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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친인척 비리' vs '가요프로 출연청탁'
[기자의눈] 이대통령 친인척 비리보다 가요프로그램 청탁 우선시한 중앙
 
이석주   기사입력  2008/08/01 [12:08]
통상적으로 신문에서 1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나머지 지면을 모두 합한 것 만큼이나 중요하고도 크다. '첫 눈에 들어온다'는 시각적 이유에서 그렇다. 광고주들이 <조중동> 1면 5단 '칼라 광고'를 위해 조금이라도 높은 금액을 지불하는 이유다.
 
단순히 시각적 이유만 있을까. 1면이 갖는 중요성은 매체의 논조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또한 1면 중에서도 위치와 기사량, 단순 박스기사냐, 사진이 들어간 기사냐 등등. 여러 편집 기술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필'의 강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이는 보수-진보 매체를 떠나 모든 신문에 적용되는 '진리'다. 때문에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사를 배치한다거나, 혹은 진보매체에선 3~4면 쯤에 위치한 기사들이 보수 신문에선 1면 '헤드라인' 기사로 올라오기도 한다.
 
해묵은 이념 논쟁을 떠나, 일반적 사회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전직 국회의원들의 과거 청탁사실과 현직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중 어떤 내용이 우선시돼야 할까. 만약 청탁 내용이 한쪽은 방송프로그램 출연 목적이고 다른 한쪽은 국회의원 공천의 대가라면?
 
전직 국회의원의 '가요프로그램 출연' 청탁 vs 현직 대통령 친인척의 30억 수수
 
<중앙일보>의 '교묘한' 지면 편집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중앙은 1일 자 1면에 '청탁' 및 '금품수수'와 관련한 두개의 기사를 게재했다.
 
하나는 참여정부 시절 몇몇 국회의원이 가족들의 방송 출연을 목적으로 KBS에 청탁을 했다는 사실, 다른 하나는 전날 저녁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긴장케 만들었던 김윤옥 여사 사촌의 '공천 명목 30억 수수'와 관련된 기사였다.
 
<중앙>은 1일 자 1면 '노 정부 때 M·S·B의원 KBS에 가족·지인 출연 청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참여정부시절 열린우리당 실세 국회의원들이 KBS 프로그램에 가족이나 지인을 출연시켜 달라는 청탁을 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을 통해 적발됐다"고 밝혔다.
 
<중앙>은 이어 "이들은 17대 국회에서 여당의 고위직으로 활동한 M·S·B 의원으로, 이 중 한명은 현직 의원이다. 감사원은 연말 가요대상 수상자에 포함시켜 달라는 요청 등 이들의 청탁이 모두 성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은 이 기사 바로 밑에 '김윤옥 여사 사촌 30억 수수 영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31일 저녁 청와대와 정가를 강타한 내용이다. 야권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연관성에 의혹을 품고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중앙은 이 기사에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가 총선 당시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30억원을 받은 혐의로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 언니 김옥희(7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청와대는 '위법행위를 저질렀으면 대통령의 친인척은 물론 누구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고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독자 실망시키는' 중앙, 조직의 실패인가...
 
이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의 금품 수수 차원을 떠나,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이라는 사실로 중요성을 갖는다. 실제로 <경향>신문은 이 사건과 관련한 기사를 1면 톱기사로 배치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의 연관 여부를 떠나, 현 정부 출범 후 첫번째 친익척 비리 사건인 점을 감안한다면, 경우에 따라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는 사건이다.
 
물론 중앙이 '누구나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김 여사 관련 기사를 축소 보도한 것은 아니다. 1면에 '당당히' 배치했다. 하지만 참여정부 실세 의원들의 방송출연 청탁 기사에 묻힌 것은 확실해 보인다.
 
기사량과 위치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두 기사 모두 3단으로 처리해 비중을 맞추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하지만 '독도 대반전, 두 정상이 통했다'는 제목의 톱기사 옆에 참여정부 기사를 실고, 그 밑에 김윤옥 여사의 사촌 관련 기사를 배치했다.
 
중앙은 현재 신문 신뢰도에 먹칠을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초부터 크고작은 '오보'를 연속적으로 터뜨려 왔기 때문이다. '중국 폭설 사진'을 시작으로 '만우절 오보', 최근에는 '미국산 쇠고기 시식 사진'과 30일 '청주 축산 농가' 사진까지.
 
그때마다 편집국 검증 시스템과 재발방지 대책을 강조하며 독자들에게 고개를 숙였지만,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사고'로 인해 국대 최대 신문사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까지 추락하고 있다. 이는 판매부수와 '촛불민심'을 통해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중앙일보 조직의 실패"로 까지 규정했다. 의도적이냐, 단순 실수냐를 떠나 독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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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8/01 [12:0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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