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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교수 "최진실 자살 후속보도, 미디어의 횡포"
CBS <김현정의 뉴스쇼>대담 -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
 
김현정   기사입력  2008/10/03 [21:11]
2008년 10월 3일 (금) CBS <김현정의 뉴스쇼>(FM 98.1 MHz 07:00~09:00 진행 : 김현정 앵커)
 
(대담 -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인기 탤런트 최진실 씨의 갑작스런 죽음, 어제 하루 종일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고 여러 가지 추측성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대중스타의 자살이라는 것이 굉장히 자극적인 소재이기 때문에 저희도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요. 그래서 바로 그 지점, 최진실 씨 죽음과 관련해서 언론의 보도 태도는 어때야 하는가, 이 부분을 가지고 말씀을 나눠볼까 합니다. 인제대 언론정치학부의 김창룡 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최진실 씨 죽음 소식 접하고는 처음 어떤 생각 드셨습니까?
 
◆ 김창룡
어느 죽음치고 안타깝지 않은 죽음이 없는데요. 그러나 이러한 자살 같은 사건에 대해서는 우리 언론이 자제하고 신중한 보도를 해야 하는데, 양적으로 너무나 많은 양을 쏟아내는데, 내용을 보면 대부분 추측이나 동정, 이런 쪽으로 많이 나와 있고.
 
특히 저는 어제 9시 공영방송, KBS, MBC 뉴스를 보면서 어떻게 이런 뉴스가 시작과 함께 10분, 15분씩 할당돼서 보도가 돼야 하는지 참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이게 상업방송인지 공영방송인지 의문을 갖게 하는 보도였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국민적 관심이 큰 뉴스이기 때문에 앞으로 배치할 수는 있는 것 아닌가요?
 
◆ 김창룡
물론 국민적 관심이 크지만, 자연사가 아니고 자살이냐 혹은 또 다른 의문사냐, 이제는 부검을 통해서 자살로 밝혀졌지만, 어제 같은 경우는 죽었다는 사실 하나, 그리고 자살로 추정된다는 그 두 개 외에는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었습니다만, 사채 관련설이나 또 우울증에 시달렸다거나 어떤 약을 복용했는지, 그게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여러 가지 루머 수준의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저는 그런 것들이 이렇게 기성의 언론에서 보도하게 되면 이것이 인터넷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얘기가 붙어서 확산이 됩니다. 어제 그 사건이 나고 난 뒤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지금 일부 포털에서는 아예 댓글을 못 달게 해놓긴 했지만 굉장히 많은, 내용을 보면 전부 다 비슷비슷한 소문의 이야기, 또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 넘쳐 났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본다고 하는 9시 뉴스, TV 방송에서 10분 정도나 할애했다는 걸 사례로 하나 지적해 주셨고요. 그것 외에도 좀 어제 보도 중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례들 어떤 게 있을까요?
 
◆ 김창룡
일단은 지금 자살로 부검 결과 확인이 되었습니다만, 이게 과연 우울증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탤런트 안재환 씨와의 죽음과 어떻게 직접적안 아니면 간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는지 이런 것들은 밝혀진 바가 없고 이제 수사 시작 단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 시작 단계인데도 벌써 앞서가서 25억원을 주고받았다 라든가, 이런 구체적인 내용까지 다 나오고 있거든요. 저는 이런 것들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보도이고.
 
◇ 김현정 / 진행
25억원을 주고받았다더라, 도 아니고 교묘하게 좀 피해가는, 25억원을 주고받았다는데(?) 이렇게 물음표를 하나 찍는다든지 이런 방법으로 많이 쏟아진 것 같아요.
 
◆ 김창룡
그렇죠. 그런 식의 어떻게 보면 모호한, 근거가 모호하면서 출처가 어디인지도 알 수 없는 그런 보도들이 인터넷상에 떠돌게 되면요, 이게 굉장한 파급 효과를 갖습니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진실이 나오기 전에 그런 루머성 보도를 통해서 이 사태에 대해서 전부 다 인지를 해버리죠.
 
또 하나 문제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자살이라는 것은... 특히 자녀를 두고 노모를 두고 이렇게 선택한 대중 스타의 삶은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기도 하고 하나의 본보기도 되지만, 죽음도 저는 그런 본보기가 되기 때문에 이런 자살이나 선택에 대해서 너무나 언론이 동정적이고 미화하는, 어제 TV나 이런 데에 보면 최고의 스타이니 이런 식으로 굉장히 치켜세우는 보도들이 줄을 이었는데요.
 
그게 아니라고 제가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사실을 제가 없애자는 것도 아니고요. 다만 그런 부분은 지금 당장 이렇게 죽은 자를 미화하는데 앞장서는데 과연 공영방송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그런 평가는 천천히 해도 된다는 것이죠.
 
◇ 김현정 / 진행
그러니까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 자살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혹시 있다면 이런 걸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 김창룡
왜냐하면 자살이라는 건요. 전염성이 굉장히 강한 사회성 질환이라고 이미 자살방지협회나 이런 데에서 발표를 하고 있고, 그래서 한국기자윤리강령에는 자살 보도를 어떻게 해야 되는가, 보도 지침까지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영방송 이런 데에서 이런 기본적인 윤리 지침조차도 무시하면서 상업적으로 이렇게 최고의 스타였다느니 연예인이었다느니 그런 찬사를 내보낸다는 것은 간접적으로 죽음을 미화시키는 것입니다. 연예인들은 그런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죠.
 
언제까지 죽음에 대해서 언론이 앞장서서 동정하고 미화하고 또 살아남은 연예인들이 줄줄이 가서 자해 소동도 빚어지지 않았습니까. 눈물을 흘리는 모습들 여과 없이 보여주는 건 전 미디어의 횡포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한 가지 더 생각해볼 점은 이점인 것 같습니다. 직접적인 물론 원인인지 아닌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만, 분명히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게 댓글 아니겠습니까. 인터넷상의 댓글들, 이걸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또 하나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김창룡
사실은 댓글을 다는 데는 두 가지 양면성이 있습니다. 하나는 어떻게 보면 사이버 민주주의, 언론의 자유를 최대한 사이버 공간에서는 허용하자, 이런 주장이 있는가 하면. 사이버 공간의 댓글이긴 하지만 얼굴 없는 테러라는 것이죠.
 
당사자에게 너무나 치명적 상처를 주기 때문에 댓글의 무한 자유, 언론의 자유를 허용해야 하느냐, 사실 이 두 가지 문제는 댓글에 대한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어서 이렇게 해야 한다, 딱 꼬집어 얘기하기 힘들지만, 지금 보면 댓글에 따른 악영향이 너무나 크고 심대하게 당사자에게 영향을 주다 보니까, 이제 일부에서는 댓글을 아예 차단해 버리거나 댓글을 실명제 하자는 쪽으로 점차적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그게 불가피하지 않는가, 이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 김현정 / 진행
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사이버 모욕죄를 만들 거냐 말 거냐를 가지고 굉장히 논란이 시끄러웠거든요. 교수님은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렇게 되면 건전한 여론을 만드는 역할은 못 하게 될 거다, 또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들도 있었는데요?

 
◆ 김창룡
바로 이렇게 해서 법이란 게 만들어 질 때는 반드시 순기능과 역기능 두 가지가 있습니다. 다만 어느 쪽에 비중을 더 두느냐에 따라서 법의 형태가 달라지는데, 지금 사이버 모욕죄를 만든다는 것은 얼굴 없는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서, 말하자면 역기능을 차단하기 위한 방식인데, 이것을 하다 보면 앞으로 댓글에서 난상 토론 같이 이뤄지는 언론의 자유가 굉장히 큰 위축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죠.
 
저는 법이라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고 법 이전에 자체적으로나 또 다른 방식으로 댓글을 차단하거나 자체적으로 골라내는, 현재의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댓글의 명예훼손은 처벌할 수 있고 지금까지 해 왔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처벌이 가능한데도 이 법을 만든다는 것은 법은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에 좀 더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 댓글을 낳는 건 사실 기사들, 기사들 중에도 문제가 되는 게 많지 않습니까. 사실 확인 제대로 안 된 기사 때문에 치명적인 댓글이 달리고 그것 때문에 영향 받는 연예인, 공인들도 많아서요. 우리 언론인들부터 잘 해야 할 것 같은 생각 듭니다. 

 
◆ 김창룡
기사에서는 익명을 보장해서 보도를 하는데, 댓글에 달릴 때 보면 그 사람이 누군지 이름까지 밝혀버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기성 언론과 댓글이나 사이버가 같이 결합되면 굉장히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거든요. 때로는 일부 언론에서 댓글에서 나온 이야기를 가지고 기사에 인용해서 보도하는 이런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심지어 사설에서 그런 것을 무비판적으로 인용했다가 사회적 논란을 가져왔던 일도 있는데요. 저는 그래서 특히 보도 기관에서 사이버 상에서 떠도는 이야기들을 인용해서 보도 하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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