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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농심울리는 엉터리 방송광고심의
[김영호 칼럼] 광고자율심의기구는 무슨 자격으로 표현의 자유 억압하나
 
김영호   기사입력  2007/07/13 [01:18]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농업기반의 붕괴는 자명하다. 미국은 비행기로 씨를 뿌리는 기업농이 농업을 영위한다. 미국은 세계에서 경작지가 가장 넓으며 세계제일의 농축산물 수출국가이다. 가족농 중심의 한국 농업으로서는 세계식량시장을 지배하는 거대자본과의 경쟁이 불가능하다. 미국산이 관세를 물지 않고 뚝 터진 듯이 쏟아져 들어온다면 한국농업의 장래는 참으로 암울하다.
 
 서울까지 올라와 거리에서 "FTA 반대"를 아무리 외쳐도 메아리가 없다. 시위를 원천봉쇄하지 않으면 전경의 곤봉세례나 날아올 뿐이다. 언론은 폭력성만 부각시키고 식량안보의 위기를 말하지 않는다. 그 참담한 심정을 알리려고 지난 1월 '고향에서 온 편지'라는 35초 짜리 방송광고를 만들었다. 농민들이 나락 모으기로 8,000만원을 모았고 영화인들이 도왔다. 
 
 그런데 그것을 사전에 심의하는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가 '조건부 방송가'라는 판정을 내렸다. 특정한 내용을 삭제하지 않으면 방송할 수 없다는 사실상 방영불가에 해당하는 조치다. 전체적으로 소비자가 오인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 들었다는 것이다. 또 국가기관에 의해 분쟁이 조정중인 사건에 대한 일반적인 주장이나 설명을 다루는 표현이 있다고 한다. 정부의 찬양성 홍보가 쏟아져도 본 척도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문제가 된 부분은 농촌 할머니들의 대사내용이다. 한 대목은 "우째 됐던 끝끝내 막아 가지고 행복하게 살아야 될낀데…"이다. 다른 대목은 "한-미 FTA 이거 우리는 꼭 막고 싶은데…안 할낍니데이! 꼭 막아 내이소!"이다. 이 결정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다. 생존권이 달린 일인데 이런 말도 못한다면 6월 항쟁 20돌의 뜻을 집어본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 1월 11일 오전 국회의원 소회의실 한미FTA 반대 TV광고 시사회 지난 해 12월 8일 경상남도 함안 장포마을에서 제작한 한미FTA 반대 TV광고를 시청하고 있다    © 대자보 
 
 그래도 법원은 달라 사법정의를 말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가 6월 22일 한-미 FTA 반대진영에서 낸 소송에서 "일부 내용의 삭제를 명령한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살기가 힘들어진다는 주장의 주체가 일반국민이 아니라 농업종사자라는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해 보인다는 판시다. 또 농업 종사자들이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분명한 사실을 왜곡해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는 무엇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방송마다 잘 나가는 연예인들이 나와 "무이자…"타령을 정말 지겹게 나팔 불었다. 얼마나 많은 서민들을 고리채 구렁텅이로 빠지게 만들었을까? 도대체 공공성을 말하는 지상파 방송까지 고리사채업자의 허위-과장광고를 연일 방송해 단물을 빨도록 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겠는가? 대부업은 공공성을 지닌 은행과 달라 제도금융이 아니다.
 
 이것은 광고윤리의 실종이다. 그런 민간기구가 무슨 법적 근거로 그것도 엉터리 잣대를 들이대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가? 방송위원회가 나서 답변하기 바란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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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7/13 [01:1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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