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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의 '언론독립' 의지, 다시 곧추세우자"
[현장] 언론노조 20주년 기념식, 200여명 참석…민주언론상에 YTN노조
 
김철관   기사입력  2008/11/25 [01:09]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이 출범한지 20주년이 됐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는 24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창립 20주년 기념식과 제18회 민주언론 시상식을 갖고 언론개혁을 위한 힘찬 재도약을 다짐했다.
 
한준호 MBC 조합원와 김필원 CBS 조합원의 사회로 진행된 20주년 기념식에서 창립기념사를 한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은 "지난 20년 동안 언론의 자유와 독립,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쉼 없이 걸어왔다"면서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언론자유와 독립은 가장 뜨거운 구호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이 창림기념사를 하고 있다.     © 김철관
이어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집어삼킬 조·중·동에게 방송을 주려 한다”며 “20년 전 창립선언문에서 밝힌 정권과 자본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배 중인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영상을 통해 "우리가 예상했던 수위보다 더 높게 이명박 정부는 KBS, MBC, YTN을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면서 "언론은 반드시 국민의 것이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심장을 향해 나아가 반드시 승리하자”고 강조했다.
 
초대와 2대 3대 언론노련 위원장을 지낸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출범 당시 권력, 자본, 비리로부터의 해방을 주장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권력과 더불어 자본에 예속된 언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면서 "지난 20년의 투쟁을 반성하고 이명박 정권이 무너질지, 우리가 무너질지를 판가름하는 사생결단의 투쟁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성유보 방송장악·네티즌탄압 범국민행동 상임운영위원장은 "언론노조는 산별 전체가 힘을 모아야할 뿐 아니라 네티즌, 농민, 일반 시민까지 함께 한다는 자세를 갖길 바란다"면서 "언론노조는 인권에서의 민주주의에 절차적 민주주의, 표현의 민주주의와 함께 분배의 민주주의까지 활짝 여는 연대 운동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18회 민주언론상 시상식도 열렸다. 이날 선정결과를 발표한 최용익 만주언론상심사위원장은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를 막아내고 공정방송을 사수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한 공로로 본상에 'YTN노동조합'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보도부문 특별상에 MBC < PD수첩 >과 활동부문 특별상에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가 각각 선정돼 시상식을 가졌다. 
 
▲ 최용익 민주언론상 선정심사위원장이 선정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김철관
수상소감을 밝힌 노종면 YTN노조위원장은 "구본홍 사장이 물러난다해고 공정방송과 방송 독립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고, 정동익 동아투위위원장은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수호하는 데 열심히 나서겠다"고 밝혔다. 을 대표한 조능희 PD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선 언제든지 오만하다는 말을 듣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200여명의 언론관계자들이 참석했고 언론노조 20년 투쟁 역사와 2008년 언론노조 활동 동영상이 선보였다. 행사장 입구에는 '자유언론실천 20년 사진으로 보는 언론노조’기념 사진이 전시됐고, 관련 사진첩도 발간해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 
 
언론노조는 지난 1988년 11월 26일 언론노동조합연맹(언론노련)으로 출범했다. 언론노련 초대 권영길 위원장이 2대(90년 11월 ~ 92년 11월)와 3대(92년 11월 ~ 94년 11월) 위원장을 연거푸 역임했고, 4대(94년 11월 ~ 96년 11월)와 5대(96년 11월 ~ 98년 5월) 이형모 위원장이, 5대(98년 5월 ~ 98년 9월) 손석춘 직무대행이, 6대(98년 9월 ~ 00년 11월 산별전환) 최문순 위원장이 역임했다.
 
산별언론노조 1기 전반(00년 11월~02년 2월) 최문순 위원장과 전영일 수석부위원장이, 1기 후반(02년 2월~03년 1월) 김용백 위원장과 전영일 수석부위원장이 맡았다.
 
산별언론노조 2기(03년1월~05년 2월) 신학림 위원장과 현상윤 수석부위원장이, 3기(05년 2월~07년 2월) 신학림 위원장과 김종규 수석부위원장이 맡았고, 4기 전반(07년 2월~07년 9월) 이준안 위원장과 허찬회 수석부위원장이, 4기 후반(07년 9월~ 현재)부터 최상재 위원장과 김순기 수석부위원장이 집행부를 맡아 이끌고 있다.
 
▲ 동아투위 선배들이 민주언론상 특별상을 타고 기념촬영을 했다.     © 김철관
 
▲ 해사장 앞 20주년 기념 사진전     © 김철관

한편, 언론노조는 기념식에 앞서 이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방송통신기본법에는 기본이 빠졌다'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고, 오후 3시 30분부터는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를 초청해 '이명박 정권의 미디어정책과 미국의 언론환경'에 대한 특별강연을 열었다.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 창립기념사]
 
다시 언론노조의 깃발을 곧추 세웁시다.
 
언론노조가 출범한지 20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87년 민주화대투쟁의 격랑 속에서 한국일보를 필두로 언론사에도 우후죽순처럼 노동조합이 설립되었습니다. 군사독재 정권의 반민주, 반민족, 반민중의 패악을 질타하지 못하고 권력의 시녀, 정권의 나팔수로 기능했던 과거의 잘못을 고백하며 참다운 언론을 만들자는 다짐이 언론사 노동조합 결성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듬해 우리 언론노동자들은 언론자유와 독립의 기치를 높이 들고 언론노련을 출범시켰습니다. 그리고 편집권 독립, 관제사장 퇴진, 공정보도를 위한 무수한 파업과 지난한 투쟁을 통해 관제 언론의 사슬을 하나하나 깨뜨리며 언론민주화 운동의 중심적인 역할을 자임해 왔습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급속한 확산 속에서 언론 또한 시장의 논리에 휩쓸리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는 언론민주화와 언론공공성 사수의 깃발을 결코 놓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단지 언론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1500만 노동자의 구심체인 민주노총 결성에 참여해 첫 위원장을 배출하며 노동운동의 조직화에 기여했고, 1997년 방송사 총파업으로 노동악법철폐 투쟁에 불을 붙인 사실은 언론노조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2000년에는 IMF 외환위기 이후 펼쳐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총체적 공세에 맞서 선도적으로 산별노조로 전환함으로써 한국 노동운동의 향도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지난 20년 동안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한발 한발 쉼 없이 걸어왔습니다. 그러나 언론노조의 깃발이 서고 20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언론자유, 언론독립은 가장 뜨거운 구호로 머물고 있습니다. KBS에서 MBC에서, YTN에서 그리고 인터넷 사이버 공간에까지 군홧발 소리와 호각소리가 요란합니다. 신문시장을 또다시 초토화할 신문법 개악의 유령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집어삼킬 재벌방송, 조중동 방송의 출현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언론을 장악해 1%를 위한 정책을 관철시키려 합니다. 언론을 제물로 삼아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파괴하려 합니다. 오늘 우리가 다시 한 번 언론노조의 깃발을 곧추 세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20년 전, 창립선언문에서 우리는 노동자, 농민, 시민, 학생들의 희생에 큰 빚을 졌다고 했습니다. 다시는 정권과 자본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오늘, 그 때와는 달리 우리 언론이 반민주, 반민족, 반민중적 폭정의 맨 앞에 서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피의 역사라는 사실을 우리 언론노동자들이 입증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먼저 한 줌 피를 흘리는 것이 수천수만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20년 전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에 감사합니다. 이 땅의 언론노동자들은 시대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민주주의를 지킨 전사로 기억되기를 더욱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언론노조 동지 여러분, 다시 한 번 힘차게 언론노조의 깃발을 곧추 세웁시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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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11/25 [01:0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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