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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우편물'에 불과했던 8천여 언론인들의 '의지'
MB, '언론인들과의 대화'제안 끝내 거절…"이게 현재 대한민국의 언론상황"
 
이석주   기사입력  2008/11/28 [12:04]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을 우려하는 언론인들의 목소리가 한낱 우체통에 들어갈 내용물 수준에 불과했던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7847명' 이라는 언론인들의 수를 단지 다수에 묻힌 소수의 외침으로 만 판단했던 것일까.
 
청와대가 140개 언론사 7847명의 전현직 언론인 서명을 이끌어냈던 '국민주권과 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언론인 시국선언 대표자회의'의 공개토론 제의를 끝내 거절했다.
 
YTN 사태와 정부의 미디어 정책 등 현 정부 출범 이후 불거진 '언론장악' 논란과 관련, 정부의 입장을 듣고 언론계의 진솔한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는 의지가 꺾인 동시, '동반자적 관계 복원'을 위한 대화의 장 마저 이명박 대통령은 '손사레'를 친 것이다.
 
청와대, 전현직 언론인들 '대화' 제안에 "우체통에 제안서 놓고 가라"
 
최용익 새언론포럼 회장과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등 시국선언 추진 단체 대표들은 '대통령과 언론인의 공개 대화'를 요청하는 제안서를 전달하기 위해 27일 오후 3시30 분 청와대를 방문했다.
 
이날 청와대 방문에는 이들 외에도 이희용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이재명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회장, 김용민 전국시사만화협회 회장, 고승우 해직언론인협회 상임 대표 등이 함께했다.
 
▲ 시국선언 대표자회의 소속 대표단들은 27일 오후 '대화' 제안서를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를 방문했으나, 청와대 측은 경찰 병력과 함께 이들을 제지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언론노조에 따르면, 이들이 공개토론 제안서와 서명지 사본을 전달하려 하자 청와대 측은 이를 거절하며 삼청동 진입로에서 부터 막아섰고, 양측 간 '대치상황'은 약 1시 간여 동안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과정에서 대표단들은 제안서를 접수하려 하자, 청와대는 "대표 2명만 와서 민원실 우편함에 넣고 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는 28일 "애초 청와대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너무 바빠 언론인과의 대화가 어려워 제안을 접수하기 어렵다. 오시겠다면, 민원실에 접수하고 가라'고 말했지만, 결국 언론인 전체를 모욕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개탄했다.
 
언론노조는 이어 "(전현직 언론인들이) 춘추관(청와대 기자들이 상주하는 일종의 '프레스센터') 입구에서 문전박대 당하고 돌아오는 수모를 겪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용익 새언론포럼 회장은 "우편함에 넣고 가라는 등 현재 언론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며 "7800여 언론인들의 의지가 담긴 제의서를 청와대가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을 가했다.
 
MB, '건전한 동반자적 관계복원'도 거절
 
이에 앞서 '시국선언 대표자회의'는 지난달 24일 YTN 사옥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7847명의 언론인 서명이 담긴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후 정부 측 입장에 '미동' 조차 없자, 이 대통령과의 공개토론을 갖기로 결정하고 제안서를 27일 전달키로 결정했던 것.
 
이들은 당시 YTN 해고사태를 비롯, KBS 이병순 사장 교체, MBC <PD수첩>과 관련한 검찰 수사, 인터넷 규제 강화,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 등을 규탄하며 "국민주권인 표현의 자유 유린과 언론자유 탄압에 맞설 것"이라며 사실상의 끝장투쟁을 예고했다.
 
이과정에서 진보신당도 지난 19일 논평을 통해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현업언론인들의 치열한 토론을 보고 싶다"며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과 현업 언론인들의 공개TV 토론 제안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촉구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이들은 제안서를 통해 정부와 언론의 동반자적 관계 복원을 위해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자고 촉구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결국 이들의 제안서 전달은 '실패'로 돌아갔고, 청와대 앞에서 제안서를 낭독하는 것으로 언론인들의 의지를 보여줄 수 밖에 없었던 것.
 
이들은 제안서를 통해 "정부와 언론은 유착해서도 안되지만 적대적으로 대립과 갈등을 지속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언론은 제4부의 역할을 통해 정부와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국정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어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며 "'언론장악' 논란이 일고 있는 과정에서 (정부와 언론 간의)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언론 간에 불신이 싹트고 갈등이 부풀려지고 있다"고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들은 "대화의 형식은 TV 토론이 될 수도 있고 공개 간담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가 가기 전에 우리의 제안이 성사돼 정부와 언론이 건전한 동반자적 관계를 복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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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11/28 [12:0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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