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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지대계? 제발 10년이라도...
[시사만화째려보기]- NEIS를 보는 시사만화의 시선
 
이광열   기사입력  2003/06/18 [13:14]

'백년지대계’. 추진의 신중함과 장기적 안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교육을 일컫는 말이다. 교육을 일컬을 때마다 입버릇처럼 해온 말이지만, 한국의 교육이 어디 백년은커녕 십년이라도 제대로 앞을 내다 본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 본다. 교육은 물론이고 교육행정을 위한 정보 시스템을 두고서도, 교육부의 입장은 오늘과 내일이 연속선상에 놓이지 못한 채 중심을 잃고 헤매고 있다. 이래서야 어디 이 나라 교육을 교육부에 믿고 맡길 수나 있겠나?

▲5월27일<미스터팔공>     ©이공명
 교육행정 정보시스템(NEIS)을 두고 교육부의 정책 기능이 실종되고 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교육 제단체들의 갈등 사이에서 교육부에게 정책 기능은커녕 중재의 역할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교육부의 원칙 없는 정책 접근과 중심 없는 이해 조정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도리어 더 복잡한 양산으로 끌고 가고 있다. 이러한 교육부의 혼란스럽고 미덥지 못한 대처는 5월 27일자 <미스터팔공>에서 지적하듯 지금까지 교육부의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으로부터 숱하게 보아왔던 모습이었다.

NEIS는 원래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된 일이고, 전교조의 적극적 반대의견을 무시하며 시스템 구축을 강행했던 것 역시 전임 정부의 교육부에서 했던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최종 시행 여부의 결정권 부담을 안음으로 해서 참여정부의 교육부가 무리한 사업 추진 과정의 과오까지 떠안게 됐다는 억울함도, 따라서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 교육부가 이번 소란의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는 차후 이해조정의 역할을 소홀히 하고 교육계 혼란을 잠재우기는커녕 부추기기만 했다는 지적을 비할 수 없을 것이다. 교육부는 호미로 막을 일을 이제는 가래로도 막기 힘들게 만들어 버렸다.

우선, NEIS의 인권침해 부분에 대해 전교조와의 의견 일치가 어려워지자 교육부가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국가인권위원회에 넘긴 뒤 인권위의 결과를 따르겠노라고 했던 약속을 결국엔 지키지 않았다는 데 먼저 교육부의 책임이 있다. 인권침해 소지에 관한한 인권위의 해석이 존중되어야 함에도, 사전에 인권위 결정 수용의 약속을 파기하고 교육현장 현실론을 들먹이며 NEIS 강행의 입장에 나선 점은 교육부의 큰 과오다. 스스로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약속을 어긴 데 대한 전교조의 강한 반발을 고압적 자세로 대처하려고 했던 데에서 무리가 일어났고, 결국 전교조와의 협상이 온전한 신뢰의 바탕 위에서 이어질 수 없었던 것이다. 인권위의 권고사항을 존중하며 전교조와의 관계 설정에서도 융통성을 발휘했다면, 교단 내부의 갈등도 더 깊어질 일이 없었을 것이다. 강경한 자세를 보이다가 하루만에 전교조와 합의에 이르니, 보수적 교단으로부터 전교조의 물리력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주기 쉬웠던 셈이다.

▲5월26일<대한매일희평>     ©백무현
 더욱이 그 이후 교육부가 일관되게(?) 보여온 혼란상을 보자면, 전임 정부의 교육부가 NEIS를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점과 상관없이 현 교육부를 문제삼지 않을 수가 없다. 요컨대, 인권위 결정 불복,  전교조에 대한 강경자세, 돌연한 합의, 그리고 갈팡질팡하는 이후 발언 등은 오롯이 윤덕홍 장관 아래 교육부의 책임이다.

5월 26일 시사만화들은 NEIS 강행을 천명하는 윤덕홍 장관을 비판하고 있다. 보수적 교육 관료에 의해 놀아나는 윤 장관을 그린 <대한매일희평>과, 네이스의 인권침해 가능성과 약속을 번복한 윤 장관을 동시에 비판하고 있는 <한겨레그림판>은 NEIS 반대와 이 시기 교육부를 비판하는 여론을 대표적으로 대변하는 시사만화였다.

▲5월27일<국민만평>     ©서민호
 상황은 하루만에 반전되었다. 교육부가 NEIS 최종안을 발표하면서, 전교조의 중재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그러자 이번엔 그간 잠잠하던 교총과 교육감 및 교장단 등 보수적 교원단체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 상황 반전에 보수적인 교원단체는 물론이고 많은 여론이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5월 27일자 <국민만평>은 같은 날 NEIS 중단에 반발하는 교총 등에 비판을 가했던 많은 수의 만화들과 달리, 이제야 제 정신을 차린 것 같지만 어쩐지 미덥지가 못한 교육부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의아함과 의심은 얼마 안 있어 다시 확인되고 말았다.

▲5월28일<내일만평>     ©김경수
 혼란의 원인은 중심 없는 교육부의 자세와 정책에서도 나오긴 했지만, 온전히 교육부만의 책임이라고 몰기에는 문제가 없지 않다. 전교조 중재안을 수용했던 26일의 발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입한 결과였고, 최근에 다시 번복하게 된 것은 총리실의 개입 결과였던 탓이다. 결국 교육부가 이 사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과 혼선을 빚었던 데 혼란의 1차 책임이 있겠지만, 청와대와 총리실 등이 무원칙하게 NEIS 문제에 개입함으로써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말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5월 28일 <내일만평>은 NEIS 중단 발표를 이끌어냈던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을 참여정부의 “특급소방수”로 그리고 있다. 그가 화물 파업 문제를 포함해 정부의 난국 타개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의 “주무기” 가 “분쟁해결 밀실 슬라이더”라고 명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만화가 그를 곱게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닌 듯 하다. 결과적으로 그의 “밀실”“분쟁해결”이 일을 더 복잡하게 꼬아 놓은 셈이 되었으니 말이다.
 
▲5월27일<조선만평> 신경무    
 5월 27일자 <조선만평>은 NEIS의 시시비비를 언급하지 않고 지나친 양비론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음에도, 비교적 중립을 지키려한 만화로 보인다. 상하 양단으로 나누어 극명하게 대비한 점이 시각적 효과도 높인다. 다만 교단의 갈등이 어찌되었든 교육의 수혜자이자 소비자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방향으로 다뤘으면 더 깔끔할 뻔 했다. 아울러 “전교조”의 상대어로 “교총”이 아닌 “비전교조”를 사용하고 있는 점은 애써 지키려한 중립성을 일부 훼손하는 점이기도 했다.

진보적 색채의 시사만화들은 대개 전교조의 입장을 옹호하며 교총 등의 실력행사를 비판하고, <나대로선생>이 전교조의 실력행사에 정부가 “굴복”했다며 노골적인 반전교조 입장을 드러낸 가운데, 특정 교원단체의 주장을 전하는 대신 교총의 일관되지 못한 주장에 초점을 맞춘 시사만화들이 눈에 띈다. 불과 2개월 전만 하더라도 NEIS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던 교총이, 전교조가 NEIS를 저지하고 말자 이 문제를 전교조와의 세 싸움으로 인식하고는 그 자신들이 반대했던 NEIS를 돌연 찬성한다며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경제논리’라는 나름대로 일관된 논거도 있긴 했지만, 애초 인권침해 가능성을 거론했던 교총이 인권위의 명백한 결정에도 불구하고 NEIS의 실행을 요구하는 것은 확실히 일관성을 잃은 행동이었다.

▲5월28일<한국만평>     ©배계규
 5월 28일의 <한국만평>과 29일의 <김용민의그림마당>은 교총의 일관성 부재를 비판한 대표적인 만화들이었다. 특히 <한국만평>의 풍자 효과는 대단히 높이 살 만 하다. 시각적으로 교총의 입장 변화를 구체화하는 대신, “우리 의견을 수렴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는 한 마디 말로 교총의 입장 변화가 얼마나 웃기는 자기모순이자 국민기만인지를 확실히 하고 있다.

변화무쌍한 교육부의 끝은 오늘도 알 수 가 없다. 자신들의 입장은 정작 하나도 바뀐 게 없다며 고집을 부리는 것이 더 불쾌하다. 이미 한참을 어긋나 온 것 같으나, 부디 하루 빨리 원칙적인 자세를 확립해 당장 대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수험생들이 진학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필자 이광렬은...

단국대 영문과 졸업. 한겨레신문 등에 만화를 투고 했다. 본 매체에 [시사만화 째려보기]를 연재하는 그는, 영화와 문학을 막론하고 다양한 분야를 섬렵하며 신랄한 비평을 하는 열성적 문화 탐식가이기도 하다. 
시사만화를 분석함에 있어 기존 시사만화비평가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형식/미학적 접근을 함과 동시에 글의 리듬이 솔직하고 젊다는 것이 장점이다.  

실제로 만화 창작작업도 하는 그는 작가의 환경과 실상에 대해서 잘 아는터라 간간이 보여지는 비전문가의 허투루 넘겨집는 실수의 경우가 드물다.   만화와 글로 앞날을 개척중.

현재 카툰저널 뉴스툰(http://www.newstoon.net/)에서 시사만화째려보기코너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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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6/18 [13:1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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