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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끝 한미FTA, 협상전략이나 있었나
[김영호 칼럼] 4대 현안에 FTA 체결위원회까지 설치하면 협상 하나마다
 
김영호   기사입력  2006/07/28 [11:08]

 한-미FTA 협상을 보면 과연 전략이나 있나 의문이 든다. 협상의 지렛대로 써야할 통상현안을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이라며 미리 다 들어주었다. 그리곤 미국에게 경제적 실익도 별로 없는 요구에나 매달린다. 그것도 모자라 한-미 FTA체결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겠다는 실책을 드러낸다. 

 USTR(미국통상대표부) 대표가 상-하양원 의장에게 보낸 공한을 보면 미국은 한국과 6개월 이상 집중적인 협의를 가졌다고 한다. 여기서 한-미 FTA의 골격이 섰다고 보아야 한다. 그것에 근거하여 4대 선결조건을 들어주었을 것이다. 양보할 수 없는 분야를 골라서 내준 꼴이다. 그러니 본협상이야 여론을 떠보는 형식에 불과하지 않나 싶다.

▲ 한미FTA 저지 범국본 및 시민사회단체가 미국협상단 방한에 맞서 장충체육관 앞에서 강력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 대자보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것은 통상이 아닌 질병의 문제다. 미국에서 광우병을 발생해서 수입을 중단했던 것이다. 그 징후가 없어지지도 않았는데 문을 열겠단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를 가볍게 처리하니 협상이 신뢰를 얻지 못한다. 일본도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열었다가 광우병이 재발하자 다시 닫았다.   

 농축산물 중에서 미국의 최대관심품목은 쇠고기다. 그 관문을 그냥 열어 준 꼴이다. 쌀은 정치적으로 대단히 민감하다는 사실을 미국은 잘 안다. 예외 없는 개방을 끝까지 주장하다 협상이 깨질 듯하면 쌀은 지는 척하며 양보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한국은 성공했다며 독배를 축배로 알고 마실 것이다. 쌀은 다자간 협정에 의해 이미 소비수요의 8%가 열렸고 미국이 상당량을 할당량으로 가져갔다. 미국은 우리가 먹는 자포니카의 수출여력도 크지 않다.

 스크린쿼터 축소는 문화의 다양성을 무시한 처사이다. 미국업자가 국산영화를 많이 상영하는 극장에 헐리웃 영화를 배급하지 않을텐데 영화를 아무리 잘 만든들 무슨 소용이 있나? 그런데 경쟁촉진을 위해서라고 뚱딴지같은 소리나 한다. 미국영화는 세계시장을 지배한다. 그 한참 뒤에야 프랑스나 영국이 있을까 말까하다. 

 약값 인하정책은 건강보험의 취약한 재정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런데 너무 쉽게 포기를 약속했다. 이것은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미국의 초국적 제약사 이익을 보호하는 행위다. 대기오염으로 대도시는 질식할 것 같다. 자동차 배출가스가 주범이다. 그것을 줄이려는데 미국산 자동차는 예외로 하라는 요구를 들어줬다. 국민건강은 뒷전에 두어도 좋은가?   

 4대 선결조건은 교역의 범위를 넘어선 문제다. 그런데 선 듯 내주고는 미국에게는 엉뚱한 요구나 늘어놓는다. 그 첫째가 개성공단 생산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민족간의 내부거래이고 역외가공무역이다. 북한의 국제법적 지위를 떠나 북-미간의 대립관계를 고려하더라도 미국이 들어줄리 만무하다. 지난 6월 5일 미국측 협상대표인 웬디 커틀러는 전화회의에서도 한마디로 거부의사를 밝혔다. FTA는 미국과 한국에 국한한 문제라고 말이다. 대미수출물량도 극히 미미할 텐데 왜 이러나?

 미국은 모든 외국인 입국자를 잠재적 밀입국자로 본다. 하나 불법이민자가 1,200만명에 이른다. 그런데 비자면제를 강하게 요구한다. 사업차 복수비자를 받으면 5년 이상 유효하다. 불편하지만 비자를 발급 받지 못해 사업을 못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웬디 커틀러는 이 또한 FTA 협상대상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국무부 소관업무이고 양국간에 협의가 잘 진행된다면서 말이다.

 미국시장은 크나 보호주의 색채가 강하다. 수입물량이 늘어나면 앤티덤핑, 상계관세를 통해 물량규제에 나선다. 국내산업 피해구제를 명목으로 말이다. 관련업계가 제소해서 확정판결이 나려면 1년이 걸리며 최종관세율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한번 걸리면 상계관세는 수입제한, 앤티덤핑은 수입금지의 효과를 갖는다. 그것을 노려 관련업계가 남발한다. 그렇지만 제소권을 피해당사자인 산업계가 갖는데 규제하라니 미국정부가 듣겠는가?. 또 한국에만 차별적으로 법적용을 할 수도 없지 않는가.

 여기에다 대통령 직속 한-미 FTA체결 위원회를 설치한다고 한다. 정부가 이렇게 추진의사를 확실하게 밝히면 미국이 양보할 대목이 있어도 양보하겠는가? 지난 20년간 미국의 강압적인 통상압력으로 내줄 것은 거의 다 내줬다. 이제 미국은 FTA를 통해 한국경제의 미국종속화를 요구한다. 경제제도-사회체제를 미국이 요구대로 맞추라는 것이다. 사안의 중차대성을 깨닫기 바란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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