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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는 농업에 대한 사망선고다
[김영호 칼럼] 쌀 제외돼도 농축산물 관세철폐 되면 농업은 살길 없어
 
김영호   기사입력  2006/08/10 [23:53]

 노무현 정부가 농업-농민의 생사가 달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협상을 강행하고 있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협상내용을 알 길이 없다. 다만 미국은 농업의 전면개방을 강압하고 정부는 쌀을 포함한 민감품목은 빼달라고 사정하는 모습만 알려졌을 뿐이다. 미국측의 자세로 보아 어떤 협상결과가 나오더라도 농업-농민에게는 치명적 타격이 예상된다.

 7월 10~14일 서울에서 열린 협상의 내용은 안개 속에 갇혀있다. 토막정보를 모아보면 농업분야는 관세철폐 이행기간을 5단계로 나누는데는 대체로 합의한 듯하다. 미국측은 예외 없는 개방을 굽히지 않으며 이행기간도 최소화를 주장하는 모양이다. 미국도 쌀은 정치적으로 대단히 민감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따라서 끝까지 개방을 주장하다 지는 척하며 양보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을 빌미로 병목에 걸린 다른 분야에서 양보를 이끌어내어 일괄타결하는 전략을 구사할지 모른다. 
 
▲ 분노한 농민들이 광화문에서 한국농업의 관을 태우며 쌀 비준안 국회통과 철회와 농민사망을 부른 과잉진압의 책임을 물어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다.     © 대자보
 
 쌀 시장은 다자간 협정에 의해 소비수요의 8%가 열렸고 그 중 상당량을 미국이 할당량으로 가져갔다. 쌀의 완전개방을 고집하기보다는 전체협상의 걸림돌인 다른 분야에서 더 큰 양보를 받아내면 실익이 훨씬 크다. 또 쌀 시장을 미국에게만 추가로 양보하면 다른 쌀 수출국의 반발도 예상된다. 쌀을 양보하면 정치적 곤경에 처한 한국 정부에게 ‘협상성공’이라는 전략적 선물도 준다.

 설사 쌀을 예외로 인정받더라도 다른 농축산물이 관세철폐로 가면 이 나라 농업은 살길이 없다. 높은 관세율이라는 보호장벽에 숨통이 매달린 형국이니 하는 말이다. 콩, 감자, 감귤, 사과, 복숭아, 포도, 마늘, 고추 등등은 어떻게 되겠는가? 밀이나 옥수수를 보면 앞날이 보인다. 5%라는 저율의 관세에 밀려 밀밭이 사라졌다. 옥수수는 겨우 명맥이나 유지한다. 쌀만 가지고 농사를 지을 수 없으니 농업의 장래는 뻔하다.

 미국은 세계에서 경작면적이 가장 크기도 하지만 세계최대의 축산물 수출국이다. 미국은 쇠고기 세계 2위, 닭고기 1위, 돼지고지 2위의 수출물량을 자랑한다. 미국의 최대관심품목은 축산물이다. 관세만 철폐되면 이 나라에서 축산업도 설 땅이 없다. 육류도 유제품도 수입해서 먹어야 할 판이다. 사료를 미국에서 수입하는데 어떻게 경쟁하겠는가?  
 
 이 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5.3%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에서 미국 농축산물이 관세도 없이 엄격한 검역도 거치지 않고 홍수처럼 몰려오면 농업은 사라진다. 식량주권을 포기한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정치적-경제적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만성적 식량난이 공산주의를 붕괴시킨 사실이 그것을 말하고도 남는다.

 자원민족주의가 1배럴당 100달러라는 사상최고의 고유가 시대를 열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가 식량까지 외국에 의존한다면 국가장래는 참으로 암담하다. 농업은 생명산업, 환경산업이자 앞으로 발전역량이 큰 첨단산업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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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8/10 [23:5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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