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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중성 드러낸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
[임순혜의 영화나들이] 58회 베를린 영화제 출품…사랑의 이중성 다뤄
 
임순혜   기사입력  2008/02/13 [15:12]
58회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이 12일, 오후 4시 용산 CGV에서 공개되었다.
 
<밤과 낮>의 시사회는 베를린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복합 영화관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열리는 기자시사회보다 (현지시간12일 오전 9시) 1시간 일찍 선을 보였다.
 
<밤과 낮>은 대마초를 피다 들킨 국선 입선 화가 김성남(김영호 분)이 구속을 피하기 위해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로 도피하여 보내고 있는 일상을 다룬 영화다. 
   
▲파리의 허름한 민박집에서 성남은 매일밤 아내와 통화한다     ©영화사 봄

허름하고 냄새나는 민박집에서 성남은 밤과 낮이 서울과 뒤바뀌는 파리에서 매일 밤 아내를 그리며 통화를 한다.
 
거리를 배회하거나 공원에서 소일하던 성남은 옛 애인과 우연한 재회를 하기도 하고, 민박집 아저씨의 소개로 유학생 현주와 그의 룸메이트 유정, 그리고 한인 화가들과 만나며 낯선 도시에서 적응하려고 노력하나, 아내에 대한 염려는 커지고 지갑은 점점 얇아만 간다.
 
무료한 성남은 미술학도 유정(박은혜 분)의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되고, 성남은 유정과 위험하고 달콤한  연애에 빠져든다. 
   
▲사랑에 빠진 성남과 유정     ©영화사 봄

<밤과 낮>은 파리의 일상과 감정을 토로하는 성남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데, 화려한 파리의 이중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꿈과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의 가난하고 외로운 유학생들의 실상을 드러내 유학생들에 대한 환상을 깨트려준다.  
 
영화는 오를리 공항, 알레지아 성당, 트루빌 해변, 오르세 미술관 등 파리의 명소들과 뒷골목 등 일상의 공간을 여행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성남의 심리상태에 몰입하게 해, 주인공의 내면상태를 이해하게 한다. 
   
▲미술학도 유정(박은혜)과 사랑에 빠진 성남(김영호)     ©영화사 봄

<밤과 낮>은 이중성에 대한 이야기다.
 
아내와 유정, 파리의 밤과 서울의 낮을 잇는 성남의 이중생활, 화려한 예술의 도시 파리와 뒷골목의 파리, 남자와 여자의 사랑의 이중성, 부부의 이중성, 진실과 거짓 등등.... 
 
<밤과 낮>은 “사랑한다”는 속삭임 속에 내포된 이중성, 남자의 사랑과 여자의 사랑의 이중성을 여지없이 까발린다.
 
홍상수 감독은 기호로 가득 차 있는 이 세상에서 겉으로 드러나 있는 기표와 내면의 기의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성남의 쉴새 없는 내레이션과 일기 같은 화면 구성으로 꾸준히 이야기 한다.
 
홍상수 감독은 특이한 스토리 전개 방식과 인물 묘사, 대사, 영화 요소요소에 배치된 소품들을 통해서도 끊임없이 이중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유정의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이중성으로 점철된 유정과 성남의 이중생활 등... 
   
▲34일만에 집으로 돌아온 성남, 꿈속에서 일탈을 꿈꾼다.     ©영화사 봄

구름을 즐겨 그리는 화가 김성남이라는 독특한 캐릭터 설정부터 의미 심장하다.
 
아내가 임신했다는 거짓말에 귀국하는 성남, 구름이 가득 그려진 그림아래 놓여진 침대위 아내의 품속에서 잠들며 또 하나의 일탈을 꿈꾸는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구름을 즐겨 그리는 화가 김성남이라는 독특한 캐릭터 설정부터 의미 심장하다. 아내가 임신했다는 거짓말에 귀국하는 성남, 구름이 가득 그려진     ©영화사 봄

홍상수 감독은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2005년 <극장전>으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으며, <해변의 여인>은 57회 베를린 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되었었다.
 
베를린 영화제에서는 1994년 장선우 감독의 <화엄경>이 8대 본상 중 하나인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수상했다.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가 2004년 ‘감독상’을 받았으며, 2006년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영화 예술의 새로운 조망을 제시한 작품에 수여되는 특별상인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수상한바 있다..
 
베를린 영화제에 온 평론가들은 유럽 영화의 작가주의적 경향에 거스르지 않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에 홍 감독 영화의 수상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고 한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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