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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한달 넘게 타오르며 '진화'한다
중·고생에서 넥타이 부대까지, 청계광장에서 서울광장·세종로 4거리로
 
고영규   기사입력  2008/06/08 [09:48]

미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여론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산된지 7일로 벌써 37일째다.
 
◈광우병 반대 촛불은 5월2일 처음 켜졌다
 
지난달 2일 주로 중·고생 등 1만명이 청계광장에 모여 시작된 이른바 '촛불문화제'는 '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로 전환되면서 6일 밤에는 최대인원인 10만여명이 참가, 서울광장은 물론 소공동과 을지로, 종로, 광화문 네거리 일대를 가득 메웠다.
 
주로 온라인 상에서 번지던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움직임이 오프라인으로 확산되면서 교복을 입은 중·고생들을 지난달 초 서울광장으로 내몬 것은 단순히 먹거리 문제 때문만은 아니였다.
 
이들은 첫 집회에서 '0교시 폐지, 우열반을 없애라'등 급식 문제뿐 아니라 자신들이 처한 고민과 생존권의 위협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중·고생 중에서도, 특히 소통에 무게를 두는 여학생들이 대다수였던 초기 촛불집회는 이후 유모차를 끌고 나오는 어머니들, 손주의 먹거리를 걱정하는 할머니·할아버지, 대학생과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이 합류하면서 범국민적인 생존권 운동으로 확산됐다.
 
이들은 과거와 같이 정치적 깃발과 구호 아래 줄을 맞추는 게 아닌 전혀 모르는 사람끼리, 가족과 연인, 친구들끼리 앉아서 촛불을 들고 비폭력의 저항형태를 띠고 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단지 집회를 주최만 하고 시민들이 자유발언을 하고 저항의 방법을 정하고 행진의 방향을 정하는 등 자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처음 도로 점거 시위에 나선 것은 지난달 24일
 
이같은 초기 청계광장의 촛불문화제는 지난달 24일 쇠고기 장관 고시를 며칠 앞두고 '거리행진'으로 확대되는 중대한 분기점을 맞는다.
 
시민과 학생 3천여명은 이날 청계광장에서 거리로 나섰고 경찰은 즉각적인 공권력을 투입, 강제해산과 일부 시민을 연행했다.
 
이로 인해 '미 쇠고기 전면 재협상', '고시철회' 구호는 '독재타도', '이명박 OUT'이란 구호를 등장시키며 보다 많은 참여자와 강력한 집회 방법을 불러오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에 지난달 31일 밤에서 1일 새벽 사이 경찰이 거리시위 해산 과정에서 여학생을 군홧발로 짓밟는 동영상이 공개되고, 쇠파이프나 화염병 등이 등장하지 않았는데도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고 물대포와 소화기를 발사해 시위대 60여명이 부상당하자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시위대의 구호에는 '폭력경찰 물러가라, 어청수는 옷 벗어라' 등이 신규로 등장하기도 했다.
 
경찰도 시위대가 저지선을 넘어 청와대로 향하려고 했기 때문에 물대포를 발사했다며 이 과정에서 전경대원 3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석연찮은 특수임무수행자회의 서울광장 위령제
 
이와 함께 '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 첫날인 지난 5일에는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 200명이 순국 북파공작원들의 위패를 무기로 서울광장을 '점령', 4만명의 시민 촛불시위대를 거리로 몰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들의 위령제가 ''촛불집회'를 방해하는 배후세력이 꾸민 짓'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6일 밤 해산과정에서는 일부 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이 시위 참가 대학생에 휴대폰을 던져 코뼈가 부러지고, 이를 말리던 민변 소속 변호사를 폭행, 물의를 빚기도 했다.
 
◈2008년 6월,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로 서울광장과 광화문, 종로, 을지로의 검은 아스팔트가 '촛불의 바다'로 넘실거리고 있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6·10민주항쟁'과 오는 13일 예정된 '효순이·미순이 6주기 추모행사', 그리고 'Again 1987의 함성'을 기억하는 시민들이 있는 한 촛불은 쉽게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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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6/08 [09:4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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