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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직전, 금융위기 뇌관 죄는 주택대출
[김영호 칼럼] 투기 잡는다며 돈 풀고 세금중과 매달리다 벼락맞을 판
 
김영호   기사입력  2006/12/20 [23:43]

IMF 사태의 원인은 다각적인 분석이 가능하다. 절대적 원인은 재벌기업의 집단부실화에 따른 금융산업의 집단부실화이다. 재벌기업들이 금융부채에 의존하여 무모하게 사업확장을 추구하여 상환불능 상태에 빠졌고, 그것이 금융산업의 지급능력 상실로 이어졌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물가폭등, 금리폭등, 환율폭등, 연쇄부도, 대량실업, 세금폭증, 소득감소에 따른 경제파탄이었다. 많은 국민들이 가정파탄, 자살속촐, 학업포기 등의 고통을 겪었고 그 후유증이 지금도 가시지 않고 있다.

10년이 지났다. 그런데 이제는 주택대출이 금융위기를 촉발할까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지난 11월말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213조 9,000억원으로 작년말보다 23조 6,000억원이나 늘었다. 전체 가계대출 340조 7,000억원의 62.8%를 차지하는 규모이다. 여기에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이 9월말 59조 2,000억원에 달한다. 은행대출이 어려우면 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이나 외국계 대부업체나 할부금융사로 간다. 사채까지 합치면 주택매입을 위한 가계부채는 그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지난 수년간 아파트 값이 폭등세를 지속하자 은행 빚을 낸 투기수요가 몰려 집값이 더 뛰었다. 이대로 가면 내 집을 마련하지 못 할까 두려워 은행 빚을 내서 집을 사니 집값이 뜀박질을 멈추지 않는다. 은행은 위험부담을 이유로 기업대출을 기피하고 담보가 확실한 주택대출에 주력한다. 지난 10월말 가계대출이 335조원으로 기업대출 310조원을 훨씬 웃돈다. 은행돈을 생산활동보다는 가수요, 실수요를 가리지 않고 부동산 시장에 풀어 투기를 조장한 꼴이다.

세금중과니 신도시니 하다 정책실패가 드러나자 뒤늦게 은행돈 죄기에 나섰다.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주택대출이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작동할까 걱정하는 소리가 나오니까 말이다. 주택시장의 거품이 빠지면 빚을 갚지 못해 금융시장이 붕괴된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부랴부랴 예금의 일정비율을 의무적으로 적립하는 지급준비율을 인상했다. 금융감독원은 부실대출에 대비하여 쌓는 비상금인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올리기로 했다.

은행들이 수지악화를 막으려고 잇따라 대출금리 올리기에 나섰다. 주택담보대출의 98%는 시중금리에 따라 금리가 자동적으로 오른다. 이른바 변동금리대출이다. 시중금리의 기준인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지난 16일 4.74%를 나타냈다. 연초보다 0.64%포인트 올라 3년 8개월만에 최고치다. 대출금이 1억원이면 연간 64만원, 2억원이면 128만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저축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9∼15%선이니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평균 1.1∼1.2%이나 더 늘어날 게 틀임 없다. 심각한 문제는 저축은행이다. 지난 6월말 현재 110개 저축은행의 요주의 여신, 즉 3∼6개월간 이자를 연체하는 대출금이 4조 9675억원이다. 1년 전보다 1조원 가량 늘어났다. 그런데 은행은 부동산 가격의 50%까지 대출해주지만 저축은행은 70%, 대부업체는 85%선으로 더 높다. 아파트 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먼저 제2금융권부터 파열음이 울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제2금융권은 자금조달을 은행권에도 의존하지만 중복대출이 많아 연쇄파동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내년경기가 어둡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을 4.4%로 전망하나 민간연구소들은 더 낮게 본다. 원화강세가 임계점에 달해 금년과 같은 수출호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세금증가에다 금리인상까지 겹치니 내수침체에 따른 소득감소가 예상된다. 대통령선거라는 요인도 있다. 대출상환에 적신호가 울리기 마련이다. 개인자산의 80% 가량이 부동산에 잠겨 있다. 거품 꺼지는 소리가 폭발음을 낼 수 있다. 투기 잡는다며 돈을 풀고 세금중과에만 매달리다 벼락맞을 판이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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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2/20 [23:4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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