풍을 일으킨 루핑된 힙합 그루브에 대해선?

역시 사람이 연주해야 한다. 이번 앨범에서 연주한 <데이빗 루퍼>라는 드러머의 경우 5살때부터 프로로 연주를 시작했고 지금 내 나이이니까 사실상 그런 100%에 접근하려는 그런 느낌이 있었다고 본다.

힙합은 좋아한다. 그래서 다음 앨범에서는 그런 힙합 루핑과 사람이 직접 연주한 것을 융합해서 새로운 리듬을 구상해 볼까 한다.  

김조한, 애즈 원, 유익종 등 세션 보컬리스트들과 기용된 넘버들 역시 대단한 완성도를 보이는데, 물론 참가한 보컬리스트들의 기량이 워낙 뛰어나기도 하지만 이런 곡들에서 음악 연출가로서의 당신의 역량이 발휘되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는가. 세련된 코러스 편곡과 스트링 편곡, 또한 보컬 디렉팅까지 직접 담당했는지.

사실 처음에는 애로가 많았다. 제대로 준비도 안되었었고. 그런데 역시 기본적으로 역량이 있는 뮤지션들이다 보니까. 하루 이틀 전에 받은 악보와 간소한 데모 테잎으로 작업이 진행 됐다. 그래서 나중에 내가 편집하고 하긴 했는데 만족한다. 그래도 그런 손질이 없었던 건 역시 <유익종>씨였다. 정말 마음에 든다. 또한 <김조한>의 경우 자신의 스타일로 곡을 해석했다. 원래 그 곡은 록(rock)적인 느낌을 의도한 거다. 마이클 볼튼 같은. 그런데 그가 부르면서 곡이 R&B로 바뀌었는데 그건 순전히 그의 능력이다. 그 곡은 원래 <임재범>을 기용하려 했는데 접촉이 되지 않았다.

결국 <김조한>의 참가로 곡의 스타일이 완전히 바뀐 것인가

그런 편이다. 그 곡에서 내가 의도한 건 <스탠리 댄>이었다. 리듬이 완전히 기계적인 느낌이 나는 그런. 드럼의 경우 필 인이 거의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본적인 비트만 연주하면서 타임키핑만 유지해서 사람이 직접 연주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런 기획이었다

이런 곡들에서 코러스나 스트링 편곡의 경우 상당히 수준 높은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이런 부분들까지 직접 연출한 것인가

그렇다. 내가 직접 쓴 것들이다.

앨범에 전반적으로 사용된 코드 같은 부분들을 보면 매우 이채롭고 새로운 발상이 많은데 그 와중에서도 선율 자체는 매우 자연스럽다

그건 항상 선율을 제일 먼저 쓰는 나의 작곡 방식에서 온 것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10년 동안 잠적했던 당신은 유능한 기타리스트가 되어 복귀했다. 기타리스트로서 정체성은? 이번 앨범에서는 최대한 절제된 연주를 들려주었는데.

이번 앨범에서 절제를 한 건 일부러 그렇게 한게 아니라 실력이 그것 밖에 안되니까 그런 거다(웃음) 기타리스트로써 특별히 정체성 같은 것을 생각해 두진 않았다. 나는 그냥 기타리스일 뿐이다. 컨츄리, 팝, 록, 재즈, 클래식 기타 등 줄을 붙혀서 하는 건 모두 다 하려고 노력한다. 보틀 넥(bottle-neck)까지.

얼마전 언론사 인터뷰를 보니 하드코어에 대한 언급이 있던데 정말 그런 음악을 할 의향이 있는가.
http://jabo.co.kr/zboard/


있다. <프린스>가 워너를 떠나면서 냈던 「Chaos And Disorder」앨범의 그런 펑크 하드코어 같은 것들을 좋아한다. 단순하면서 <지미 헨드릭스>적인 그런 사운드들. <서태지>같은 사운드는 아니다. 최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스매싱 펌킨스>의 첫 앨범이다. 그런 복고적인 하드 사운드가 나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의 솔로는 즉흥적으로 연주된 것인가. 아니면 씌어진 것인가.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동시에 작곡된 선율이다

하드한 톤인데도 재즈의 느낌이 난다. 테마를 잇는 섹션에 삽입된(간주 도입 전)프레이즈에 사용된 건 홀 톤 스케일인가?

아니다. 홀 톤 스케일은 아니다. 크로매틱이다. 거의. 스케일 자체는 비밥 스케일이다.  

기타의 재즈적 어프로치는 어디서 결정된다고 보는가. 모드인가 오프 비트의 리듬인가.

아니다. 모드는 아니다. 나의 경우 한번도 스케일이 어떠니 하는 걸 생각해서 연주하지 않았다. 단지 개별 프레이즈들을 익혀 놓는 것뿐이다. 예를 들어 알고 있는 단어가 많을수록 말을 더 잘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스케일이나 모드 같은 것들을 생각해서는 좋은 연주가 나오기 힘들다고 본다. 물론 그 곡 솔로에서 디미니쉬 스케일이 잠깐 나오긴 하지만 그건 이론적인 면에서 접근하게 아니라 연주를 하는 가운데 아웃하는 느낌을 생각하면서 플레이 한 게 그렇게 몸에서 반응한 것이다. 하여튼 연주하면서 스케일이니 하는걸 생각하면서 하진 않는다.

실제 그런 방법론이 권할 만한 것인가

그렇다. 많은 프레이즈들을 익혀두지 않은 체 뭔가 독창적인 걸 할 수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반 헤일런의 투 핸드 태핑 같은 경우도 클래식 기타의 오래된 주법의 하나였다. 결국 그건 코드 음을 그대로 친 것 밖에 안되는 거다.  

에서 Joe는 조 패스를 말하는 건가.

연주는 오히려 '웨스 몽고메리'의 영향이 강한데. 테마 부분의 옥타브 주법도 그렇고, 웨스의 손버릇 프레이즈도 등장하는데.


조 패스가 맞다. 옥타브처럼 들리는데 옥타브는 거의 없고 거의 코드 톤을 연주하는 방법이었다. 그게 바로 조 패스의 코드 톤 주법이다. 조 패스의 코드 솔로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일종의 바운시 블루스이다

<한대수>에서는 블루스도 연주했다. 비록 톤은 달랐지만 비비킹적인 어프로치가 사용된 것 같은데.

아주 잘 본거다. 3명의 킹 중에 <프레디 킹>을 좋아하는데, 사실 이 곡은 <비비킹>적인 접근이긴 하지만, <프레디 킹>의 「T'AIN'T NOBODY'S BUSINESS IF I DO」에 씌인 진행에 영향을 받은 곡이기도 하다.

미국의 록계를 잠시 보자. 우리나라의 록 음악이란 게 사실 매니아들이든, 뮤지션들이든 몇 년의 시간차를 두고 그대로 미국의 유행을 그대로 추수하는 경향이니까. 80년대를 풍미했던 소위 '헤비메탈'이라고 하는 그런 조류가 90년대 <너바나>등장 이후 '모던 록'이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선회하게 된 이유는 뭐라고 보나. 기자의 판단으로 기타주자의 어프로치에 의해 음악의 색채가 결정되던 80년대에 기타리스트들이 너무 기술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그런 시도들이 한계에 부딪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이 쇠퇴한 게 아닐까

아니다. 내 생각에 기본이 지금 경향이라 본다. 80년대 헤비메탈이니 했지만 당시도 기본은 블루스와 소울이었다. 요즘의 주류랄 수 있는 소위 얼터너티브 혹은, <블러>나 <오아시스>같은 기타 팝들도 결국은 블루스나 포크의 기본적인 요소의 메인스트림의 흐름을 따르는 것들이다.

기타 록 같은 경우 이젠 대중들이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지금은 록 음악이 연주보다는 보컬의 구성이라든지, 총체적인 그런 완성도에 대중들이 더 귀 기울이는 것 같다. 그게 시대적 흐름이라 본다. 또한 80년대 이른바 기타 록의 주자들은 실제로 너무 테크닉 쪽으로 치우치긴 한 게 사실이다. 요즘 다시 지미 헨드릭스가 기타리스트들의 우상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지 않나. 실제 미국의 기타 이펙터를 생산하는 기술자들이 지미헨드릭스의 사운드를 카피하고 있다.  

기타리스트로서 앞으로 당신의 연주는 어떤 흐름일까? 혹시 잉위의 스윕피킹이나 브로큰 코드, 혹은 반 헤일런의 테핑과 같은 혁신적인 테크닉을 발명(?)해서 열광적인 기타리스트가 될 생각은

관심이 있다. 브로큰 코드를 활용한 주법에 관해서 고민이 많다. 단 2도를 사용한 불협화음을 내는 그런 어프로치들. 따로 연습을 무지하게 해야 될 것 같다(웃음). 그런데 별로 열광적일 것 같진 않다. 너무 어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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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은 대자보 59호(2001.5.16)에 발표되었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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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3/05 [14:2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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